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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Feb 14. 2020

공감하는 아이로 키워야 하는 이유

만약에 친구가 그렇게 한다면, 유호는 어떨 것 같아?

첫째가 둘째를 괴롭힌다. 목을 조르거나, 발로 지그시 누르거나, 몸에 올라타는 행동을 살살 눈치 보며 할 때가 있다. 문제는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할 때다. 행동을 멈추지 않아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많다. 마치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결국 말 못 하는 12개월 둘째는 소리 지르거나 울음이 터지고 만다.


누가 봐도 심한 장난이면,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동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제지한다. 꾹꾹 욱하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최대한 차분하게, 단호하게, 동생이 말 못 해서 그렇지 우는 것은 싫고 아프다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이 싫다고 하는데 계속하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설명해준다.


안아 주려고 한 거야


첫째는 오히려 내게 역정을 낸다. 자기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되려 화를 낸다. 뻔히 보이는 아들의 거짓말과 둘러대는 태도에 다시 화가 끓어오르지만 어쩌겠는가. 아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미성숙한 다섯 살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마음에, 같이 놀고 싶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과격해지는 것을, 동생이 왜 우는 것인지를, 찡그리는 표정에 담긴 의미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을.(알면서도 보란 듯이 행동할 때면 몇 번이고 무너지지만)



학교에서 친구 관계, 학교생활 적응을 유독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 가장 큰 공통점은 공감 능력의 부족이다. 지금 자기의 생각, 감정, 행동만 중요하다. 철저히 자기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혀있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 처한 상황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다. 결코 윈윈 하는 타협과 협력을 원치 않는다. 입은 피해만 집착한다.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며 남 탓하기 바쁘다. 자신에게도 원인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쉽게 짜증내고 흥분한다. 욱하는 감정은 갈등 상황에 자주 놓이며 문제 해결 방법은 복수를 선택한다. 기어코 몇 배로 돌려줘야 직성이 풀린다.


감정을 폭발하는 어느 학생 이야기다. 씩씩 거리며 복지실로 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고 속으로 무슨 일이 있구나 짐작했다. '무슨 일 있어?' 물었고 체육 수업 때 자기도 하고 싶은 데 안 시켜준다고 짜증 난다고 했다. 그래서 수업을 거부하고 강당 밖으로 왔다고 했다. 그 아이의 말만 들어서는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어서 '화가 많이 났네!' 공감만 해주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아이의 말과 많이 달랐다. 그 아이 순서가 아니었고 선생님은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기다리라고 했다고 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느냐는 학생 몫이었지만 결국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짜증과 함께 화를 냈고 부정적인 감정은 수업 거부라는 행동까지 이어졌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면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도 눈에 띈다. 수업 시간에 좀처럼 제자리에 앉지 못한다. 옆에 있는 친구들과 떠들거나 교실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차라리 엎드려서 자면 좋으련만) 친구들 방해하기 바쁘다. '어차피 나도 안 하는데 너희들도 해서 뭐해!'라는 못된 심보가 깔려있다. 공부하기 싫은 마음, 공부에 흥미 없는 이유를 대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태도에 할 말을 잃는다. 배려는커녕 자신의 행동이 수업에 방해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 행동을 제지하는 선생님에게 오히려 짜증내고 더 심한 반항을 할 뿐이다. 남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고 나 밖에 모르는 제 멋대로 하는 행동은 공감 능력과 관련 있다. 상대방의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막무가내식의 태도는 공감 능력 부족의 모습이다.


공감 능력이 탁월했던 오바마는 연설 때마다 이슈였다. 연설 도중 끼어들고 방해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오바마의 태도는 인종 차별, 빈곤, 계층 간의 극심해지는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 사회에 큰 감동을 주었다. 'I wii lisen to you!' 대통령 수락 연설 때부터 고별 연설까지 오바마는 항상 들을 준비가 되어있었고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중재할 수 있었다. 오바마의 소통능력, 공감능력은 분쟁과 갈등 속에 이해를 넓히고 협력을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 공감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가 성장해 어른이 될 쯤이면 더욱 그러지 않을까.


