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초등 입학을 앞두고 학습지 시켜야 하나?

by hohoi파파
학습지 시킬까?


어제 둘째를 가르치다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생각했던 부모로서의 신념이 흔들렸다.


아내는 거실에서 둘째와 받아쓰기를 하고 있었다.

"받아쓰기까지 하는 거야?" 버거워하는 둘째를 의식하며 던진 말이었다.


내 말에 아내는 잠깐 눈길을 주더니 다른 애들은 다 하고 있다며 무슨 소리냐는 듯 말했다. 더 말하면 괜히 아이들 앞에서 말다툼이 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대신 조용히 지난번 사두었던 다섯 살 수학 문제집을 꺼냈다. 거실의 긴장감을 뒤로하고 조용히 셋째를 불렀다. 둘째에게 문제집을 펼쳐 보이며 같이 풀어보자고 꼬드겼다. 1부터 10까지, 꽃과 케이크 그림에 알맞은 숫자를 빈칸에 쓰는 문제였다.


셋째가 제법 숫자를 세고 썼다. 쓰는 건지 그리는 건지 알 수 없어도 20까지는 센다. 하지만 아직 쓰는 것은 7살인 셋째에겐 어려운 과제인가 보다. 10이 넘어가면서 숫자가 뒤섞였다.


102(12), 103(13), 104(14). 읽는 대로 적는 모습에 속으로 웃음이 났다. 12, 13, 14 숫자를 보면 잘 읽는데 참 신기하다. 그렇게 차분히 세 장을 풀었다.


한편 거실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했다. 아내는 둘째에게 받아쓰기를 시키며 애써 참고 있었다. 뒤통수에 참을 인 자가. 둘째는 울먹이다가 징징거리며 우는 소리를 반복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겨우 마무리했다.


일그러진 둘째의 표정을 보며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아내가 끝까지 혼내지 않고 얼마나 참았는지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학습지’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입학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 고민이 됐다. 젓가락질은 아직 서툴고, 한글은 다 떼지 못했고, 잘 안 되면 말보다 감정이 먼저 나오는데. 시간은 부족하고 마음만 조급해진다.


"조금 더 일찍 둘째를 챙겼어야 했는데.

너무 느긋했던 건 아닐까."


괜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뒤섞여 올라왔다.


공부는 학교에 가서 해도 늦지 않고, 공부보다 뛰어노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어왔던 나의 가치관이 흔들렸다. 두 달 전에 문제집을 사두긴 했지만 매일 옆에 붙어 함께하지는 못했다.


요즘 다시 읽는 초등 1학년 학교생활 관련 책을 읽다가 아동 생활 자가진단 문항을 발견했다.

동화책을 혼자 읽을 수 있습니까?
0부터 10까지 셀 수 있습니까?
젓가락질을 할 수 있습니까?
용변 처리를 스스로 할 수 있습니까?
자기 물건을 정리할 수 있습니까?
한자리에 20분 이상 앉아 있을 수 있습니까?


항목들을 보며 솔직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욕심을 버렸다. 한 달 동안 가장 중요한 습관 기르기는 딱 세 가지만 하기로 했다.


1. 용변을 스스로 처리하기

2. 유치원에 다녀오면 자기 물건 정리하기

3. 젓가락질 연습하기


50% 부족하다면 하루에 1%씩만 채워도 되지 않을까.


평균을 목표로 하기보다 적응을 위한 익숙함을 목표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생활 계획표를 만들기로 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초등학교 입학 전 30일 프로젝트를 해볼 생각이다.


학습은 보드게임으로 가르기와 모으기를 익히고, 0부터 10까지 숫자는 매일 노트에 한 줄씩 쓰게 하자. 동화책은 어차피 잠들기 전 읽으니, 하루 한 문장만 아이가 직접 읽고 따라 써보게 하자.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해보는 경험을 쌓자. 실수해도 괜찮다는 감각을 몸으로 알게 하자. 그러면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미루는 아이가 아니라 말로 차분히 자기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아이로 조금씩 자라지 않을까. 아이는 믿는 만큼 자라니까.


나만 다그치지 않으면 된다. 감정적으로 즉각 반응하지 않고, 화내지 않기만 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지금 둘째에게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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