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잘 가라고 인사도 못하고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쑥스럽다]
쑥스럽다: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어울리지 않아 멋쩍고 부끄럽다.
친구와 헤어지기 아쉬워 잘 가라는 말도 못 하는 마음
아들의 쑥스러워서 쭈볏쭈볏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나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숫기가 없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탔던 아이로 기억한다. 지금도 사람들 앞에 굳이 나서지 않는 것을 보면 타고난 기질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들은 이런 나의 성격을 닮지 않았으면 했는데... 어쨌든...
어릴 때 집안 행사로 친인척들이 모이기라도 하는 날엔 속으로 신났으면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항상 일은 손님들이 가는 날에 벌어졌다. 안 가면 안되냐며 더 있다 갔으면 하는 마음에 울었고, 같이 못 따라가는 섭섭한 마음에 붙잡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와 이별할 때 항상 힘들어했던 것 같다. 조용한 방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열을 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들도 나를 닮아서일까. 앞에서는 쿨한척하지만 돌아서면 구차하다. 자기표현이 서툰 4살이라 그랬겠지만 오랜만에 본 친구와 작별하면서 시큰둥한 아들. 분명 없으면 찾을 게 뻔한데 막상 같이 있으면 쭈볏쭈볏거린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항상 그 친구와 헤어진 다음에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는 것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 나처럼, 아들 역시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가 보다.
아들이 표현했으면 하는 마음에 헤어질 때 잘 가라고 해야 다음에 반갑게 인사를 하지라고 알려주었다. 기분이 상했는지 오늘따라 대답을 하지 않는 아들. 아들아! 혹시... 여자 친구라서 부끄러운 거니? 4살이지만 너도 남자란 걸 잊었구나. 친구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신나게 뛰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에 아내와 나는 순간 눈을 바라봤고 역시 아들 키워 소용없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아들아~너무 좋은 티는 내지 마렴. 엄마, 아빠는 아직 너를 보낼 준비가 안되었단다. 가더라도 멋진 남자(아빠가 롤모델이길 바라며)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났으면 좋겠구나! 아들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