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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Feb 21. 2020

돌 된 둘째의 생존 필살기

#격해진 뽀뽀

방긋 웃는 얼굴로 가만히 들이대며 입을 맞추는 아들. 수줍은 미소로 다가올 때면 얼마나 설는지. 아들 애교에 살살 녹는다. 그런 아들이 변했다. 뽀뽀가 더 과감해졌다.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갓 돌 지난 아이로 볼 수 없다. 얼마 전, 둘째가 장모님 댁에서 이틀 보내고 집으로 왔을 때였다. 반가운 마음에 '지호! 뽀뽀!'라고 했더니, 갑자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뒷덜미를 끌어당기며 뽀뽀를 하는 게 아닌가. 요놈 봐라! 순간 당황했다. 틀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왠지 아들에게 미안해졌다.


#씻을 때 가만히 서 있기

똥 싸면 씻긴다. 분유를 점점 뗄수록 물티슈로 닦는 것은 한계가 있다. 솔직히 냄새부터 다르다. 전에는 반짝반짝! 황금색에 냄새도 그럭저럭 맡을만했다. 찬란한 황금빛에 황홀했다. 하지만 이유식을 먹고 밥을 먹고 나서부터 달라도 너무 다르다. 냄새도 고약하지만 양도 어마어마하다. 그때부터 씻기기 시작한 것 같다. 잡고 서기 시작하면서 씻길 때 빨간 목욕 의자를 붙잡게 했다. 금방이라도 흘러 넘 칠 것 같은 지저귀 뜯고 엉덩이를 씻겨준다. 신기하게도 가만히 대준다. 마치 온천욕을 즐기는 어르신처럼.  


#먼저 일어나도 안 깨우고 기다리기

둘째의 기상 시간 6시 30분. 둘째와 함께 범퍼 침대에서 잔다. 거의 모든 날을 둘째가 먼저 일어났다. 나 역시 둘째 인기척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지만 쉬고 싶은 마음에 자는 척하고 버티기도 한다. 실눈으로 둘째가 뭐하는지 보고 있으면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차분하다. 여느 아이 같으면 울고불고 난리 났을 텐데. 깜깜한 방 안에서 불안하거나 무섭지도 않은지 내 머리맡에서 내가 깰 때까지 기다린다. 가끔은 내 얼굴을 만지고 볼을 비비며 베고 있는 베개에 누워 천장을 멀뚱멀뚱 보는 둘째. 정말 타고난 장난꾸러기다.  


둘째가 첫 영유아 검진을 받았다. 결과가 다소 당황스럽고 믿기지 않는다. 사실 둘째라 더 빠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모든 영역에서 느리다고 했을 때 아차 싶었다. 돌이켜보면 그럴 만도 하다. 유독 발달이 빨랐던 첫째, 둘째는 어련히 클 거라는 생각에 육아 감수성이 떨어졌는지 모른다. 먹는 것부터 놀잇감까지 첫째 때보다 어느 하나 나은 것 없다는 사실에 미안했으며 죄책감마저 들었다. 둘째가 아픈 손가락이 안되길 바라며 첫아이를 키우는 심정으로 돌봐야겠다. 아들아! 미안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필살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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