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찰나의 순간에 온다
오늘도 누군가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구나
오늘도 여김없이 교육복지실이 시끌벅적하다. 교육복지실에 놀러 온 아이들과 아침 인사하러 온 아이들로 부쩍부쩍 하다. 주말에 쉬어서 그런지 월요일 아침이면 등교하자마자 안부 인사를 하러 찾아온다. 그중 한 아이는 아침부터 바빴다. 교육복지실에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 틈에서 이것저것 찾아서 나에게 물어본다.
"이거 필요하세요?"
"이거 써도 되나요?"
"어 그럼. 써도 되는 거야!"
주섬주섬 챙겨가던 학생은 3교시가 지나 교육복지실에 무언가를 들고 왔다. 학생이 들고 온 것은... 미술치료를 하기 위해 구입했던 재료를 가지고 만든 투박하게 생긴 나무 모양의 안내판이었다. 손에 목공풀을 묻혀가며 만들었다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건네주었다. 받아 든 나에게 이내 무심하게 말했다.
"이거... 새로운 학교 가시면 책상에 놓으세요."
학생의 툭 무심하게 던진 말이었지만 그 짧은 말 한마디에 그 학생의 많은 감정들이 느껴졌다. 예전에도 그랬다. 그 학생이 겨울방학 시작 무렵 편지 하나 책상에 두고 간 적이 있었다.
"쌤하고 많이 친해졌는데... 내년에 가지마여어어어어."
"암튼 남은 시간 동안 잘 지내봐요."
그 학생이 만들어준 것을 책상에 올려놓고 예전에 써준 편지를 다시 꺼내 읽으며 문득 깨닫는다.
"아... 2월이면 떠나는구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개학을 하고 바쁘게 지내다 보니 2월을 마지막으로 이 학교를 떠난다는 것을 잊고 있었나 보다. 그 학생이 준 선물에 잠시 잊고 있었던 아쉬움, 미안함, 걱정스러움, 기대, 설렘의 복잡한 나의 감정을 마주하게 됐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이별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