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이해하는 시간
부모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의 표정이 유독 비장하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아이들. 앞으로 다닐 학교에 와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문득 둘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둘째는 예비소집 장소로 향하는 현관문 앞에서 유독 신이 났다. 외부 방문객을 위해 놓인 덧신을 보며 신기한 듯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았다.
"왜 신발 위에 또 신어?"
아들은 새로운 자극에 금방 주의를 빼앗긴다. 강당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침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 덧신 신는 일도 잊었다. 친구와 함께 까르르 웃으며 한참을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출생 월별로 서류 접수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1~2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작은 책상에 나란히 앉아 신입생과 학부모를 맞이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생년월일을 확인한 뒤 아이를 바라보며 직접 이름을 불렀다.
"안녕, 지호야."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선생님 앞에서 아들은 듣기만 했다. 어른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낯선 공간에서 처음 보는 선생님의 인사에 긴장했나 보다.
둘째라서 더 마음이 쓰이는 건지 단순히 초등학교 입학이라서 그런 건지 내가 더 긴장했다. 학교생활은 잘할 수 있을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을지.
첫째 때도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때는 잘할 거라는 믿음이 걱정보다 컸다. 반면에 마냥 어리기만 한 둘째의 행동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그날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걱정은 예비소집일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름과 주소 같은 인적 사항은 금세 채웠다. 개인정보 동의란에는 망설임 없이 체크하고 서명도 했다. 한 장의 서류만 빼고.
자녀의 특성, 성격 및 생활 습관. 몇 줄 안 되는 작은 빈칸인데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잘 써야 할 것 같고 솔직하게 쓰면 혹시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걱정되고 좋게만 쓰자니 형식적인 말 같았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해낸다. 일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미리 불안해하기보다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지금 마주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 보자.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을 만나며 규칙을 배우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 간다. 엄마 아빠가 가르쳐주지 못한 부분은 학교라는 사회가 채워줄 것이다. 잘 적응할 거라고 믿어도 괜찮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크니까. [찐아빠의육아세계]
결국 그 빈칸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적지 못하고 남겨두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아이의 학교생활을 근거 없는 걱정으로 미리 채워 넣고 있었다. 그날 예비소집은 걱정에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