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사회복지사 May 01. 2024

주부 아빠의 최대 난관

5회: 요리 스트레스를 극복하라

"아빠가 만들어 준 음식 중에 뭐가 가장 맛있었어?"

"세 가지만 골라 봐!"


"음..."


"고기 국수"

"게살 스푸"

"당근...(라페)"


첫째는 세 가지 메뉴를 거침없이 대답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고기 국수가 가장 맛있다고 했다.


육아 휴직을 한 이후, 요리하는 주부 아빠로 살고 있다. 여전히 레시피에 의존하지만 마음만큼은 백주부다. 적어도 요리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처음에는 덮밥류, 볶음밥류의 간단한 음식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요리?를 따라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요리하는 재미와 만족감을 느다.


매일 아침, 19분 안에 음식을 만드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찍고 있다.


아침 6시 30분. 아이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누운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안방 문을 열고 주방으로 나온다. 잠귀가 밝은 둘째가 잠이 깨지 않게 숨죽이며 아침을 준비한다. 행여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깰까 봐 그릇 하나도 조심조심 꺼낸다. 19분 쾌속으로 밥이 지어질 동안 쉽게 만들 수 있는 국이나 반찬을 만든다.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출연진의 반응을 살피는 세프들의 심정을 알겠더라.


요리는 아빠의 최대 난관이다. 편견일지 몰라도 남자에게  자체가 스트레스다. 평소 요리를 즐겨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식재료와 양념류를 다루는 것조차 서툰데 어찌 요리할 엄두를 내겠는가. 아무리 만들기 쉬운 레시피가 천지에 널렸어도 따라 하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요리다. 맛 내기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 요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위 야 한. 실 요즘은 남편 요리를 잘한다.


요리는 하면 할수록 는다. 법은 따로 없다. 레시피만 따라 하면 된다. 레시피는 재료나 만들고 싶은 음식 이름을 검색하기만 하면 된다. sns에 '쉽게 만드는 법'이 널렸다. '황금 레시피'이나 '만개의 레시피'를 따라 하기만 하면 실패가 없다. 아무래도 처음은 영상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인스타그램 릴스에 다양한 요리 영상이 소개된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메뉴는 바로바로 저장해 두자. 계란덮밥, 마파두부, 게살 스푸, 당근 라페, 수란, 순두부 계란탕, 고기 국수, 월남쌈은 세 아이 모두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요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1. 식재료를 미리 준비하라.

요리는 단순히 요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조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요리에 서툰 아빠는 식재료를 다듬으면서 요리하기가 힘들다. 기본 식재료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마늘, 파, 앙파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간다. 다진 마늘은 얼음틀에 얼려 놓고 씻은 파와 양파는 요리에 맞게 썰어 보관하면 된다. 그때그때 꺼내 쓰면 된다. 볶은 다진 고기와 깍둑 채 썰은 당근, 버섯등을 냉동 소분해 놓는 것도 팁이다. 요리, 특히 볶음밥을 만들 때 시간을 줄일 수 있다.


2. 아이들의 입맛을 다 맞출 수 없다.  

아이들의 입맛을 다 맞출 수 없다. 아이들의 취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는 이제 컸다고 매콤한 음식 곧잘 먹는다. 하지만 둘째와 셋째는 달콤한 볶음 김치도 먹지 못한다. 첫째와 둘째 싫어하는 버섯을 셋째는 좋아한다. 누구는 잘 먹는 채소를 누구는 안 먹는다. 셋째는 아토피가 있어 계란이 들어가는 요리가 조심스럽다. 아이들마다 호불호가 다르기 때문에 메뉴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든 음식을 차릴 때 모두 잘 먹을 거란 기대를 내려놔야 한다.


3. 비장의 무기 꼭 챙겨라.

라면 스처럼 음식의 맛을 한층 끌어올릴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라. 요리를 해보니 굴소스와 캡슐? 코인? 알 육수는 주방에서 꼭 필요한 재료다. 굴소스는 특히 볶음밥 요리에, 코인 육수는 육수가 필요한 모든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굴소스는 진한 풍미와 깊은 감칠맛 더해준다. 한편, 코인 육수는 진한 향을 더해 요리를 감칠맛 있게 완성시켜 준다. 이 두 가지 재료를 준비해 두면 요리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참치액, 멸치 액젓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를 늘려보자.


아빠의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빠가 직접 만든 음식은 아이들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만들어준 음식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앞다퉈 더 달라고 말하고, 맛있다며 엄지 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 요리를 하면 할수록 아이들의 입맛을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만들어준 음식은 웬만해서는 남기지 않는다. 그 덕에 아이들의 편식도 줄어들었다. 아내의 만족도가 상상 그 이상이다.


요리는 또 다른 재미를 다. 주로 채소류는 로컬 푸드에서 사고 채소류를 제외한 식료품은 동네 마트에서 산다. 저렴하거나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는 모습이 마치 보물찾기 놀이하는 것과 같다. 사려고 한 식재료가 할인 이벤트 중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다른 마트보다 저렴하게 살 때 얼마나 짜릿한지. 이루 말할 수 없다. 단돈 500원이라도 저렴하면 선물 받은 것처럼 기쁘다. 식재료를 고르는 안목은 덤이다.

875원대파 한 단 가격으로 합리적일 수 없다는 것쯤은 직접 요리하고 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요리에 자신감이 붙으면 아빠의 존재감이 생긴 거나 다름없다. 이들에게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자. 처음에는 누구나 서툴기 나름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할 수 없다는 당연한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주부 아빠가 될 수 없다. 처음에는 요리하기 쉬운 덮밥류, 볶음밥류로 시작하자. 아이들이 맛있다고 칭찬해 주면 자신감이 생긴다.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요리 부심이 생길 것이다. 아빠가 요리할 때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전 05화 육아 휴직하는 아빠의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