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드디어 끝났다.
'메일이 성공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정한 논문을 첨부할 때 짜릿했다. 앗싸! 끝났다는 안도감에 행복감이 밀려왔다.(소리 지르지 못한 것이 지금도 후회된다) 사실 다른 동기들보다 한 학기 늦게 졸업하는 셈이다. 갈팡질팡 논문을 쓸지, 졸업시험을 볼지 정하지 못한 마음은 논문을 쓰는 내내 이어졌다.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괜히 한다고 했나.' 논문을 쓰면서도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꾸역꾸역 마쳤다. 메일 보내기를 클릭할 때 그동안의 고생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돌이켜보면 지지부진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부단하지 않아서다. 매일매일 일정 시간에 논문을 쓰지 못했다. 쓰겠다는 마음보단 귀찮고 하기 싫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하루하루 미루다 보니 정작 써야 할 때 쓰지 못했다. 그렇게 한 학기를 놓쳤다. 그뿐만 아니라 논문 쓰는데 방해되는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업무나 TV보기가 더 우선순위에 있었다. 결국 업무에 급급하다 보니, 저녁에 리모컨을 놓지 못해 논문 쓰기는 뒷전이 되고 말았다.(책 쓰기든 논문 쓰기든 시간 없어서 못 쓴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동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논문을 쓸지 말지 고민할 때 지도교수님과 아내는 '인생의 첫 책' 이라며 식어가는 열정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래! 책 쓰고 싶다는 사람이 논문 쓰기를 미루면 안 되지. 인생의 첫 책이라는데 조금만 더 힘을 내자라는 마음으로 다시 쓰기 시작했다.(지금까지 없는 동기를 끌어모으다가 시간만 보냈던 것 같다. 목표 달성은 동기보다 행동이었다)
따끈따끈 갓 나온 논문제본된 논문을 받을 때만큼은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었다.(사실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금 허탈했다. 기쁨은 완성된 논문에 잠시 머물다가 사라졌다. 내 안의 기쁨을 찾고 찾아 도달한 끝에 '내가 왜 논문을 쓰려고 했을까', '그다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에 했던 질문만 남았다.
완성된 논문은 첫걸음 떼는 수준,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했다. 석사 학위를 따려고 했던 이유는 더 깊은 공부였지 논문이 아니었다. 논문을 쓰고 학위를 따는 것이 곧 전문가, 더 깊은 공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맛만 봤다.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연구해야 할지 흐름만 익혔다. 어쩌면 진짜 목적을 달성하지 않아서 허탈했는지 모른다.
2020년 멈추지 말고 다음 걸음을 떼고 싶다. 다음 걸음이 부담되지만 첫걸음보단 어렵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우여곡절 끝에 꾸역꾸역 했어도 다음 걸음에 발판 되는 작은 성공 경험을 했다. 논문이 결과가 아닌 과정임으로 다음 걸음을 뗄 수 있다.(다짐 전에 그동안 수고했다고 충분히 격려하고 싶다) 이제 두 번째 책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