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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an 17. 2020

내 동생은 내가 지킨다

지호는 내 동생이니까.


지난 어린이집 겨울 방학, 아내는 오롯이 일주일 동안 아들과 보내느라 바빴다. "애썼다" 표현이 맞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의 도전? 희생에 찬사를 보낸다. 아내는 아들에게 방학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고, 첫째는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막힘없이 술술 말했다(평소에 생각했을까?).

정말 기차타고 송탄에 간 아들

"동물원 가고... 물놀이하고... 도시락 싸서 기차 타고 송탄(처제 집) 가고... 산에 가서 태현이랑 도토리 줍고..." 아들의 겨울방학 계획은 누가 들어도 알찼다. 아들의 계획이 허황된 것은 아니었기에 아내와 나는 무척 난감했다. "Just do it." 아들의 버킷 리스트. 아내는 큰마음을 먹고 하루하루 아들의 꿈을 이뤘다.


하고 싶은 목록 중에 "키즈카페 가기"도 있었다. 마침 처제 내 가족도 방학중이라 놀러 와 있었고 모두 키즈카페에 갔다. 그날에 있었던 일에 대해 듣고 사실 놀랐다. 사건은 이랬다.


두 아들은 한참 동안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고 한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그때 주변에서 놀던 아이들이 둘째 쪽으로 다가왔고, 둘째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져가려고 했단다. 그것을 지켜보던 첫째가 장난감을 재빠르게 낚아챘고 이내 서로 가져가려고 다툼이 벌어졌다고 했다. 다행히도 아내가 중재를 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어쨌든 일어난 일에 대해 마무리를 해야 했고 첫째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지호는 내 동생이니까."


사실 이 말을 듣기 전, 초반 상황이나 아들의 행동만으로 첫째가 장난감 욕심을 부렸구나 생각했다.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양보 좀 하지 그랬어!", "다른 장난감도 많은데 욕심부린 거야?" 판단했다. 솔직히 아들이 한 말을 듣고 나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부끄럽게도 끝까지 다 들어보지 않고 판단하는 성급한 아빠가 되어 있었다.


역시 형은 형이었다. 네 살 밖에 안된 아들의 든든한 형 노릇 하는 모습에 울컥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제야 상황 판단한 나는, 오~ 뒤늦게 뿌듯함이 밀려왔다. 첫째를 잘 키웠다는 생각에 으쓱거렸다.   


부모라면 누구나 형제간에 돈독한 우애를 바란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처럼 모든 것을 희생하는 그런 우애까지 아니더라도 말이다. 다만 두 아들이 커서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것은...(역시 욕심 같다). 욕심을 내려놓고 딱 지금처럼. 동생을 챙겨주는 첫째, 형을 따르고 좋아하는 둘째의 모습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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