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허투루 말했다간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일관되다]

by hohoi파파
보건소에 들렀다가 공원에서

일관되다: 처음과 다르게 바뀌지 않고 끝까지 이어지다.


예전에 했던 일을 지금 하지 않아 생기는 마음




아들의 입버릇처럼 하는 말.


그런데 예전에는... 왜 그랬어?

사실 아들은 상황과 맥락에 상관없이 왜 그랬는지 물어본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불리한 상황이다 싶으면 이 말부터 내뱉는다. 매번 타이밍에 안 맞는 아들 말에 갸우뚱하지만 아들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아들의 막무가내식의 말에 휘둘려 기가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다른 상황이잖니!'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어차피 논리로 설명되거나 이해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이내 말을 삼킨다.


왜. 왜. 왜.


아들이 4살이 되면서 질문(말대답)이 늘었다. 반항하는 아이가 건강하다지만 아직 적응이 덜 됐다. 아들이 크면서 생각하는 힘, 호기심도 함께 자라나는 것 같다. 아들에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호기심 천국이다. 아들은 예전에는 왜 그렇게 했는지, 지금은 예전과 왜 같게 안 하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궁금함이 해소되지 않으면 재차 질문이 이어진다. 왜. 왜. 왜. 이어지는 질문은 자신이 납득을 해야 비로소 질문을 멈춘다.


요 며칠 아들을 데리러 갈 때 빈손으로 갔더니 아들은 의아하단 말투로 묻는다. 예전에는 왜 줬어? 간식이 안 나와서 오늘은 없다고 하자 불만 가득한 아들. 아들에게 차근하게 설명해줬다. 예전에는 간식이 나왔었는데 오늘은 간식이 안 나왔어, 다음에 나오면 챙겨 올게라고 무마했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예전에는... 삐쭉삐쭉 작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아들이 목소리가 작아졌다는 것은 지금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티 내는 것이다.


클수록 예전의 일을 기억하는 아들 때문에 말과 행동이 조심스럽다. 이제는 말, 행동 하나하나가 더 신경 쓰인다. 일관된 양육 태도가 아이와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힘겨루기를 막을 수 있기에. 최대한 아들을 일관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약속은 또 어찌나 기가 막히게 잘 기억하는지 아들의 기억력에 혀를 내두른다. (엄마도 그랬는데... 기억력은 엄마 머리인 듯)


오늘 있었던 일이다. 주차를 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계단 앞에 섰다. 올라가려는데 아들이 나를 불렀다. 다리 아프다며 안아달라고 한다. (아들이 잔머리 쓰기 시작했다) 한번 안아주기 시작하면 계속 안아달라고 하고 나를 의지할까 봐 나 역시 잔머리를 썼다. 2층까지 걸어가면 3층부터 안아줄게 라고 아들에게 답했다.


협상하기 시작한 아들, "좋아!" 흔쾌히 답하고 룰루랄라 같이 올라갔다. 그런데 아들도 나도 방금 한 약속을 잊고 후다닥 올라와버렸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집으로 들어왔고 그제야 아들과 한 약속이 떠올랐다. 하지만 잘 올라왔기에 아무 일 없을 줄 알았다.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결국 일이 터졌다.

약속했잖아라며 울고불고 난리 났다.
(억울하다,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신났으면서)


잘 올라와서... 아들에게 말했더니 나의 말로 아들은 달래지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아내가 "얼른 유호랑 다시 2층에 내려갔다와!"라고 했지만 나는 너무 억울했다. 격해지는 아들의 울음에 별 수 없이 아들 손 잡고 2층에 내려갔다 왔다. 아무런 일 없다는 듯한 아들의 표정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번 일이 두고두고 협박의 도구로 사용될지 모른 채 말이다. (이것은 다음에 다루겠습니다)


이번 일로 아이와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과 어떤 것을 무마하기 위해 얼렁뚱땅 약속을 잡지 않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허투루 이야기했다간 아이와의 신뢰가 깨짐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아이를 대할 때 일관된 양육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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