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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an 25. 2019

4일간의 시간여행

4일간의 직무연수를 돌아보며

# 1일 차

  첫 만남, 시작에 따라 이후의 만남이 기대된다. 전) 서남대학교 김성호 교수님의 특강이 그랬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란 주제로 2시간 특강이었고 직무 연수 첫날 일정이었다. 김성호 교수님은 [큰 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날 강의는 큰 오색딱따구리가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아 키우는 과정을 관찰하고 느꼈던 이야기였다.


  큰 오색딱따구리가 둥지를 떠나던 순간에 덩그러니 남아있던 빈 둥지를 보고 느꼈던 감정이 내게는 가장 큰 울림이었다. 아기 새가 하늘로 날 수 있었던 것은 부모 새의 사랑과 희생적인 보살핌이 있어서 가능했다. 김성호 교수님은 빈 둥지를 보고 순간 스치는 생각에 몇 시간 그 자리에서 울었다고 했다. 물론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둥지가 되어준 나무가 없었다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없었을 것 같다는 말에 나의 마음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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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는 큰 오색딱따구리의 육아 과정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학생을 대하는 나의 태도, 역할을 떠오르게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말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김성호 교수님의 메시지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답이 없는 여백이 너무 좋았다. 어떠한 답을 주는 대신 스스로 찾는 과정이 가슴에 오래 남는 듯하다.


  김성호 교수님은 17년 동안 책을 쓰고 싶어 하셨다. "왜 17년 동안 한 권의 책도 내지 못했을까요?"라고 우리에게 질문했다. "17년 동안 나의 이야기가 없었다."는 고백은 연수와 상관없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작년부터 사회복지 현장 이야기에 대해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나의 생활 모습도 바꿔놨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이야기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교수님의 한마디는 "천천히 가도 됩니다. 남들보다 느려도 됩니다. 자기만의 속도(이야기)를 찾고 길게 보세요."라고 하는 것 같았다. 17년 동안의 성찰하는 과정, 숙성시키는 시간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교수님은 없었을 것이다.  


# 2일 차

  이튿날 일정은 한마디로 힐링이었다. 완주군에 있는 힐조 타운에서 족욕과 수소 테러피를 즐겼다. 하루 종일 잘 쉬었다. 사회복지사의 직업병은 괜찮은 장소를 발견하면 다음 프로그램 기획할 때 와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나도 이날 쉬면서 가족 캠프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격부터 알아봤던 것 같다. 족욕은 24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책도 구비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수소 테라피는 찜질방처럼 작은방이 8개 정도 된다. 누워 있으면 눈이 스르르 감기는 편안함이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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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교육복지란


  주제 나눔 시간에 모둠별로 [나에게 교육복지란] 주제로 나누었다. 나의 위치가 진행하는 선생님 바로 옆자리라 처음으로 발표하게 됐다.


나에게 교육복지란...

  저는 학교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라서 만족한다... 지금은 5년 만기가 되어 올해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는데... 첫 학교라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엇보다 처음보다 잘할 수 있을 때 떠나게 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3일 차

   샛째 날 기억에 남는 일정은 [무기력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고 독후 나눔 시간이었다. 사실 이 책은 3년 전 이미 읽었던 책이다. 2~3년의 나의 이슈는 무기력한 학생을 어떻게 해면 무기력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을까였다.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무기력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 무기력함은 해가 지날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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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아이들의 무기력은 오랫동안 반복된 좌절 경험에 대한 학습된 결과라고 말한다. 무기력한 이유를 가족과 학교, 사회 구조, 시스템에서 찾는다. 학교나 사회는 아이의 재능, 강점보다 입시 위주의 무한 경쟁을 부추긴다. 공부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로 구분 짓고 평가한다. 아이들은 더딘 학생,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낙인감으로 소외되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도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거나 더 잘하기 위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다. 부모의 비합리적인 양육태도도 아이를 무기력을 촉발한다. 저자는 과잉기대, 과잉보호, 방임, 학대, 강압적인 태도는 아이의 잠재력과 자기 존재감을 잃게 만든다고 한다. 이런 위협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탈출하기 위해 무기력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모둠에서 학교 현장에서 무기력을 극복한 사례에 대해 나누었다.


1. 아버지의 태도 변화

  나는 무기력한 상태를 가장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부모님의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양육태도라고 믿는다. 그중에서 아버지의 역할 변화는 가장 큰 효력이 있는 치료약이 될 수 있다. 2년 전, 2학년 동안 학교 적응이 힘들어 학급에 들어가지 않고 학교 안을 돌아다닌 학생이 있었다. 2년 동안 수업 복귀를 위해 상담이나 프로그램을 시도했으나 학생의 완강한 거부로 좌절됐었다. 3학년이 되던 해 부모 상담이 이뤄졌고 아이의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기로 했다. 그중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을 중요 과제로 삼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상담 있는 날이면 아들을 데려다주었다. 주말이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의 적극적인 태도는 굳게 닫힌 아이의 문을 열게 했다. 그때부터 학생은 상담받는 것을 동의했고 차츰 학급으로 복귀하여 졸업하였다.


