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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Feb 18. 2020

달갑지 않은 눈에 대한 아빠 육아의 태도

퇴근 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꼭 눈싸움을 해야겠다는 아들. 반면에 나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리는 눈 때문에 심난했고 내일로 미루고 싶었다. 아내는 유호가 지금 하고 싶어 한다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스피커로 전해지는 아들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는 수 없이 집에 짐만 내려놓고 눈싸움 위해 이것저것 챙겼다.

손 시린데 장갑이 없었다. 아내가 나가기 전에 고무장갑이라도 챙기라고 해서 꾸역꾸역 챙긴 녹색 고무장갑. 누가 볼까 두려웠다.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녹색 장갑만 보면 섬뜩했다. 발걸음 가벼운 아들과 마지못해 가는 나는, 온도 차이가 다. 동심 파괴 아빠는 되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집 근처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딱 30분만 놀자! 너무 추워서 더 이상은 무리였다. 손발이 너무 시리고 칼로 베인 듯 아팠다. 시간이 지나면 동상 걸릴 것 같다. 반면에 아들은 추위도 잊고 신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을 보는 강아지처럼 온몸으로 첫눈을 만끽했다. 쌓인 눈을 손으로 흩이고 옷 젖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털썩털썩 주저앉았다. 

누군가 길거리에 만든 눈사람과 사진도 찍고 직접 눈사람도 만들었다. 아들과 함께 눈싸움도 했다. 어린 시절 눈 내리면 했던 놀이를 하나둘씩 꺼냈다. 눈으로 과녁을 그렸과녁 안에 둥그렇게 뭉친 눈을 던졌다. 아들도 나를 따라서 과녁 안에 눈을 던지기 시작했다. 참을 던지고 나서 아들에게 눈꽃 핀 나무 옆에 서보라고 했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힘껏 발로 나무를 찼다. 생각과 다르 눈이 흩날렸지만 아들은 그마저 좋아했다.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천진난만한 아들 모습에 심란한 마음도 거짓말처럼 씻겨 내려갔다. 오히려 가슴 한편에 꽁꽁 간직해둔 동심을 일깨워준 아들. 까르르 아들 웃음소리에 아내도 나도 행복했다.


정말 딱 30분 채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쉬웠던지, 내일도 눈싸움 하자는 아들... 음... 그래... 말끝을 흐렸다. 약간 동공이 흔들린 것은 인정한다. 아들아! 내일은 멀리 가지 말고 집 앞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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