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맞이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by hohoi파파
수시로 동생을 안아주는 유호

둘째가 태어난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탯줄을 잘랐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보기 좋게 얼굴살도 오르고 눈도 떴다. 아이의 빠른 성장 속도에 놀랍기만 하다. 임신과 출산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아내와 둘째가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온 뒤 젖먹이 육아가 다시 시작됐다. 지금 아내와 나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첫째 육아의 경험을 어떻게든 끄집어내고 있다.


지금도 둘째가 태어난 순간을 잊지 못한다.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가족 분만을 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첫째와 함께 새 가족을 맞이 했다는 것이다. 물론 첫째는 출산 전 병실에 누워 있는 엄마와 잠깐 동안만 있었다. 출산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를 보고 아이가 더 불안해하고 놀랄까 봐 장모님과 함께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 첫째는 둘째가 태어난 다음에야 비로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둘째를 낳으면 많은 부모들이 하는 걱정이 있다.


과연 동생을 잘 맞이 할 수 있을까


나와 아내 역시 출산이 임박할수록 첫째가 많이 신경 쓰였다. 첫째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갑작스러운 동생의 존재에 당혹스러울 것이다. 지금까지 엄마와 아빠에게 오롯이 받은 사랑을 동생과 나눠야 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억울할까. 동생이나 엄마와 아빠에게 화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아내는 아들이 느끼는 상황 변화가 부모가 이혼한 만큼의 큰 상실감이라고 말했다. 어느 책에는 아빠가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와서 아이에게 내가 사랑하는 여자니까 너도 사랑해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아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한다.)

동생을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 동화책을 활용한 동생 맞이하기

어느 날 아이와 놀다가 책꽂이에서 그림책 하나를 발견했다. 아내가 유호에게 읽어주려고 받아 논 그림책과 동화책이다. 둘째 임신하기 전에 아들에게 처음 읽어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림과 설명이 아주 사실적으로 되어있어 세 살도(그 당시 나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임신하고 태어난 과정이 담긴 그림책을 보며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아빠와 엄마가 사랑을 했어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엄마 뱃속에 아빠의 아기씨가 들어갔대
아기씨는 엄마 배속에서 무럭무럭 자랐고
10개월 동안 건강하게 자라서
유호가 짠 하고 태어난 거야
유호랑 정말 닮았다

그때 아들의 표정으로 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아들은 개월이 지날수록 엄마 배속에서 아이가 점점 커지는 그림에 호기심을 보였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둘째를 임신하고 다시 이 책을 보여주었다. 처음 이 책을 읽어주었을 때 보다 많이 큰 아들은 이제 어느 정도 대화가 된다. 이해도 곧잘 하는 편이다. 날로 커지는 엄마의 배를 가리키며 엄마 뱃속에 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엄마 뱃속에 동생이 존재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이야기해주었다.


# 병원에 데려가기

산부인과 갈 때 아들을 데려갔다. 매번 갈 때마다 산부인과에 왜 왔는지 설명해주었다. 엄마 뱃속에 유호 동생이 있고 건강한지 검사하러 왔다는 말을 자주 해주었다. 산부인과에 있던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엄마 뱃속을 엑스레이로 찍으면 이렇게 보여, 작게 보이는 것이 아기래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음파 검사를 할 때 동생을 보여준 것이 가장 잘한 일 같다. 어쩌면 병원을 같이 다니면서 동생에 대한 불안감을 호기심으로 바꾸지 않았을까 나름 생각한다. 기대감을 갖게 했다. 쿵쿵쿵 뛰는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며 동생임을 알려주고 구분이 잘 안 되는 초음파 사진이었지만 눈, 코, 입이라며 이야기 해준 일이 유호에게는 즐거운 놀이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이 모든 진실은 유호만 알겠지)


# 일상적인 대화하기

10개월 동안 일상적인 대화에서 동생을 자주 이야기했다. 출근할 때면 하는 우리 가족이 하는 의식이 있다. 아내에게 뽀뽀를 하고 유호에게 뽀뽀를 한다. 우리 집 출근 풍경이다. 유호랑 뽀뽀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아내에게 먼저 하는 것이다. 질투심이 강한 아이인지 몰라도 아내에게 뽀뽀하고 스킨십을 하면 자기도 하려고 입술을 쭉 하고 내민다.


