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파요

by hohoi파파

아내가 갑자기 아프다. 목이 따끔따끔하다는 아내의 말에 불길함이 엄습했다. 뒤통수가 아린 느낌이었다. 하필 그날 독감에 걸린(이제는 나았다지만) 동생을 만났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바로 약국에 가서 따뜻한 쌍화탕이라도 먹였을 걸 지금 후회하고 있다.


11개월인 둘째가 가장 먼저 일어난다. 잠결 인기척에 놀라 게슴츠레 눈을 뜨면 째는 내 옆에 놀고 있다. 둘째는 (정확한) 알람 시계다. 매일매일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어난다. 그 덕에 가족 모두 강제 기상이다. 신기하게도 첫째는 둘째가 깨면 바로 일어난다. 언제 늦잠을 잤는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그때부터 시작된 육아, 아파서 누워있는 아내 몫까지 고군분투하는 육아에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기분 탓일까. 아까부터 11시 37분에 멈춰있는 시간. 졸린 눈으로 비몽사몽. 오랜만에 두 아들을 보려니 감당 안 는 체력. 두 아들의 전혀 다른 생활 패턴에 정신없다. 다섯 살, 11개월 아이. 키워보니 한 명과 두 명은 천지차이다.


아내는 혹여나 자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플까 봐 답답한 마스크도 벗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잠만 자는 아내가 안쓰러웠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몸이 상한 것 같다.


'여보! 주말에 푹 쉬어, 내가 주말 동안 아이들 돌보며 집안일 맡아서 할게!'

아이를 보면서 집안일하는 것은 사치였다.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루 종일 첫째, 둘째 꽁무니만 쫓아다닌 것 같다. 첫째와 놀다가 둘째 분유 먹이기 위해 부랴부랴 물을 끓였다. 배고팠는지 칭얼거리는 둘째를 달래고 분유를 먹이면 놀아달라고 등에 올라타는 첫째, 관심을 안 준다고 느꼈는지 자기가 먹이겠다고 젖병을 호시탐탐 노린다.


거실이 장난감으로 발 디딜 때가 없다. 필요한 것만 골라서 가지고 놀면 되는데 블록이든 몰펀이든 담겨 있는 모든 것을 엎어버린다. 좍 쏟아져 나오는 장난감 소리에 몇 번이고 잔소리를 삼킨다. 결국 다 놀고 치우지 않아 혼난 아들. 적어도 자기가 가지고 논 장난감은 자기가 치워야 하는 게 아닌가. 형과 합세한 11개월 둘째도 만만치 않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둘째랑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췄다. 흥이 넘치는 둘째, 이제 제법 음악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흔들, 손을 손사래 치듯 휘젓는다. 음성 변조되는 장난감 마이크는 둘째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결국 아픈 아내가 나섰다. 점심때가 한참 지난지도 모르고 아이들과 씨름할 때 아내가 점심을 차려줬다.(아빠 손길은 티가 난다) 아픈 아내지만 구세주 맞다. 아내가 아이를 보고 있는 사이 밀린 설거지를 후다닥 해치웠다. 혼자서 육아와 집안일 같이 하기엔 역부족임을 새삼 깨달았다.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집안일하지 않고 쉬는 게 맞다. 집안 꼴이 아니더라도 핀잔 안주는 것이 아내를 지키기 위한 남편의 지혜임을.


휴! 쉼 없이 이어진 육아는 아이가 잠든 9시로 마무리되었다. 드디어 육퇴 했다. 급하게 아이들을 재웠다고 해야 할까. [사랑의 불시착]을 보기 위해 서둘렀다. 하루 동안 소진된 에너지는 리정혁 슈트 빨, 윤세리 똥 머리로 거짓말처럼 충전됐다. 자정이 넘은 시간, 하루 종일 졸음이 밀려왔는데 눈만 멀뚱멀뚱 1분 1초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


하루 종일 아파서 잠만 자던 아내를 일으킨 힘은 리정혁이었다.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는 아내가 다행? 스럽다. 오늘 최고의 반전은 말로 멈춘 시계였다. 2시가 다 될 때까지 11시 37분에 멈춘 시계를 보고 오늘 하루 정말 길다고 느꼈다는 것. 그만큼 어느 때보다 1분 1초가 더디게 가는 육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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