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과 편안함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일까 고민해야 한다. 좋은 부모는 아이와 눈 맞추며 깔깔 웃는다. 아이가 말도 안 되는 말을 재잘거려도 끝까지 들어주고 맞장구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어어간다. 하루 한 끼라도 아이들과 함께 옹기종기 앉아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한다. 아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자. 진짜 가족은 부모가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지내냐에 달렸다. 가족은 만들기 나름이다. [찐아빠의육아세계]
긴 문장과 단어들의 나열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걷어내니 두 단어로 줄어들었다.
좋은 부모는 자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관계 속에 편안함을 더해 친밀함을 만들어간다.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가르치는 기술보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언제든 아이가 먼저 다가올 수 있도록 편안함을 만들어주는 일. 단순하고 기본이 되지만 참으로 어려운 양육 기술이다.
아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결국 아이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우리는 얼마나 자녀의 말을 잘 듣고 있을까 고민해 볼 문제다.
마이클 홀랜더 저자 [자해 청소년을 돕는 방법] 책에서 인정에는 세 가지 수준을 제시했다.
인정의 세 가지 수준
1. 주의 깊은 경청
2. 적극적인 경청
3. 말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을 털어놓는 것
주의 깊은 경청은 상대방을 향해 고쳐 앉고,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구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막상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딴생각들이 비집고 들어온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질문을 준비한다. 아이의 말을 부정하기 바쁘고 내 경험,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을 재고 있다. 그 사이 아이의 감정과 생각은 어느새 흘러가 버린다.
부모로서의 경험, 가치관, 신념이 앞서 아이의 말을 속단하고 결론을 내려버릴 때 대화는 그 자리에서 멈춘다. 아이의 말문을 닫게 만드는 주범이다.
두 번째로 적극적인 경청은 저자가 말하는 반영이 더해진다.
"그때 속상했겠구나."
"그 말이 마음에 남았던 거네."
"너만 지적받은 것 같아서 억울했겠다."
아이의 기분과 감정을 그대로 다시 말로 옮겨주는 것. "~해서 (감정) 했겠구나", "~처럼 느껴졌을 것 같아", "~한 마음이 들었겠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 상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는 일이다.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나는 이해하고 있다는 이 한마디가 아이를 안심시킨다.
마지막으로 깊은 수준의 단계는 인정이다. 말로 다 표현되지 않은 부분까지 아이 스스로 꺼내놓을 수 있도록 열린 태도로 기다려 주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린다.
비에스텍 관계 형성의 7원칙 중에 의도적 감정표현에 해당된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유롭게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부모가 안전한 정서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리다. 이 원리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을 바로잡거나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는 태도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해석하거나 교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이때 아이는 “이 감정은 말해도 괜찮다” 감정을 꺼내도 혼나지 않는다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이 반복될수록 부모와의 관계를 편안하고 안전한 관계로 인식하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놔야 한다. 공감은 동의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 때 부담 없이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설령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더라도 먼저 아이의 의사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거절한다면 그 선택마저 존중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에게는 그 경험 자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된다.
아이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것은 항상 답을 주는 부모가 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언제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안전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결국 아이는 말을 잘 들어주는 부모에게서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을 배운다. 그리고 그 감각을 통해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관계인지 돌아봐야겠다. 미해결 된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앞에서 오히려 내가 아이들을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한다.
인정과 편안함을 다시 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