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4살이 된 첫째 아들의 중요한 이슈는 배변 훈련이다. 아들은 밤 기저귀 떼기 연습하고 있다. 온 가족은 아들의 성공적인 배변 훈련을 위해 함께하고 있으며 온전히 뗄 때까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야간에 기저귀를 벗고 잔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그동안의 아들과 벌인 사투를 생각하면 아들에게 미안하다. 밤 11시 정도가 되면 곤히 잠들고 있는 아들을 억지로 깨워서 오줌을 누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정이 되면 팬티에 오줌을 누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한 번은 심하게 짜증 내는 아들이 안쓰러워 오줌이 안 마렵다는 아들의 말을 믿었다가 된통 당한 일이 있었다. 한동안 속옷이며 바지며 이불 빨랫감이 줄지 않아 세탁기가 쉴 뜸이 없었다.
사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으나 아들은 대소변을 일찍 가렸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또래 아이보다 언어가 빨라서였다. 배변 훈련은 의사소통이 될 때 비로소 가능했다. "쉬"라는 짧은 단어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짧게 "오줌"이라고 여러 차례 반복하거나 "오줌이 마렵다"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처음 변기에 앉아 변을 본 것도 빨랐다. 어쩌면 아이 속도에 맞게 서둘렸다면 진작에 밤 기저귀도 뗄 수도 있었겠다. 그때 아이의 속도에 맞추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지 깨닫게 됐다. 어쨌든 지금 아들은 똥오줌 가리는 일의 일생일대의 중요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아들의 중요한 이슈의 극복과 달성을 위해 응원하고 있다.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탄생부터 죽을 때까지 발달이 연속적이든 단계적이든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발달 과제가 주어진다고 한다. 첫걸음을 떼야 걷고 뛸 수 있듯이 발달 과제는 순서가 있다. 전 단계의 과제를 달성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과제 달성의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물론 여기엔 개인차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 과제는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발달과제 달성 여부나 정도에 따라 성격 형성에 영향에 미친다. 배변 훈련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성격 발달과 자아존중감 형성에 영향을 준다. 아이가 준비가 되지 않을 때 부모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실수에 대한 비난과 모욕주기식의 태도는 아이에게 공포감과 불안감만 키우고 결국 부모 애착 관계계까지 흔들린다.
엄마! 엄마! 오줌! 오줌! 오줌!
보통 배변 훈련하는 시기는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이건 평균 시기에 불과하다. 배변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일, 아이의 속도를 맞추는 일 같다. 인간 발달은 사람마다 다른 적절한 시기가 존재한다.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부모의 조바심, "누구누구는 한다더라" 같은 내 아이와 다른 아이와 비교만 하지 않으면 서두르는 일 없이 아이와 즐겁게 할 수 있다. 어제 처음 자정에 혼자 일어나 오줌 사기를 성공한 아들이다. 그동안 아들과 똥오줌을 가리기 위해 했던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흩어졌던 생각의 퍼즐을 맞추면서 이 역시 한 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아들과 함께 했던 똥오줌 가는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한다.
아이에 따라 배변 훈련하는 시기는 다르다. 개인차가 존재하며 적절한 시기, 아이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시기는 다르다. 무엇보다 내 아이의 적절한 시기를 알아차리는 일이 중요하다. 사실 본격적으로 기저귀를 떼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아이가 먼저 오줌을 오줌통에 싸고 싶다고 표현하고 난 후였다. 그 전 까지는 기저귀를 채우고 있다가 오줌이 마려울 것 같은 시간 때마다 오줌 싸겠냐며 수시로 물었고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오줌통에 싸도록 연습시켰다. 적절한 시기, 아이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시기는 부모와 의사소통이 되는 시기 같다.