어떤 팀이 성과가 좋은가? 카네기멜론 대학교와 MIT 대학교 심리학자들이 공동 연구한 결과, 성과에 팀워크와 지능지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성과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공감 능력’이었다. 더 이상 좋은 성과를 위해 개인의 능력, 재능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기적인 잘난 개인기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팀워크,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때론 극심한 갈등관계에 놓인 타인과 얼마나 협력을 하고 이끌 수 있는가가 성공에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공감이란 타인의 시선과 감정에 잠시 머무는 일이다.
공감이란 우는 동생이 걱정되는 마음이다.
공감이란 친구들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 들여다보는 알아차림이다.

       

공감 능력은 기질로 타고 나는 부분도 있지만 얼마든지 훈련 가능하다고 한다. 발단 단계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다. 어린 아이나 청소년들이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것은 뇌과학 측면에서 당연한 행동이다.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결과다. 전두엽에 발달하지 못하면 감정 조절을 하고 이성적인 판단,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할 수 없다. 감정에 통제받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충동적이고 절제하지 못하고, 행동 선택에 합리적이지 못하는 이유다.


아이의 감정을 거부,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강압적인 태도는 공감 발달을 방해한다. 나 역시 아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폭발하거나 내색하면 불편한 감정이 먼저 올라왔다. 사실 나 역시 부모로부터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받아본 경험이 없다. 받아보지 않아 서툰 것이었을까. 아들이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아버지는 '사내자식이 무슨 눈물이냐!' 무시하기 일수였고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이유를 묻지 않았다. 오직 판단은 아버지 자신의 옳고 그름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들의 감정 표현에 존중한다는 가면 아래 거부하거나 무시하고 내버려 두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안돼!', '그만 울어!' '그게 울 일이야?' 힘으로 억압하거나 내버려 두고 무시했다. 그 행동이 불난데 기름 붓는 격인지 모르고 말이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공감하라. 공감받아본 아이가 공감을 할 줄 안고 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제한은 그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낫다. 행동에 초점을 두면 아이 입장에서 억울한 감정만 쌓인다. 아이가 하는 행동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부모가, 보모라면, 어른이라면 내키지 않아도 동의하지 않아도 아이의 감정을 먼저 들여다보고 공감해주어야 한다. 부모가 먼저 손 내밀지 않으면 닫힌 아이의 마음 문은 결코 열리지 않았다. 그래야 아이가 상처를 입지 않고 타인에게 적대감을 품지 않는다.

[모든 것을 이기는 태도의 힘] 책 표지
네가 만약 그런 상황이면 어떤 기분이겠니?


[모든 것을 이기는 태도의 힘] 책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어머니는 오바마를 키울 때 상대방의 기분을 어떨지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오바마 어머니가 했던 질문을 곱씹게 됐다. 그 후 아들에게 대하는 태도를 바꿨다.


어느 날, 동생이 놀고 있는 장난감을 가로채는 아들을 보고 '유호야! 동생이 왜 우는 것 같아? 만약에 동생이 유호가 놀고 있는 장난감을 말없이 가져가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물었고 그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어리둥절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가져갔던 장난감을 다시 돌려줬다. 물론 항상 순순히 내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행동에 제한을 두어라. [프랑스 아이처럼] 책에서 '그러나 아이에게 모든 걸 즉시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아이가 한계를 만나 좌절감을 느끼고 거기에 대응해나갈 때, 더욱 행복하고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제한 두기를 다룬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없고, 원하는 대로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자기 조절력이 향상되고 그러지 못하는 이유(상대방의 욕구)에 대해 대처한다.    


공감 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와 함께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너와 나의 구분이 뚜렷하면서도 유연해 관계 맺음도 잘한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가 부드럽다. 때론 갈등을 중재하는, 문제 해결 능력과 적응력도 뛰어나다.


공감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공감하는 부모가 되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란 말처럼 부모가 먼저 연습하고 끊임없이 시도하며 실패를 맛봐야 일관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려고 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처럼 오늘부터 아이를 자주, 오래 들여다봐야겠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데에도 무언가 합리적인 동기가 있으므로, 귀를 기울여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는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 프랑스 아이처럼 본문 중 -

아이보다 나를 먼저 사랑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나 봅니다. 오늘부터라도 아이가 말을 걸어오면 하는 일 멈추고, 특히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이가 하는 말에 집중해보세요. 아이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이 땅의 모든 육아에 지친 엄마, 아빠들 응원합니다.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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