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핸드폰 용량이 초과했습니다.

by hohoi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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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든 마음이든
비우면
시원하고 편해집니다.
반대로
안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으면
몸이든 마음이든 병이 납니다.
뭐든 비워야 좋습니다.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본문 중 -


부르르~ 부르르~


최근 들어 핸드폰에서 용량이 초과됐다는 메시지가 자주 울린다. 몇 개월 동안 사용하지 않은 앱(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앱)들과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그 주범이었다. 그제야 버려야 할 것들이 보였다. 경고 메시지가 뜨면 뭐라도 삭제해야 한다. 렇지 않으면 핸드폰 사용에 문제가 생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핸드폰이 느려졌다.


사용하지 않는 앱 삭제는 물론, 사진첩에서 쓸데없는 사진들을 고른다. 캡처 사진, 여러 컷 찍힌 사진, 잘못 찍은 사진들을 찾기 바쁘다.(그 순간까지도 신중해서 무섭다) 생각보다 많이 저장된 사진에 놀랐고 경고 메시지가 떠야 사진첩을 본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지우지 못한다. 사실 통째로 백업하면 그만이다. 미련 없이 지우면 될 일을 미루고 있다. 이번 생애에 미니멀 라이프는 글렀다. 결국 고르고 골라 전체 용량 99%에서 96%로 줄이는 게 전부다. 겨우 3%. 넘실거리는 물컵에 조금이라도 채워지면 곧장 넘쳐흐르는 것처럼. 조금 더, 더 비우지 못한 핸드폰은 항상 용량 초과로 위태롭다.


뭐든 버리는 것은 어렵다. 가진 것을 내놓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버려야 채울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는 말처럼 쉽지 않다. 사진 한 장도 과감히 버리지 못하는데 무엇을 버릴 수 있을까. 경고 메시지로 내려놓는 삶, 버리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움켜쥐다 집착의 소용돌이에 빠지기도 한다. 옳다고 믿는 믿음이 흔들리면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사사로운 욕망에 더욱 집착한다. 과거 상처나 아픔 역시 쉽게 떠나보내지 못한다. 오랫동안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든 기억, 감정까지 어느 하나 버리기 쉽지 않다. 자신에게 좋지 않은 것도 쉽게 내놓지 못하고 오래 쥐고 있는데 좋은 것은 오죽하겠는가.


차라리 그릇을 키우는 것이 나을까. 담는 그릇을 키우면 더 많이 담지 않을까. 더 담기 위해 그릇을 키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저마다 타고난 그릇 크기를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


결국 새로운 것 담기 위해서, 자신의 그릇을 더 키우기 위해라도 버려야 했다. 인생은 계속 무언가를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는 과정 같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각자의 그릇도 커진다. 비우는 경험이 없으면 결코 더 많이 채우지 못한다. 성장과 변화도 없다. 가끔은 내려놓고 더 내려놔야 한다.


2019년의 아쉬움과 후회를 과감히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 해야겠다. 지나간 것은 지나 간 대로 남겨두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비워야 오늘을 살 수 있기에, 경고 메시지가 뜨기 전에 오늘부터 조금씩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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