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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an 08. 2019

아이를 존중하는 법

아이의 자기 방식대로 하는 것 지켜보기

다음에서 이미지 편집해 사전교육 때 사용함


‘부모님이 가지 말래요.’


  지금도 그 학생과의 대화가 잊히지 않는다. 학생의 말투 사이사이에 배어 나오는 속상함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학생의 말투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실망했고 잠시 동안 아무런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이내 짧은 침묵이 흘렀다. 더 이상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하는 듯했다.


"내가 부모님께 전화해볼까?"


"저는 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가지 말래요."


  내가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면 상황이 나아질까 싶어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더 이상 내가 애쓰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랬다가는 그 학생만 상처받고 더 속상할 게 분명했다. 그 학생은 이미 포기한 상태였고 어차피 안 될 일이라고 마음먹은 듯했다. 불과 며칠 전에 부모님을 설득해보겠다며 실낱 같은 희망 안고 집으로 향하던 모습이 떠올라 더욱 가슴 아팠다.


  이유를 물으니 프로그램(1박 2일 자유여행)이 있는 날이 주일이라서 못 간다는 것이다. 주일이라는 말을 듣고 순간 예배드리는 문제라는 것을 직감했다. 바로 이어진 그 학생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이 예배드리는 문제 때문에 가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신앙심이 적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 학생이 가려는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가고 싶어 했다. 여행의 모든 일정을 학생들이 직접 세웠는데 왜 가고 싶지 않겠는가. 1박 2일, 여행 기간 중 일요일이 되면 근처에 있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겠다고까지 했다. 대안을 듣고 나도 설득되었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해낸 학생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속으로 정말 가고 싶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안쓰러웠다.




# 스스로 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자기 주도성을 가진 아이,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경험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비록 아이가 실수하더라도 그 과정 역시 지켜보는 것이다.(방임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래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일에 도전하게 된다. 시행착오가 있어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스스로 하는 경험은 문제 해결 능력과 자존감을 높이고 자립심이 기른다.(부모로서 뻔히 보이는 결과를 참아내는 일이 어려운 것 같다.)


  심리학에 따르면 자율성, 주도성을 획득하는 두 번의 결정적인 기회가 있다. 첫 번째는 세 살에서 여섯 살 무렵이고 두 번째는 청소년 시기다.


 세 살이 조금 지나면 뭐든지 자신이 하거나 주도해서 하려고 한다. 뭐든지 "내가 할게"라고 말하는 아이와 통제하려는 부모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부쩍 아이와 실랑이가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들 역시 3살 무렵 장난감 탑을 쌓다가도 잘 안되면 짜증을 내고, 내가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크레파스를 뺏어서 자기가 그린다고 난리다. 밥을 떠먹어줘도 짜증 낸다. 결국 자기가 숟가락질을 하고 먹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도와주거나 대신하려고 할 때 돌아오는 것은 짜증과 화뿐이다.


  두 번째, 주도성을 키우기 위해 청소년 시기 역시 중요하다. 이때는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마음과 의존하려는 마음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 시기다. 이 시기 기본적으로 불편하고 불안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애벌레가 번데기 안에 있을 때처럼 애벌레도 나비도 아닌 상태인 것이다. 자기 정체감에 혼란을 겪는 시기다.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작정 어른 뜻에 따르라고 강압적으로 해서 안된다. 감정과 생각에 공감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자기 방식대로 경험하도록 지켜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과정을 지켜보고 책임지는 일은 자기 인생을 주인으로 살아가게 한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으려면 스스로 하는 결정이 필요하다. 수동적인 삶을 사느냐 능동적인 삶을 사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자율성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고서는 자존감을 높일 수 없으며 자신감마저 잃게 된다. 타인의 결정에 따르며 살아갈 뿐이다. 자기가 결정한 경험도 없고 그에 따른 책임성도 없으니 남 탓, 환경 탓하며 살기 쉬워진다.     


# 사회복지사는 사람들의 스스로 하는 힘을 키우는 사람이다


  [프랑스 아이처럼] 책은 프랑스 사람들의 육아에 대해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프랑스 사람들의 가치, 그 나라만이 가진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중 프랑스 부모들은 자녀가 6세 되면 8일간 집을 떠나 여행을 보내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한다. 일찍이 생존을 위한 방법을 터득하게 한다는 것이다.


독립을 허용하고 내면의 회복탄력성과 자립을 강조하는 것은 프랑스 양육에서 큰 부분이다. (p301)
돌토는 아동기의 주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안전한 상태에서 가능한 일찍부터 자율이 주어지는 것이다.' (p303)


  중학생들에게 스스로 해보는 경험을 주기 위해 2017년도에 ‘길 위에서 놀다’ 여행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4~5명으로 한 팀을 이루어 여행 계획을 세우는 프로젝트 사업이다. 여행의 모든 일정과 예산 계획을 팀원이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여행 테마는 봉사활동, 진로체험, 교과서 속 여행이다)


  언제 떠나고 어디로 갈지, 예산은 어떻게 세울지, 여행 중 자신의 역할은 어떻게 할지, 인솔하는 선생님 섭외 등 모든 과정을 팀원과 함께 의사 결정해야 한다. 신청한다고 모두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면접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가 하는 역할은 지원 가능한 한계 정하기, 선정되기 위한 기획서 작성하는 방법 정도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실제로 여행이 끝난 뒤 평가 보고회를 가졌다. PPT 제작을 해서 여행 중 느낀 점, 배운 점, 아쉬운 점을 나누는 시간이다. '많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즐거웠다.' , '여행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에 친구들끼리 전주를 떠나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고 의견 조율이 가장 어려웠다.'라고 말을 했다. 모든 팀이 평가 보고하는 내내 뿌듯한 표정을 자기 팀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스스로 해보는 경험이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타협 과정이 있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적당한 한계점을 두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기 멋대로 하는 행동을 내버려두는 것은 방임과 다를 바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불편한 감정이 들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의견 다툼이 일어나기 한다. 결국 이 과정에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자율성의 온전함은 책임을 나누고 지는 과정이다. 그리고 소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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