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뜻밖일 때가 더 기쁘다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기쁘다]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기쁘다]
기쁘다: 마음에 즐거운 느낌이 있다.
요즘 출퇴근 길에 아들을 데리고 다니느라 바쁘다. 아들의 어린이집 등 하원을 출퇴근 길에 하고 있다. 전쟁 같은 출근길은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시작됐다. 사실 아내에 비하면 나는 덜 바쁘다. 나는 내 몸 챙기기도 정신없다. 가끔 거들어줄 뿐이다. (정말 가끔... 누룽지를 끓이는 정도가 전부다) 아내가 잠이 덜 깬 아들을 깨우고(이제는 아들이 우리보다 먼저 일어나서 곤욕이지만) 밥 먹이고 씻기고 옷 입히고 양치질하고 가방 챙기고... 아내가 아들을 챙긴다.(이렇게 많은 일을 하나도 안 빼먹고 세심하게 챙기는 멀티 플레이는 남자로선 감당하기 어렵다. 모성애인가, 아님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 차이인가. 아니면 개인 성향 차이인가 어쨌든...)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뒤부터 하원 길에 아들과 함께 하는 의식이 있다. (요즘은 너무 먹는 것에만 관심을 보여 간혈적으로 하거나 아예 간식 주는 일을 건너뛰고 있지만) 아들에게 간식을 주는 일이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야속하겠지만 딱 하나 준다. 처음 의도는 어린이집에서 하루 동안 별 탈없이 즐겁게 다녀오길 바랐고 그런 바람에서 매일매일 칭찬하면서 간식을 챙겨줬다. 격려와 같은 의미였다. 집에 가는 길에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아들에게 간식을 건넸다. 어느 순간부터 아들은 나와하는 의식을 기다리는 듯했다. 오늘은 아빠가 무엇을 가져왔을까 하는 궁금함이 눈에 가득하다. 사소한 걸 내밀어도 기뻐할 줄 아는 아들이 고맙다.
아빠가 요구르트, 쌀과자, 소시지, 사과주스 같은 거 챙겨 오면 어떤 마음이 들어?
음... 곰곰이 생각하는 아들은 기분이 좋아!라고 답한다.
사실 4살 아들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었다.
기분이 좋구나!라고 다시 말해주고
아빠가 유호를 챙겨주니 기쁜 거야?
(반 강요 같지만 다양한 감정 표현을 알려주기 위해 다르게 표현해봤다)
맞아!(이미 먹을 거에 정신이 팔려 건성건성 답하는 아들)
무언가를 보면 어떤 사람이 생각나듯 아들에게 추억하고 싶은 아빠로 살고 싶다.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면 지우고 싶은 기억이 좋은 기억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실제로도 싫었다.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쳐도 모른척하고 피했던 내 어린 모습이 아직도 가슴 한편에 상처로 남아있다. 아들에게 남겨 주고 싶은 것은 나를 떠올리면 흐뭇해지는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