임신 기간 때는 출근할 때마다 유호와 인사한 다음 둘째에게도 인사를 했다. 주주야(태명) 아빠 잘 다녀올게 형이랑 하루 동안 사이좋게 지내고 재밌게 놀아라고 말해주었다. 퇴근하면 유호랑 놀면서 가끔 동생 이야기도 했다. 일상 속 대화에서 동생에 대한 언급을 자주 했다. 이런 대화가 동생에 대한 존재를 느끼게 하고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지 않았을까. (이것도 나만의 착각이려나)


유호야 커서도 지금처럼만 동생 바라봐줘

# 5분마다 동생을 확인하는 아들

주주야 일어났니?
주주야 뭐하니?
주주는 뭐랄래?(뭐라고 해?)


산후조리를 마치고 아내와 둘째가 집으로 온 첫날부터 유호는 동생을 끔찍이 챙긴다. 5분마다 누워있는 동생에게 달려가 안부를 확인한다. 밥을 먹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옷을 입다가도 후다닥 달려가 동생을 스담 해준다. 처음에 이런 아들의 행동에 당황했다. 남자아이라 우당탕탕 털썩 거침없이 달려가는 아들에 행여 둘째가 다치지 않을까 오히려 불안했다.


유호는 동생이랑 같이 자고 싶은가 보다. 처음에는 그런 유호에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자도록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화를 내고 떼를 쓴다. 동생이랑 함께 있고 싶은 마음보다 둘째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과잉보호하고 있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 오히려 자게 두면 편안해지는 아들의 모습에 짠하면서도 예전보다 많이 단호해진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아빠가 요즘 많이 예민해진 것 같아 미안해 아들)

# 동생을 안아보게 한다

최근 둘째에게 분유를 먹이기 위해 안고 있으면 유호가 그 주변에서 맴돈다. 쭈뼛쭈뼛 옆에 앉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자기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귀찮기도 했고 빨리 분유를 먹여야겠단 생각으로 그런 아들의 마음을 몰라줬다. 서운한 눈빛으로 나를 보는 아들의 표정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요즘은 처음보다 여유가 생겼다. 둘째 목을 내가 받쳐주고 첫째에게 안아보라고 한다. 사실 성가시긴 하다. 첫째랑 같이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모든 것을 따라 해보고 싶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받아 줄 수도 없는 노릇에 매일매일 그 어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때가 많다. 어쨌든 그런 아들에게 무조건 그만, 안돼라고 하지 말아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떼를 쓰고 울다가 동생 옆에서 잠들다

# 분유를 같이 먹인다

솔직히 이때가 가장 곤란하다. 첫째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분유를 먹이고 있으면 쪼르르 달려와 자기가 해보겠다며 젖병을 잡아 챈다. 안된다고 해봤자 소용없다. 기어코 자기가 해봐야 한다. 이제는 그런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음을 내려놨다. 분유를 같이 먹인다. 오히려 먹이게 해 주면 금방 젖병을 놓고 자기 할 일 하러 간다. (역설적인 방법이 오히려 잘 먹힌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보자면 안쓰럽다. 사실 아들이 동생을 안아보고 싶어서 분유를 먹이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가 보이는 행동에 자기도 관심 보이고 싶고 둘째에게 신경 쓰는 동안 끊기는 애정과 관심을 다시 자기에게로 돌리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했던 첫째의 행동이 이해되었다.


4살이면 한참 어린 나인데도 불구하고 첫째라는 이유로 다 컸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어쩌면 말과 행동이 같은 또래에 비해 빨라 그런 생각을 더 일찍 했을지 모른다. 4살이면 한참 어린 나인데도. 동생이 태어난 쯤에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어 더 시기적으로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이다. 그런 아들을 좀 더 이해하고 따뜻하게 안아줘야겠다. 아낌없이 격려해줘야겠다. 시간이 걸려도 기다려줘야겠다. 부모가 처음이기에 서툰 아빠임을 이해해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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