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hoi파파 Apr 24. 2024

육아 휴직하는 아빠의 하루

4화: 육아 휴직에 임하는 태도

육아 휴직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계획 세워야 한다. 아무리 육아 휴직이 양육 공백을 막기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육아와 집안일하다가 끝낼 수는 없다. 육아 휴직은 아이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공들이는 시간이도 하지만 나다운 삶을 잠시라도 살아 볼 다시없을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육아 휴직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휴직 기간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이참에 작가의 삶을 제대로 살아 볼까. 아니면 청소년 상담사 2급 시험을 준비해 볼까.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지낼까. 갑자기 주어진 천금과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휴직하려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봤다.


3월 인사이동을 앞두고 원하는 학교로 발령받기 위해 육아 휴직을 결정했다. 겸사겸사 매일 아침 출근 준비하면서 아이들을 챙기기 바쁜 아내에게 보탬이 되었으면 했다. 이유야 어쨌든 육아 휴직하기로 한 이상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야 한. 


옥주부가 아닌 전주부로.


아이들과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고 계획을 다시 세웠다. 아내와 대화를 해서 역할을 나누고 분담하면 되겠지만 뭐가 됐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나서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육아나 집안일을 칼로 베듯이 정확히 나눌 수 없다. 가족에 기여한다고 생각해야 차라리 마음 편하다.


드디어 육아 휴직는 아빠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1. 아침저녁밥 준비하기

육아 휴직을 한 뒤로 아침저녁을 준비를 직접 한다. 즘은 키워드 검색만 하면 황금 레시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리에 자신 없어도 도전해 볼만하다. 재료나 만들고 싶은 음식 이름을 검색하기만 하면 된다. '쉽게 만드는 법'이 천지에 널렸다. '백종원 레시피'이나 '만개의 레시피'를 따라 하기만 하면 실패가 없다.

요리를 하면서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는 재미에 빠졌다. 짤막한 요리 영상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아침 식사로 아이가 좋아할 만한 메뉴는 바로바로 저장한다. 계란덮밥, 마파두부, 게살 스푸, 당근 라페, 수란, 순두부 계란탕, 고기 국수는 세 아이 모두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이제는 하도 봐서 관련 영상이 알아서 뜬다.


2. 둘째, 셋째 등하원 시키기

아침 7시 30분에 아침을 먹인다. 대략 8시쯤이면 식사를 마친다. 30분 동안 양치질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혀 등원 준비를 한다. 패션 테러리스트라 아이들이 입고 갈 옷은 고르지 못한다. 아내가 미리 챙겨둔 옷을 입히는 것이 최선이다. 사실 첫째는 알아서 학교 갈 준비를 하기 때문에 둘째와 셋째만 신경 쓰면 된다. 휴직한 뒤로는 아이들을 재촉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오후 5시가 되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둘째와 셋째 하원 차량을 기다린다. 첫째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다가 버스가 오는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간다.


3. 집안일하기

집안일은 하는 아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전담? 하고 있다. 건조기를 산 이후로는 빨래에 대한 부담이 확연히 줄었다. 밀리지 않고 바로 빨래할 수 있어 좋다. 적어도 마르지 않은 빨래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다섯 식구라서 세탁기와 건조기는 연중무휴 매일 돌아간다. 아내가 빨래를 돌리면 마른빨래가 옷장이나 서랍장에 들어갈 때까지는 모두 내 몫이다. 이제는 속옷이나 양말, 옷을 보면 누구의 것인지 바로 아는 경지까지 올랐다. 예전에는 아이들 옷구분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는데 눈부신 발전이다.


