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 vs 늘봄교실 vs 늘봄학교
예비소집일에 챙겨야 할 서류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취학통지서, 신입생입학원서,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각종 증빙 서류까지. 그중에서도 신입생입학원서만큼이나 고민하게 했던 서류는 돌봄교실 신청서였다.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고 첫째 아이도 이미 초등학생이지만 정작 돌봄교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2024년부터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늘봄학교'라는 이름까지 더해지면서 헷갈렸다.
예전에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따로 운영됐다. 방과후학교는 원하는 아이들이 선택해서 참여하는 수업이었고, 돌봄교실은 주로 맞벌이 가정의 1~2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늘봄학교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하나로 정리한 이름이다. 늘봄학교 안에서는 맞춤형 프로그램, 선택형 프로그램, 그리고 늘봄교실로 나뉘어 운영된다. 다만 학교와 지역에 따라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늘봄교실은 기존 돌봄교실의 이름만 바꾼 것이다. 맞춤형 프로그램은 희망하는 초등 1~2학년 학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선택형 프로그램은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며 참여를 원하는 경우 본인 부담금을 내고 수업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과후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비 초등 부모의 고민은 결국 하나다.
우리 아이를 맡겨도 괜찮을까.
첫째 때는 돌봄교실을 신청하지 않았다. 첫째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육아기 단축근로를 사용했다. 매일 두 시간 일찍 퇴근하며 아이의 1학년 시절을 함께 보냈다.
둘째도 역시 누군가 단축근로를 선택하거나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방과 후 시간은 학원 일정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첫째 때도 ‘학원 뺑뺑이’만은 피하고 싶어 단축근로를 선택했었다.
아이가 입학할 학교에서 일하고 있더라도 근무시간에 아이를 직접 돌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근무 시간이 오후 4시 30분에 끝나서 미안함이 덜하다. 늦은 출근이나 이른 퇴근이 보장되지 않는 맞벌이 부모들에게 초등 입학은 여전히 큰 고민과 걱정거리로 남는다.
아이를 학원이 아닌 돌봄교실에 보낸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죄책감이 따라붙었다. 돌봄교실에 대한 편견도 한몫했다. 그저 시간을 때우는 곳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돌봄 신청을 망설이는 부모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많은 부모가 방과 후 시간을 직접 책임지기 어렵다. 그 빈자리를 학원 뺑뺑이로 메우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돌봄교실을 선택한 이유는 익숙한 학교 공간에서 일정한 어른의 보호 아래 머무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더 안정적인 환경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유아기에는 아이의 하루를 부모가 직접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이 컸다면 초등 입학 이후에는 아이가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스스로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에게 부모는 늘 곁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 아이를 다른 어른에게 맡겨도 괜찮다. 늘 아이 곁에 있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필요할 때, 지치고 힘들 때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베이스캠프이자 ‘안전한 기지’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