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심리학
행복감은 스스로 해내거나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을 때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이다. 무엇이든 간에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바를 올바르게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르게 말하면 나의 욕구에 충실하고 정직한 태도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자기 멋대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율성은 자기 욕구에 대한 책임지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진정한 행복감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영향받지 않는다. 살면서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의 지나친 의식은 나의 생각, 감정, 행동을 꽁꽁 숨기고 드러내기를 두렵게 만든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불합리한 일도 따라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한다. 내키지 않은 일을 검증 없이 하는 이유도 공동체에 소속되기를 원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에 충실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타인과 관계 맺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나를 포기하며 사는 것이다.
타인의 눈치에 움츠려 들고 상대를 쉽게 오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비판이 싫은 것은 당연하다. 관계 속에서 서로의 행복을 위해 나의 원함을 잠시 미루는 일도 당연하다. 어쨌든 나와 타인 사이에 우물쭈물거리며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나를 잃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고 말이다. 결정권을 타인에게 쉽게 넘기는 이유는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서다. 자신의 결정을 미루다가 타인이 이끄는 대로, 결정한 대로 끌려다니는 것이 내가 결정해서 책임지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책임지지 않아 남 탓, 환경 탓을 하기 쉬울지 몰라도 사소한 일에 행복감을 느끼는 일은 쉽지 않다.
오늘은 대학원 논문을 쓰기 위해 긍정심리학 관련 논문을 읽었다. 긍정심리학은 행복한 삶에 초점을 둔 학문이다. 10편 정도 되는 논문을 읽으면서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했다.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인간이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행복은 누구나 가지길 원하고 가져야 하는 상태다.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이기도 하다. 물론 행복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의 간극과 정도의 차이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긍정심리학은 수용하는 태도, 낙관적인 태도,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성취하는 경험, 강점을 발휘해 몰입하는 경험을 행복을 이루는 주요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요소를 갖추더라도 행복감을 느끼거나 유지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칫 개인의 노력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과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이런 태도는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행복은 개인적인 노력과 책임으로 항상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열심히 살아도 행복하지 않다.
덴마크는 UN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2012년에서 2013년 세계 1위를 했다.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는 분명 있다. 덴마크 국민 정서가 앞서 말한 태도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노력, 차원에서 머물지 않는다. 덴마크에서는 좋아서 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는다. 고용의 안정이 사회적 시스템, 구조에 기반한다. 덴마크 국민은 거의 대부분 노조에 가입한다. 조직되고 연대하는 신뢰를 바탕이 만들어진 사회다. 학교도 우리나라처럼 무한 경쟁의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니다. 어쨌든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이 있어서 가능하다.
행복은 개인적인 노력과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에서 만들어진다. 이제 더 이상 개인이 열심히 산다고 해서 잘 살 수 있거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할 수 없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과 구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빈곤이 개인의 나태함의 결과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덴마크는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세금 내는 일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소득에 따른 납부를 당연하게 여긴다. 더불어 살기 위해 기꺼이 나의 것을 낼 줄 안다. 세금이 특정한 누구를 위해 쓰이기보다는 대다수의 국민이 일생동안 되돌려 받기 때문에 박탈감이 없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세금을 당당하게 내는 사회가 되길 꿈꾼다. 이제는 나만 잘 살아선 행복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