주중에는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매일 1시간 동안 집안 청소를 한다. 아이들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환기부터 시킨다.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이부자리를 갠다. 돌돌이 테이프로 먼지를 제거하고 물티슈로 집안 곳곳을 닦는다. 이틀에 한 번 청소기를 돌리고 일주일에 한 번 화장실 청소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들의 흔적을 치우면서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과 책을 정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반나절 동안 청소한 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동안 아내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4. 첫째와 함께 시간 보내기

휴직 결정은 첫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해 보면 하루 중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첫째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작년에는 육아 단축 근무를 해서 1시간 30분 일찍 퇴근했다. 첫째가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알림장을 확인하고 매일 한 장 학습지를 풀게 했다. 학습을 봐주면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의 할 일을 마치면 둘째 셋째 하원 차량이 오기 전까지 놀이터에서 놀았다. 가끔 서점이나 시립 도서관에 갔다. 읽고 싶은 책을 사러 가거나 빌리러 갔다.


지금은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간식 먹고 바로 밀크T 학습 테블리 pc를 켠다. 알아서 척척하는 첫째를 보며 고마우면서도 섭섭한 마음이 든다. 스스로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첫째를 보며 곁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 것을 깨닫는다. 고학년만 돼도 학원 다니기 바빠 저녁 먹을 때나 얼굴을 보겠지. 그럼에도 방과 후 수업이 세 개 있는 월, 수가 기다려진다.


5. 놀이터에서 1시간 놀기

포근해진 4월, 육아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비 오거나 찬바람 불거나 추운 날이면 놀이터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1시간 놀기'와 '집 밖에서 3시간 놀기' 중에 무엇을 고르겠는가. 단연 집에서 노는 것보다 집 밖에서 노는 것이 덜 힘들다. 적어도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는 독박 육아를 피할 수 있다.


둘째 셋째가 하원하는 시간대에 아파트 단지 곳곳이 이미 하원한 아이들로 시끌벅적하다. 집으로 가는 길, 자연스럽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무리에 낀다. 그때부터 아이들끼리 노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육아 동지들의 도움을 톡톡히 받는다.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간식을 챙겨주고 종종 셋째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면 첫째와 둘째를 돌봐 준다. 작은 놀이터와 집 앞 놀이터를 오가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난다.


6. 취침 전 독서

저녁 8시 30분. 안방에 이부자리를 편다. 양치질이나 목욕을 하면 잠옷으로 갈아입힌다. 슬슬 수면의식을 치를 준비를 한다. 첫째가 7살까지는 읽고 싶은 책 3권을 고르게 했다. 불을 끄고 헤드라이터를 켰다. 잠자리에 누워 책을 읽었다. 읽다 보면 금방 대여섯 권이 머리맡에 쌓인다. 요즘은 잠자리에 누워 유튜브 전래 동화를 들려준다. 아이들이 '깨비키즈 전래 동화'나 '주니토니 동화 뮤지컬' 듣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아이들은 직접 책 읽어 줄 때 가장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부모가 읽어 줄 때가 더 좋다는 것을 아는데 요즘 나태해진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고 보니 첫째에게 책을 읽어 준지가 언제인가.


글을 쓰다 말고 반성했다.


7. 육퇴 후

이르면 저녁 9시에 육퇴 한다. 아무리 늦어도 9시 30분을 넘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대에 잠드는 아이들이 고마울 뿐이다. 여느 부모들처럼 육퇴를 하면 만사가 귀찮다. 아이들을 재우다가 같이 잠들기도 하는데 자정에 눈을 뜨거나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그렇게 허무할 수 없다. 가끔 맥주 한 캔? 막걸리 한 병을 마시거나 보통 TV를 켠다. 요즘은 '나는 SOLO'와 '눈물의 여왕'은 챙겨본다. 드라마 보면서 건조기에서 다 마른빨래를 꺼내 거실에 펼쳐 놓고 갠다. 빨래 개는 것으로 육아 휴직하는 아빠의 하루는 끝.  


아이들과 가족을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만약 당신이 가족과 나 그리고 직장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육아 휴직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또 다른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겠지만 지금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순간들을 마주할 것이다. 당신의 육아 휴직 생활을 응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