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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 맞이하는 순간

아직도 탯줄 자르는 느낌을 손이 기억한다

by hohoi파파
태국 여행에서
와 태어났구나


첫아이의 탯줄 자르던 순간. 지금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그날의 모든 순간은 아직도 나의 가슴 한 켠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6시간 진통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온 첫째는 감동 그 자체였다. 더 이상 나은 표현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 온몸은 핏덩이였고 양수 안에 있어서 그런지 온몸이 주글주글했다. 피가 묻은 아이의 몸을 씻기는 나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살면서 이렇게 떤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면서 그 순간만큼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이내 아이의 울음소리는 분만실을 크게 울렸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했던 첫말이 생각난다. "애썼어! 수고했어."라고 했던 것 같다. 무사히 태어난 첫째에게 고마웠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10개월 동안 전전긍긍 애태웠던 마음을 한순간에 녹였다. 건강하게 태어남에 안도하며.


아내는 무통주사가 들지 않았다. 아내는 막달 체중이 급격히 늘어 임신 중독증의 위험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통주사가 효과 없었다. 사실상 무통 주사를 맞을 타이밍을 놓쳤다. 부종이 심해 아내의 몸은 퉁퉁 부었고 혈관을 못 찾았다. 10번 넘게 긴 바늘을 척추에 꽂아댔다. 고통스러워하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면 여전히 아리다.


나는 가족 분만을 했다. 출산이 처음이라 가족 분만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족 분만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진통을 겪는 순간을 아내와 함께 했다는 것,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다 지켜봤다는 것이 감사하다.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요청으로 잠깐잠깐 들어왔다 나갔다 했지만 나는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을 함께해서 지금도 기쁘다.


지금도 첫째의 탯줄을 자르는 느낌이 손에 남아 있다. 손이 기억하고 있다. 의료용 가위로도 쉽게 잘리지 않았던 탯줄이다. 그 질김은 타이어와 비슷하지 않을까. 덜덜 떨리는 손과 마음을 가다듬고 여러 번 가위 질을 했다. 좀처럼 잘리지 않은 느낌이 고스란히 나의 손에 전해졌다. 탯줄의 잘림은 아이가 세상에 던진 첫 출사표와도 같았다.


둘째 출산 예정일이 다가온다. 보통 예정일보다 빨리 태어난다지만제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아이가 언제올지 모르겠지만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산후조리원에 들어갈 짐을 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이제 태어나겠구나." 생각이 든다. 출산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게 있다.


둘째가 태어나면 그 순간은 꼭 동영상으로 남겨야겠다. 첫째가 태어나는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쉽다. 물론 태어난 직후 사진을 찍었지만 그 순간의 생생함을 남기지 못했다. 너무 긴장한 탓도 있다. 그 순간 동영상을 찍을 생각을 못했다. 주주(태명) 둘째가 태어나면 꼭 동영상으로 남기리.


아들아! 조금만 더 버텨! 곧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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