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아빠의 육아 세계> 책을 출간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 간다. 처음 내 책이 온라인 서점에 조회됐을 때 심장이 널뛰기하듯 두근거렸다. 그 설렘과 기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뭔가에 쫓기듯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YES24의 판매 지수를 새로 고침 하며 도서 순위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만 것이다. 한 동안 순위 변동에 따라 기분도 함께 오르락내리락거렸다.
모든 것이 이미 내 손을 떠났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비로소 차분해질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출간의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일까. 자연스럽게 판매 지수를 보지 않게 됐다. 이제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충분히 만끽하지 못한 출간의 기쁨, 기적 같은 순간을 더 음미하고 싶어졌다. 지금부터라도 지난 수고를 위로하고 나 자신을 칭찬하려 한다. 참 애썼다.
출간을 하고 가장 먼저 프로필을 편집했다. 작가 키워드는 '상담사'에서 '출간작가'로, 작가명은 '글쓰는사회복지사'에서 'hohoi파파'로 바꿨다. 드디어 출간작가가 됐구나 뿌듯하면서도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작가명은 책과 어울리는 필명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 아이 이름의 끝 자를 따서 '(유)호, (지)호, (소)이 아빠'라는 필명을 만들었다. 재미로 지었던 스타벅스 닉네임을 그대로 브런치 필명으로 썼다.
카페에 가면 누구라도 보라고 테이블 위에 꺼내 놓아요
책을 알리기 위한 온 갖 이벤트도 준비했다
언젠가는 브런치 책방에 내 책을 등록하리라 마음먹었었는데 꿈을 끝내 이루었다. 구독하던 작가님들 중에 꾸준히 책을 출간하는 분들이 부러웠다. 내 글을 출간할 길이 없어 매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응모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가 왔다. 하지만 그 당시 둘째, 셋째 임신과 출산이 겹쳐 원고 작업을 할 수 없었다. 출간 제의 4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찐아빠의 육아 세계> 책을 보란 듯이 등록했다.
강연 한 번 맡겨 보시렵니까? 크크
이야! 저자 명함을 만들 줄이야. 여러 책 쓰기 관련 서적에서 저자 역시 자신의 책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님이 편집부터 홍보까지 도맡아 하는 소규모 출판사라서 발 벗고 나서야 했다. 솔직히 출간 후 강연, 기념회, 북토크 등을 염두해서 준비했지만 헛물켰다. 가방에 처박혀 있는 명함을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아파트 단지를 돌며 육아 동지들에게 명함을 나눠줘야 하나 싶다.
민망하지만 저자 서명을 연습했다. 출간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첫 출간인 데다가 출판사에서 특별히 안내해 준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첫 출간을 경험한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출간을 하면 서명하게 될 일이 생긴다며 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을 했다. 그때부터 육퇴 후 종이와 펜을 들고 거실로 나와 서명 깜지를 썼다.
연습한 서명을 드디어 써먹었다. 출판사에서 7권의 책을 저자 증정용으로, 그리고 최종 원고를 함께 검토한 분들에게 선물할 5권을 함께 보내주었다. 책 표지 뒤의 빈 내지에 감사 메시지를 쓰고 서명을 했다. 책 한 권 한 권 정성껏 포장할 때 행복했다. 그중에서도 양가 부모님께 출간한 책을 선물할 때가 가장 뿌듯하고 감격스러웠다. 시큰둥하시던 아버지가 친인척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출간 소식을 전했다고 했을 때 감동했다.
심지어 북토크도 치뤘다.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누구보다 출간을 축하해 주었다. 북토크를 위해 교회 주보에 3주간 출간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진행해 본 북토크라서 긴장도 많이 했지만 지나고 보니 출간하지 않았더라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싶다. 발표나 강연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책을 소개하는 일이 낯설었다. 다시 북토크 기회가 생긴다면 어버버 하지 않을 테야.
예비 독자들과의 소통을 늘리기로 전략을 바꿨다. 비로소 두 번째 책 원고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 좋은 글과 책으로 독자들과 소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이 알려지지 않을까. 야심 차게 역주행을 상상했다. 설 수 있는 강연 자리를 알아보고 벌려놓은 블로그, 인스타그램 계정과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겠다. 출간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