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하고 또 감동하라
네 살 아들의 마음 일기 [감동하다]
왕할머니 댁에서 보리수를 따고감동하다: 깊고 강하게 느껴 마음이 움직이다.
퇴근길 어린이집에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데 전화기가 웅웅댄다. 장모님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유호가 좋아하는 자두를 사뒀는데...
유호야! 유호 할머니가 유호 먹으라고 자두를 사셨대(내가 더 신났던 것 같다. 자두가 먹고 싶었는지도...) 자두 가지러 가자라고 아들에게 말하고 이내 장모님 뵈러 갔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신이 났는지 한껏 흥이 올랐다. 이때부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 같으면서도 아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요즘 작사, 작곡 능력을 뽐내고 있는 아들) 누가 봐도 신나 하는 모습이었다.
두 손 가득 검은 봉지채로 건네면서 아들에게 뭔가를 물어보는 장모님.
유호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고민에 빠진 아들의 입. 실룩실룩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들의 예상 밖의 대답을 듣고 장모님과 한참을 웃었다.
참외...라고 말할 거라 상상을 못 했다.
(분명 자두도 과일이기에 다른 것을 말할 줄 알았다)
일이 커졌다. 참외는 없었고...
하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아파트 입구에 있는 마트에 들어갔다.
유호야 먹고 싶은 거 골라봐!
아들이 고른 과자에 또 한 번 웃었다. 아들이 고른 과자는 쌀과자였다. 며칠 전 어린이집 하원 길에 준 쌀과자가 인상 깊었나 보다.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과 냄새가 뇌에 각인되었나 보다. 아들의 기억력과 예민한 후각에 혀를 내둘렀다. 아내가 아들 몰래 쌀과자를 먹고 오물오물 입으로 녹일 때...
엄마 쌀과자 먹었지?라는 아들의 말에 순간 침묵이 흐르며 아내와 나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냄새로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챈 놀라운 능력을 가진 아들이다. 아들 몰래 먹고 버린 과자 봉지를 용케 찾는 아들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아들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누군가로부터 받는 일에 대해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감사하다는 표현을 알려 주고 싶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유호 할머니께서 유호 먹으라고 자두랑 옥수수를 사셨네! 운을 뗐다.
유호야! 할머니가 주신 자두랑 옥수수를 받고 어떤 기분이었어?라고 물었다.
사실 감정 표현할 줄 아는 단어가 몇 개 안돼서 뻔한 답을 생각했다.
(감사하다는 표현을 기대했다.)
아들의 대답에 순간 놀랐다.
음... 감동이야!
아! 감동이구나! 할머니께서 유호를 위해 챙겨준 게 감동이구나!라고 공감해주었다.
감동이라는 표현을 할 줄 알다니 놀라우면서도 대견스러웠다.
한동안 어떻게 맞장구쳐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렸다. 새삼 느끼지만 감정표현은 어렵다.
오늘도 한 뼘 큰 아들 모습에 흐뭇했다. 나의 기대를 뛰어넘는 아들의 말에 놀랐다. 오늘처럼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커주면 좋겠다. 자기 주변에 일어난 일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기보단 감사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어떤 일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크면 좋겠다. 아들아 너도 나에게 감동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