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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an 29. 2020

받았다고 하는데 준 적 없는 '상처'

아들 역시 모순된 감정, 생각, 행동으로 괴로운 것 같다. 동전의 양면처럼 모순은 늘 존재한다. 무슨 일이든 '내가 할게!'를 외치며 스스로 하려던 아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기만 바라보길 원하고, 원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길 바란다. 그때부터 자기 요구가 무시되거나 거절당하는 것을 못 참는다. 못 견뎌한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유독 아내에게 응석 부리며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과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충돌하다 결국 혼란스러워하고 상처 받는 듯싶다.


어느 순간부터 아들의 칭얼거림이 듣기 불편해졌다. 맥락 없이 앞뒤 안 가리고 떼를 쓸 때면 더욱 그렇다.

다음 이미지

'사과해야지!'


느닷없이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아들. 상황, 맥락적 이해보다는 자신을 대하는 태도, 말투가 듣기 싫거나 못 마땅할 때, 자기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들 때 '삐졌다며, 짜증 난다며' 마음의 문을 닫는다. 더이상 아내와 나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무작정 사과만 요구하는 아들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사과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과에 집착하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부모로서 억울한 부분도 있다. 이유 없이(아들은 이유가 있다), 이게 속상할만한 일인가 질문하게 되는 일들이 더 많아졌다. 토라져서 등 돌리고 있는 다섯 살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답답하고 속상하다. 한편으로 억울하다. 가끔 화도 난다.(요즘 감정 조절이 최대 과제다) 아들이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처 받았다고 하면 대략 난감하다. 매번 아닌 상황에 대해 설명해줄 수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귀 아프다'라고 '알고 있으니' 그만 말하라는 아들 반응에 대화를 이어가지 못한다.(벌써부터 그러면 사춘기에는 어쩌려고... 벌써 두렵다)   


아들은 섬세하고 감정 표현(언어 표현)을 잘한다. 다섯 살 무렵, 가지가 뻗듯 점점 감정 표현이 세세해졌다. 아직 미숙한 다섯 살 탓도 있겠지만. 어느 아이처럼 자기주장이 강하다. 관심과 사랑,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도 누구보다 강하다. 동생에 대한 질투심도 작용했을까. 동생에게 분유, 이유식을 먹일 정도로 잘 보살피다가도 자기 장난감을 만지려고 들면 몸으로 막기 바쁘다. 돌이켜보면 최근 아이의 감정보다 행동에 교육하고 훈육하는 일이 잦았다. 아들의 요구에 늦게 반응해서 생떼를 강화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얽히고설킨 결과일 것이다.


살면서 한 번쯤, 숱하게 넘어질 수 있다. 넘어져본 아이가 더 잘 걷고 뛸 수 있듯이 넘어지지 않고서 걸을 수도 뛸 수도 없다. 상처를 안 받는 아이로 키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처를 안 받게 키우기보다 상처에 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 역할이 필요하다.   


아이의 마음에 섬세하게 반응하고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최근 아이의 잦은 투정과 생떼로 아이만큼 감정 소모가 심하다. 매번 아이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아들의 감정에 공감하기보다 나무라듯 훈계하는 일로 악순환된다.


점점 아이의 특별함이 바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아이의 욕구를 무시하거나 일관되지 않은 양육 태도로 아이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미안하다.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영혼이 강해지도록 너 자신을 키워라.' 말처럼 결국 상처에 강한 내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의 불편한 감정에 날 선 감정으로 반응 보이지 않도록 해야겠다. 평정심 유지하도록 깊고 길게 호흡해야겠다. 바른 행동이란 잣대를 들이대며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보단 아이의 행동에 숨겨진 감정을 들여다보고 최대한 배려하고 존중해야겠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며 책임지는 경험의 기회도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의 실수에 관대하지 못했다. 어깃장 놓는 행동에 성질만 부렸다. 무엇보다 믿음과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껴서는 아닐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아들을 위해 충분한 사랑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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