모든 일에 새로운 시도는 누구나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싸고 싶을 때 기저귀에 쌌다. 한마디로 생리적인 욕구에 충실했다. 누구의 통제와 관여 없이 자기 본능에 즉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기저귀 떼는 일은 부모로부터 처음 통제받는 경험이다. 성공적으로 배변 훈련하기 위해 아기에게 적응할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 어느 배변 훈련 안내서에 따르면 아기 체형에 맞는 변기 사는 것도 있었다. 아이의 거부감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면 되겠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속옷 선물하기다. 아내가 어느 날 공룡 캐릭터가 그려진 팬티를 구입했다. 그때는 아들이 공룡에 한참 빠져있을 때다. 티라노사우르스, 스테고사우르스, 브라키오사우르스 이 시기 대표적으로 알게 되는 공룡 이름이다. 이때 공룡 박사가 된다. 공룡에 심취해 역할 놀이하던 아들에게 공룡이 그려진 팬티 선물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자연스럽게 팬티에 익숙해졌고 기저귀를 벗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 뒤부터 기저귀를 벗기고 주간에는 팬티를 입혔다.
아들은 아빠와 함께 연습하는 것이 좋다.(딸은 안 키워봐서 모르겠다 둘째도 아들이니 앞으로 영영 모르겠지)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역할 모델이다. 아들과 같이 목욕하면서 자연스럽게 변기에다 오줌을 싸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들은 내가 서서 변기에다 오줌을 싸는 것이 신기했는지 좋아하는 물놀이도 하다 말고 욕조에서 나와 유심이 나를 관찰한다. 일단 호기심을 보였으면 반절은 성공이다.
어른들은 쉬 마려울 때,
응아 할 때 변기에 싸!
일관되게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된 학습은 순간의 호기심에서 각인시키고 행동하게 만든다. 아들과 목욕할 때마다 같은 말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줬다. 일상에서도 화장실 가기 전에 왜 가는지를 알려줬다. 그런 학습과 교육이 아이들에게 왜 화장실에 가며, 화장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하게 만든다. 행동의 동기를 만든다. 이것은 아내가 한 방법이다. 행동을 유도하는 가장 쉬운 방법 같다. 역할극 놀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대상으로 삼고 대화를 주고받는다. 아내의 방법은 이랬다.
유호야 오줌통이 목마른가 봐!
유호 오줌이 필요하대! 물 주자!
아이가 오줌통에 오줌을 누든 변기에 똥을 싸든 성공했을 때 부모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적절한 부모의 태도, 반응은 아이들에게 다음에도 같은 행동을 할지에 대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인다. 무조건 격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평소보다 높은 톤으로 칭찬해야 한다. 칭찬은 구체적으로 할수록 좋다. 두리뭉실하게 하면 아이는 자신이 왜 칭찬받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꼭 집어 그 행동에 대한 의미와 격려를 담아야 한다.
유호야 변기에 오줌 쌌어?
정말 멋지다.(격한 목소리에 감정을 담아)
칭찬만 할 수 없다. 실제적인 보상이 없는 말뿐인 칭찬은 행동의 지속을 약화시킬 수 있다. 가끔 물질적인 보상도 곁들이면 좋다. 아이가 좋아하는 젤리, 비타민 같은 간식으로 성공할 때 보상으로 줬다. 물론 칭찬과 함께 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칭찬은 아이의 긍정적인 정서를 키운다. 물론 칭찬의 남발로 아이가 수동적인 아이로 나약해진다는 말도 있지만 칭찬은 행동의 동기를 일으키는 요소는 틀림없다.
아이는 실수하면서 성장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듯이 팬티에 지리거나 싸는 실수를 겪지 않고서 단 한 번에 성공하는 아이는 없다. 있을 수 있지만(혹시 있을 아이를 생각해서) 그런 아이는 우리 주변에 흔치 않다. 사실 아이의 실수를 기다려주고 충분히 실수를 경험하도록 내버려 두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나도 몰랐다. 부모라서 불필요한 감정이 이입되고 판단력을 흐려지는 것 같다. 어쨌든 돌아보면 아이의 성공은 숱한 실수 다음에 일어났다.
아이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가 실망하더라도 괜찮다고 위로와 격려를 해줘야 한다. 부모가 서두르면 아이가 불안해한다. 서두르지 말고 아이가 성공할 것을 믿고 끊임없이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기저귀 떼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어제 자정에 아이가 먼저 일어나서 오줌이 싸고 싶다고 엄마를 찾았다.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사실 기저귀 떼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다시 자면서 잠결에 오줌을 쌀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잘 안 되겠지만 최대한 나의 감정을 밀어내고 아이에게 토닥토닥 괜찮다고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