인생을 사계절로 나눈다면 지금, 무더위가 한풀 꺾인 늦여름과 풀벌레가 밤새 우는 초가을 사이 어딘가에 있다. 80세를 24시간으로 나누었을 때 41세는 오후 1시 30분을 조금 넘긴 시간이고, 팔팔하게 100세까지 살았다면 오전 10시 30분에 가까운 시간이다. 하지만 80세까지 살지 100세까지 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 이 시간, 오늘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계절은 이제 막 오후에 접어들었다. 인생이 마라톤 경주라면 반환점을 돈 것이다. 어쩌면20~30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승리를 위해서 다른 선수들과 앞다투며달렸다면 반환점을 돌고부터는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요즘 어떻게 하면 마라톤 같은 인생을 아름답게 완주할수 있을까 고민한다. 이제순위는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며칠 전 이선우 저자 [이왕 시작한 거 딱 100일만 달려볼게요] 책을 읽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매일 달리는 습관에 관한 책이다. 제목만 봐도 열정이 불타오른다. 100일 동안 계속해서 달린 저자의 의지가 느껴진다. 저자는 늦깎이 강사다. 하지만 코로나19확산으로 일할 수 없게 되었다. 우울한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저자는 좌절감에서벗어나기 위해매일 글을 쓰고 일찍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매일 10km씩 10일만 달려보자 생각하고 시작한 달리기는 30일이 되고 100일이 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저자가 가장 첫 번째로 물었다. 대만의 한 은행 광고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친구 장례식장에 모인 다섯 명의 친구들이 13일 동안 1,139km를 라이딩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놀랍게도 평균 나이가 81세다. 한 명은 잘 안 들리고, 한 명은 암 환자, 세명은 심장병 환자에 모두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늙고 병든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어쩌면 "오토바이 타러 가자"는 친구의 말 한마디가 잊고 있었던 꿈을 깨웠는지 모른다. 친구들은 차고에 처박혀 있던 먼지 쌓인 오토바이를 다시 꺼냈다. 늙음에서 자유로워진 위대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운전하다가"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곱씹었다.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난날을 돌아봤다.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했다. 지금까지 잘 살았나삶의 의미를 더듬을 때 빨간불로 바뀌었다. 신호대기 중에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봤다. 신호등 옆 게시대에 걸린 현수막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세 단어를 보자마자 나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꿈, 열정, 도전"
저자 말대로 인생이 무료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꿈이 필요하다. 꿈은 보다 나은 나를 위해 부단히 움직이게 한다. 꿈을 꾸면 열정과 도전하는 삶이 뒤따른다. 세상에 없는 1+2 상품인 셈이다.열정은 무모해 보이는 일에 일말의 가능성을 찾게 한다. 도전은 새로운 일에 흥미를 가지고 모험하게 한다. 반복되는 삶의 굴레와 스스로 정한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을 꿔야 한다. 꿈꾸는 사람에게 늦은 나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