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아침을 김제휴게소에서 맞았다.
알람 없이 눈을 뜨니 오전 6시 30분.
‘아, 올해는 해 뜨는 건 못 보겠구나’ 싶었다.
그때 아내가 말했다.
“오늘 일출 시간이 7시 41분이래.”
조금 서두르면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섰다.
전날 모두 잠든 밤에,
김제휴게소를 검색해 두었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30분 걸리니 7시에 출발하면 돼.
작년 새해는 새만금 방조제에서 맞았다.
온 가족이 함께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서해에서 보는 일출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했다.
방조제 너머로 퍼지는
눈부신 여명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서둘러 인증샷 찍었던 날,
그게 벌써 1년 전이라니.
나이 들수록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아!!!... ㅜㅜ 그만 나이 먹고 싶다.
아침 7시 출발을 앞두고
김창환 아저씨의 수상 소감이 떠올랐다.
“새해에는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겠습니다.”
한 두 살씩 나이 들수록 공감 가는 말이다.
매년 새해라는 이유로 새 결심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오늘은 31일 다음의 32일, 33일뿐이다.
해는 어제도 오늘도 떴다.
내일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뜰 것이다.
그런데 왜 매년 새해 아침만을
이토록 기대하는 마음으로 맞이할까.
그랬다가,
아내에게 한소리 들었다.
"그런데 왜 어제는 2025년 마지막 날이라고
아귀찜을 먹자고 했어?"
찍소리 못했다.
말없이 김제 휴게소로 차를 몰았다.
사실 전주–새만금 고속도로가 새로 개통됐다.
50분 넘게 걸리던 길이 30분 남짓으로 줄었다.
그 사이 김제휴게소는 인스타 릴스로 소개됐고
올해 해맞이 장소로 정했다.
출발하면서
세 아이들에게 선포했다.
“새 길로 가면서 새해를 맞이하자”라고 말했더니
아내는 “아닌 것 같은데(휴게소겠지)…”라며
(B)웃었다.
휴게소에 전망대가 있다기에
평야 지대라면 해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겸사겸사 아침도 먹고 말이다.
그런데 서해라는 것을 잊었다.
일출보다 일몰이 이쁜 장소였다.
새 해 대신 새 떼를 봤다.
V자 대형으로 날아가는
철새 떼가 하늘을 까맣게 덮었다.
머리 위로 쏟아지듯 지나가는 장면은
해맞이보다 더 장관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새똥에 맞을까 걱정했을 정도다.
구름에 가려진 해를 뒤로하고
아이들의 관심도 이미 소떡소떡.
휴게소에게 새해맞이 아침을 먹었다.
우동, 국밥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여기 맛집이네.
구름에 가려 뜨는 해는 보지 못했지만,
생각해 보니 이 정도면 충분한 새해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평범해서 더 좋은 2026년이 되길 바랍니다.
일상이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