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이들과 외출했다. 하필이면 며칠 만에 나간 곳이 병원이라니. 집안에만 있는 것이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렸을까 이틀 전 처가댁에 하룻밤 자고 나서부터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첫째는 헛구역질에 가슴이 아프다고 하고 둘째는 흰 콧물이 줄줄 흐른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후다닥 집으로 출발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오랜만에 외출해서 그런지 아들이 자꾸 어디로 가자고 하는데,
"우리 도서관 갈까?"
아니, 코로나 때문에 문 닫았어!
"우리 홈플러스 갈까?"
아니, 코로나 때문에 마트에 못가!
"우리 찬미 이모 병원에 갈까?"
아니, 코로나 때문에 안될 것 같아!
이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이었다. 일상이 어수선하다. 마스크가 없으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가기가 (눈치 보여서) 꺼려진다. 계속해서 늘고 있는 확진자 수에 걱정을 넘어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제는 병원이나 보건소, 주민센터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출입이 제한된다. 체육시설도, 도서관도 휴관한 지 오래다. 코로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했던 공무원의 사망 소식으로 더 안타까웠다. 언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계속되는 긴장감으로 점점 지쳐간다. 이 답답한 마스크를 하루빨리 벗고 싶다.
아들이 살아갈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면 두렵다. 그때에는 푸르른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지금도 미세먼지가 심해 푸르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을 손에 꼽는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수 사 먹듯 산소호흡기를 끼고 다니는 모습이 일상일 수도. 기후도 점점 따뜻해 겨울마저 포근하다. 2월 이틀 내린 눈이 전부였다. 이제 눈 구경하려고 강원도 가게 생겼다. 2100년이면 남극 빙하도 다 녹는다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며칠 전 아들이 자석블록으로 자동차를 만들었다. 아내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무슨 자동차 같은지 물었다. 좀처럼 알 수 없었고 뭔지 되물었다.
미세먼지 청소차야!
아들도 느끼고 있었다. 미세먼지 존재를. 아들과 외출할 때면 항상 미세먼지 오염 정도를 확인하고 나갈지를 결정했다. 이제는 아들이 먼저 "오늘 미세먼지 어때?" 물어본다.
요즘 아이들은 밖에서 놀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다. 어느 순간 학교에서는 미세먼지 오염 정도를 보고 야외 활동을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몇 날 며칠 계속 이어질 때도 많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지금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세먼지, 코로나 사태가 어른들의 책임 같아 더 미안한 마음이다.
사스처럼, 신종플루처럼, 메르스처럼 코로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 최근 코로나 백신이 개발됐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더 이상 희생자 없이 이 사태가 종료됐으면 좋겠다. 무료했지만, 평범했지만 그 일상마저 감사했다는 것을 코로나 때문에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