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평생 아빠 포옹권"을 선물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달려와 안길만한 아빠가 되는 게 꿈이다. 내겐 꿈같은 일이다.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아들이 이다음에 커서도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힘든 일이든 거리낌 없이 내게 와주면 좋겠다. 품 안에서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는 따뜻한 아빠, 부대끼며 놀 수 있는 친근한 아빠, 때론 인생의 방향을 안내하는 존경하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아버지를 안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여러분도 그런가요?) 아버지를 언제 안아봤을까, 흩어진 기억을 더듬고 거슬러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22살 때다. 군입대를 위해 논산 훈련소로 가던 날, 대문을 나설 때. 잘 다녀오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안은 포옹이 전부다. 부끄럽게도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한 아버지와의 스킨십이었다. 남들은 쉽게 하는 포옹도 막상 하려니 용기가 필요했다. 포옹도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슬프게도 그 뒤로 아버지와 포옹한 기억이 없다. 손잡은 일도. 지금도 아버지와의 스킨십은 부담스럽고 어색하다. 이미 그런 모습이 서로 익숙해졌다. 어쩌면 아버지도. 아버지는 무뚝뚝한, 다정다감한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편하지도 않다. 그 때문에 항상 무서운 존재였다. 아니나 다를까 나도 무뚝뚝하고 표현에 서툰 아빠를 닮았다. 아버지를 위해 다시 한번 용기를 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껴안아야지
매일매일 아들과 껴안으며 논다. 아들도 좋아하는 미니 특공대 역할 놀이다. [미니 특공대: 공룡왕 디노] 영화를 보고 난 후로 하게 된 새로운 놀이다. 나는 무시무시한 디노 왕 티라노사우르스, 아들은 새미(빨간색) 아니면 맥스(노란색) 역할을 맡는다. 대사 치는 아들을 보면 봉준호 감독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내가 먼저 팔로 원을 크게 돌리면서 "디노 왕 소환"을 외친다. "으악~" (무서운 티라노사우르스 표정과 함께 울부짖는다) 마치 소환된 공룡왕 디노인 것처럼 포효한다. 그러면 아들은 재빠르게 품속으로 달려온다. 아들은 "디노 왕이 껴안아야지"라며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안아달라고 한다.
"도망갈 수 없다. 친구들은 너를 구해줄 수 없어." 디노 왕에 빙의되어 아들을 와락 껴안는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아들은 혼잣말로 다른 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볼트(파란색), 리오(검은색) 도와줘" 다른 대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올 거라고 믿는 것 같다. 안된다 싶으면 그때부터 탈출 연기를 펼친다. 그때 아들을 안고 뒹굴뒹굴 좌우로 구른다. 아들이 마지막 필살기를 사용하면 그제야 놔준다. 이때 힘의 강약 조절은 필수다. 쓸데없는 승부욕으로 몇 번은 이겨봤는데 다 부질없었다. 지는 역할만 충실하면 되었다.
아빠 스킨십는 생각보다 중요했다. 아빠와의 스킨십은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아빠와의 친밀한 관계를 위한 첫걸음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는 아빠의 체온을 느끼며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한다. 스킨십은 사랑을 넘어 치유 자체였다. 스킨십은 아이의 뇌를 자극해 뇌, 신체, 정서 발달에 도움된다고 하니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양육법이었다.
오히려 아들을 안고 있으면 내가 사랑받는 느낌이다. 품속에 안겨 있는 아들에 위로받고 치유된다. 아들의 심장소리, 숨소리를 들으며 체온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퇴근 후 녹초 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기 충분하다.(어쩌면 오늘도 이 놀이를 할 것 같다.)
두 아들과의 스킨십을 즐겨야겠다.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하루 10분, 30분이면 충분하다. 더 안아주고, 토닥거리고, 쓰다듬어주고, 마사지나 놀이를 핑계로 자연스럽게 스킨십해야겠다. 오늘부터 두 아들에게 "평생 아빠 포옹권"을 선물해야겠다. 적어도 두 아들에게 아빠와 스킨십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도록. 그게 얼마나 죄스럽고 미안한 일인지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