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걸 못 견디는 아이, 승부욕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때를 놓쳐도 한 참 놓친 저자의 마케팅 글쓰기 1.

by hohoi파파

어느 날 셋째는 게임을 하다 말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게임에서 질 것 같으면 끝까지 하지 않고 포기한다. 가끔 규칙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고, 불리하면 아니라고 우기고, 질 것 같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안방으로 흐느끼며 들어가는 셋째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귀엽다가도 이렇게 승부욕이 강한 아이였나 싶다. 언제부터 이렇게 지는 걸 견디지 못하게 되었을까. 감정 조절에 힘든 아이를 보고 걱정부터 앞선다.


왜 아이들은 지는 것을 이렇게 싫어할까.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이기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는 이 순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요즘 아이들은 경쟁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다. 어쩌면 클수록 남을 이겨야 성공한다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체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실수하지 않겠다는 부담감과 지지 않겠다는 불안감의 압박이 크다.


공동체 안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과연 마냥 웃어넘길 일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경쟁의 강도가 세다. 다름 사람을 '이겨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아이들 마음속에 너무 일찍 자리 잡게 만드는 사회가 세 아이의 부모로서 걱정스럽다.


형제자매 간 경쟁심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경쟁을 은근히 부추긴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형과 동생에 비해 행동이 느린 둘째를 자극하기 위해 셋째를 치켜세웠다.


"누가 먼저 할래? 소이가 먼저 하겠네."


오빠에 비해 알아서 척척 해내는 막내를 보란 듯이 비교했다.

"소이처럼 바로 하면 얼마나 좋아."


나도 모르게 아이들 사이의 이기고 짐을 부추겼다. 더 잘한 아이만 칭찬했다. 지는 것은 곧 비난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라는 메시지를 아이에게 가르친 셈이었다. 승부에 집착하게 만든 범인은 바로 나였다.


윽. 반성, 또 반성.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포기하지 않고 끝가지 해내는 모습이나, 이전보다 발전한 것에 대한 칭찬을 끊임없이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민주 저자 [민주선생님`s 똑소리나는 육아] 책에서.


놀이는 규칙과 질서를 배우는 중요한 교육의 기회다. 모든 놀이에는 규칙이 있다. 그 약속이 지켜질 때 비로소 놀이가 된다. 아이들 중에는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규칙을 바꾸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의 동의 없이 바뀐 규칙은 놀이를 깨뜨릴 뿐이다. 자녀와 함께 놀이를 하며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어우러지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배려임을 알려줘야 한다.
[찐아빠의 육아세계 중에서]


보드게임을 할 때마다 의도적으로 이기고 지는 경험의 회수를 늘리기로 했다. 이기는 기쁨만큼, 지는 경험도 자연스럽게 반복되도록. 고통을 견디는 경험에 조금씩 노출되다 보면 언젠가는 그 감정에도 무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겨도 괜찮고 져도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게임은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어.”
“이기는 것보다 함께 즐기는 게 중요한 거야.”
“규칙을 어기면 함께 게임할 수 없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봐 역전할 수 있잖아.”


아이의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두세 걸음 나아갔다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아이의 성장은 원래 그런 거라는 걸 새삼 배운다. 각본을 외운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가끔은 일부러 골인점 앞에서 져 주기도 했다. 아이에게 승리감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져도 괜찮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아, 아쉽다."

한마디 하고 다시 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끝까지 게임에 참여하면 이렇게 거들었다.


"끝까지 하니까 재밌지?"
"아빤 졌지만 괜찮아. 소이랑 게임해서 재밌었어."


어느 날 보드게임하던 아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기는 게 중요하지 않아."


감정을 조절하는 모습이 부쩍 자랐다. 물론 어제는 또다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그래도 괜찮다. 아이의 성장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니까. 는 법을 배우는 시간은 어쩌면 이기는 법보다 더 오래 걸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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