2. 여행

  3년 동안 학생과 선생님과 했던 지리산 종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2년 전 학교 수업에 대한 압박감과 긴장감으로 학교 등교 거부를 했던 학생이다. 아이 성향도 느렸다. 한 학급에 32명 정도 된다. 과제 중심, 결과 중심의 교육과정은 아이의 성향을 배려 해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학생은 점차 모둠원으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소외받는 일이 잦았고 반복됐다. 그 뒤로 무기력 해진 학생이었다. 그 학생과 2박 3일 지리산 종주를 하게 됐고 3일 동안 누구보다 산행을 열심히 했다. 극한 경험의 극복은 큰 성취감을 경험하게 했다. 그리고 인솔한 선생님과 함께 한 친구들과의 관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 학생의 변화는 지리산 종주의 참여 전과 후로 나뉜다.    


3.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경험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때 겪었던 경험은 중학교 적응과 새로운 친구와 관계 맺는 것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반복해서 좌절하는 사례였다. 결국 학교 생활이든 친구와 관계 맺는 것이든 포기한 학생이었다. 나와 멘토 활동하던 중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에 대해 나눈 적이 있었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 했고 자기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근무하는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여행에 대한 일정을 학생 스스로 세우게 해 서울 경복궁-광화문-교보문고-샌드박스 네트워크-잠실 롯데타워 전망대에 가게 됐다. 그 뒤로 변화가 일어났다. 무조건 학교 포기를 원했던 학생은 학교 포기하는 일이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4일 차

  넷째 날은 강점관점 사례관리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한일장신대학교 최혜정 교수님의 강의였다. 오전 오후로 무려 4시간의 강의 시간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재밌게 강의하는 교수님의 능력도 한 몫했다.(어떻게 하면 저렇게 강의할 수 있을까 강의 내내 부러우면서) 강의 내내 웃으면서 강의 들었던 것 같다. 강조했던 것은 아이들의 강점을 찾기 전에 나의 강점을 찾으라는 말이었다. 나의 기질을 검사하며 유형별로 들으면서 예전에 했던 결과와 조금 달라 신기했다. 작년 1년은 내향적이고 나서지 않는 성향을 벗어난 시기도 하다. 독서모임도 만들어 1년 동안 운영했고 책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글쓰기에 도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뀔만했다. 1년을 계획적으로 살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했으니 말이다.

  지금 견딜 수 있나요?

  교육복지사는 학생들의 변화를 위해 일하기보다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주는 사람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나 역시 예전에는 열심히 노력하면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조금의 진전이 없고 변화가 없는 학생들을 볼 때 힘들어했고 나의 전문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힘든 풍파를 함께 견디는 일이 나의 일이고 역할임을 안다. 내가 무엇이 간데 타인의 인생, 삶에 깊숙이 개입하고 조정할 수 있을까. 요즘은 변화를 결과로 보지 않아 마음이 한결 편하다.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과정을 함께하면 아이의 변화는 아이의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변화할 때가 분명히 온다고 믿는다.


# 잠시 잊고 있었던 꿈을 이뤘다.

  

  내가 3~4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직무연수를 했다. 그때 나도 나의 사례로 강의할 때가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강의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아무튼 발표를 이번 연수 때 하게 되었다. 나의 사례가 특별하거나 기발한 방법은 아니다. 이미 전부터 강조한 부분이었고 다른 선생님들이 이미 하거나 하고 있는 내용이 전부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고민과 과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내게는 너무 소중했다.


  첫날은 너무 긴장을 했다. 원래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이라 발표를 하겠다는 것도 큰 용기였다. 그래서일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고 준비가 부족했다는 생각에 자책이 들었다. 발표를 마치고 그날 연수 내내 신경 쓰였다.(이것도 성격 탓이겠다.) 다행히도 다른 날 다른 조 발표는 만족스러워서 한결 마음의 짐을 내려놨다.


  또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른다. 글이든 강의든 나의 사례를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회가 올 때 바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4일간의 연수를 마쳤다.


  2019년은 내게 새로운 변화가 있는 해다. 둘째가 출산해서 다시 육아를 시작해야 하고 석사과정의 마지막 학기로 논문을 써야 한다. 또한 5년 만기로 다른 학교로 이동을 해야 한다.(초등학교로 가게 되어 걱정이다.) 2019년은 또 어떤 한 해가 될지 두려우면서도 기대된다. 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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