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늙음이 슬픈 아이들

아빠, 할아버지 되지 마!

by hohoi파파

"아빠 할아버지 되는 거야?"

7살 된 막내가 며칠 전부터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한다. 처음엔 웃으며 넘겼다.


"그럼 소이가 무럭무럭 자라면 아빠도 할아버지 되겠지."

무심하게 말했더니 이내 아이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빠! 할아버지 되지 마"

아이는 내가 할아버지가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두려워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둘째도 작년 이맘때쯤 죽음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었다.


"아빠 죽으면 어떻게 돼?"
"그럼 우리끼리 살아야 하는 거야?"
"엄마아빠 죽지 마…"


죽으면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알게 된 뒤였다. 아이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어린 마음이 감당하기엔 죽음은 너무 큰 단어였다. 압도당했는지 매일 묻고 또 물었다.


며칠 전 꿈에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가 꿈에 나온 건 오랜만이다.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지금 5년 넘게 암투병 중이다. 대장으로 시작한 암은 폐로 전이되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연세 때문인지 점점 버거워 보인다. 그래서인지 항암 치료를 자의적으로 미루셨다. 그나마 더 나빠지지 않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시간이 얼마 남이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꿈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은 또렷하지 않다. 옷을 차려입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려는 아버지를 내가 말리고 있었다.


"가지 마세요."
"지금은 늦었어요."


아버지는 끝까지 가겠다고 했다. 결국 아버지를 붙잡지 못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시간은 자정이었다. 아버지를 보내고 나서야 뒤따라가야 하나 고민했다. 그때 꿈에서 깼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들을 보며 어느 날 문득 쇠약해진 부모님을 발견한다. 그때마다 마음이 찡하다.


그날 밤 막내를 재우려고 함께 누웠다. 아이에게 차분하게 설명했다.


"소이가 숙녀가 되면, 아빠도 늙을 거야."


그 말이 아이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했다. 아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말이 없어졌다. 뾰로통한 얼굴을 보는 순간 아이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차 싶어 말없이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헉헉헉, 숨이 끊길 듯 흐느끼며 울었다. 두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빠 할아버지 되지 마…"


할아버지가 된 아빠의 모습이 상상하기도 싫은 모양이다. 할아버지가 되면 곧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의 등을 천천히 토닥이며 말했다.


"아빠가 할아버지 되는 게 속상하구나."


아이는 한참을 그렇게 내 품속에서 울었다. 그 작은 몸이 내 품속에서 흐느낄 때마다 아팠다.

귀엽고, 기특하고, 안쓰럽고…


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겠구나. 내가 오래 살아야겠구나.


"아빠 소이 곁에 오래오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그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토닥여주었다. 아이는 서서히 울음을 멈추었고 조금 뒤 아이는 내 팔을 꼭 끌어안은 채 잠들었다. 나는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옆에 누웠다.


아이의 불안은 아이만의 것이 아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며칠 전 꿈속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너도 나도 두려워하는 것은 나이 듦이 아니라 그 시간과 함께 찾아오는 이별이구나.


울고 있는 동생 옆에서 팩폭을 가하는 첫째.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속으로(너 T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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