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고 난 후 얻은 것들과 잃은 것들
[아빠가 육아를 시작한 후 바뀐 것들] 리뷰
여보! 복직하려고?
[아빠가 육아를 시작한 후 바뀐 것들] 이 책은 도준형 저자의 어쩌다 육아를 하게 된 좌충우돌 육아 성장 에세이다. 아빠 육아에서 독박 육아까지, 책을 읽으면서 아빠 육아의 지독한 외로움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외로움, 우울, 무기력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어쩌다 아빠에서 진짜(찐) 아빠가 되는 성장과 공감, 사랑이 담겨있었다. 한마디로 아이를 얻으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던 부모의 삶을 응원하는 책이었다.
도준형 저자는 일명 도반장이라고 불린다. 사실 저자는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지은이 이력을 보고 놀랐다. 여느 사람들처럼 남자가 '초등맘' 카페를 운영을? 고리타분한 편견에 마주했다. 이미 유튜브에서 '도반장 TV_초등맘 라디오'로 유명한 셀럽이었다.
이 책은 한자리에서 한 호흡에 읽히는 책이었다. 나도 모르게 맞아! 맞아! 연신 무릎을 치며 격한 공감을 했다. 내용은 크게 아빠 육아(아내의 복직), 독박 육아(주말 부부), 육아하면서 터득한 깨달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그중 자신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유튜브 도전 이야기는 육아에 지친 부모에게 용기 주는 대목은 아닐까.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이 책은 육아에 지친 아내가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이며 '나도 일한다'며 육아를 당연시 여기고 핀잔주는 남편, 가족 기여에 소극적인 남편에게 선물해주면 좋을 책 같다.(아내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처음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한 권을 다 읽은 느낌이었다.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저자와는 비할 바 없지만) 어떤 이야기가 쓰여 있을지 상상이 되었다. 엄마든 아빠든 아이가 생긴 뒤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 아이가 태어난 뒤, 얻는 것들과 포기해야 하는 것들은 분명했다.
나 역시 아빠가 되고 잃은 것들과 얻은 것들,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아이가 태어나서야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커피숍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잔, 동네 산책, 서점 가서 책 읽기는 아이가 태어난 뒤로 우선순위에서 밀린 지 오래다. 하더라도 아내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마저도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 솔직히 일주일에 한 번, 2시간 운동하는 것도 불편한 마음으로 시작한다.(일단 시작하면 잊지만) 육아든 집안일이든 아내가 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기에 더 신경 쓰인다. 오히려 아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다 보니 정작 나만의 시간은 더더욱 줄어들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아내와 매일 이별한다. 사실 혼자만의 시간은 물론, 아내와의 둘만의 시간도 갖기 힘들다. 단둘이 영화 보거나 차 마시는 일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다. 단적으로 잠자리도 다르다.(아내는 첫째, 나는 둘째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이들을 재우기 전까지 아내와 나는 오롯이 육아와 집안일을 한다. 두 아들과 놀다 보면 저녁 먹을 시간이다. 설거지를 거들거나 다시 두 아들과 놀기 바쁘다. 첫째, 둘째 다른 생활 패턴으로 정신없다. 전쟁을 치른다. 대화도 아이들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디 아픈지는 없는지, 아이와 있었던 일에 대해 나누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아내도 나도 녹다운이 된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고 늘어지게 늦잠 자고 싶다. 2시간 만에 일어나는 신생아 때엔 새벽에 수시로 깼다. 육아 스트레스는 피로 누적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렇다고 늘어지게 늦잠 잘 수 없다. 회복 없는 육아의 악순환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2교대, 3교대보다 더 힘든 직업이 부모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첫째와 둘째는 유독 일찍 일어난다. 주말에도 어김없다. 6시 30분이면 첫째든 둘째든 경쟁하듯 일어난다. 누가 됐든 더 늦게 일어나는 날에는 단연코 아픈 날이다. 문득 알람 소리 없이 아이들보다 먼저 일어나는 일이 서글퍼질 때가 있다.
새로운 능력이 생긴다. 아빠는 슈퍼맨, 엄마는 원더우먼이 된다. 잠귀가 밝아진다. 잠결에 아이의 뒤척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뭔가 싸한 느낌이 들면 아이는 엎드려서 자고 있다. 엄마의 능력은 오죽하겠는가. 아내는 2시간 간격으로 먹여야 할 때 아이보다 먼저 일어났다. 그래서일까 모든 감각이 예민하다. 밥을 안 먹어도 하루를 거뜬히 버틴다.(배고픔을 잊을 정도로 바쁘니 끼니를 놓치기 일수다) 아이 끼니를 챙겨주다 음식 냄새에 질려 이미 배부르거나 밥 먹이는 실랑이를 하다 보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 강제 다이어트를 하지만 슬프게도 살은 안 빠진다.(저녁에 몰아서 먹거나 과자, 초콜릿, 빵을 밥 대신 먹으니) 무엇보다 멀티플레이어가 된다. 빨래를 돌리다가도 때가 되면 분유물을 끓이고 젖병 세척하면서 밀린 설거지를 한다. 복잡한 일들을 일사천리로 마무리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요리가 늘었다는 아내의 말이 그 증거다.
아이는 부모가 함께 키워야 한다.
- [아빠가 육아를 시작한 후 바뀐 것들] 본문 중 -
세상에 당연한 엄마, 아빠의 역할은 없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아닐까. 육아와 집안일은 여자, 아내, 엄마가 하는 일이라고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아기띠를 매고 다니는 아빠, 음식을 하는 남편, 도맡아선 할 수는 없어도 기꺼이 하겠다는 남자들이 많이 늘고 있다. 과거 고정적인 성역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유연해졌다. 둘 중에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반면에 환경은 시대의 변화만큼 유연하지 못하다.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로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세상이 아니었으면.
책 곳곳에 아이를 키우면서 알면 좋은 정보, 노하우가 많았다. 특히 아빠가 깨달은 육아 철학에서 저자의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는 방법, 영어 공부시키는 방법, 책 읽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방법 등은 육아에 좋은 노하우였다. 산후우울증 자가진단표는 신의 한 수이지 않을까.
선뜻 산후우울증에 힘든 아내의 복직을 돕고 배려해준 마음이 따뜻했고 여자의 전유물인 제사를 없애고 새로운 가족 문화를 만든 용기, 행동에 놀랐다. "처음부터 좋은 아빠는 아니었어요"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하고 좋은 부모는 될 수 없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고 몸부림친 결과로 진짜(찐) 아빠가 되는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의 대가는 전쟁 같은 삶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 끝에 부모와 아이의 성장, 행복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이 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희생만 요구되는 삶이 아닌 마음껏 아이를 키우면서 즐길 수 있는 부모의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