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누워서 놀아줘도 최고

아이들과 놀면서 운동하는 아빠

by hohoi파파

어느 날 아내가 내게 볼멘소리를 했다.


애들은 내가 누워있는 꼴을 못 본다니까


"오빠는 누워서 놀아줘도 괜찮은데, 애들은 내가 1초라도 누워있으면 난리 나!" 어? 정말?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워서 놀아도 잘만 노는 아이들에 아내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워있는 꼴을 못 본다는 애들. 돌이켜보면 정말 아내가 누워있으면 잡아당기며 일으켜 세웠다. 아이들의 태도가 다른 이유는 뭘까.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봤고 여전히 누워서 놀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어이없어했다.


어느 육아 책에서 아이들은 엄마를 자신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대상, 아빠는 자신과 노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아들만 보면 그렇다. 아이들은 배고플 때, 간식 먹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엄마를 찾는다. 잠자리도 늘 엄마랑 자길 원했다.(이것은 서운하더라) 속상하거나 짜증 나면 그 감정을 아내에게 더 드러낸다. 떼쓰는 것도 더 심하다. 아무래도 엄마가 가장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줄 거라고 믿는 것 같다. 반면에 놀 때는 영락없이 나를 찾는다.(아들이라서 더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아빠! 같이 놀자." 퇴근하고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엉겨 붙으며 조른다. "오빠가 퇴근하고 오면 아이들의 표정부터 다르다."는 아내 말처럼 아이들은 나랑 놀 때 가장 즐거워한다. 한바탕 몸을 부대끼고 놀면 그제야 만족한다.


아빠만이 줄 수 있는 게 따로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빠 효과는 아이들의 사회성과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 [엄마가 모르는 아빠효과] 본문 중 -


아내와 아이들이 노는 것을 관찰하고 왜 아이들이 놀 때 아빠를 찾는지 알았다. 아내가 노는 방법과 다르다. 아내보다 아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고 충족해준다. 나는 몰펀 부속품인 고무줄로 새총을 만들어 사냥 놀이를 하는가 하면 볼풀공으로 구슬치기를 한다. 아빠와 노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아내 눈에는 위험해 보이는 놀이도 서슴지 않게 한다. 미끄럼틀 위해서, 침대 위에서 품속으로 뛰어내리는 아들들을 말리지 않는다. 갓 돌 지난 둘째에게 미끄럼틀을 오르도록 발을 받쳐준다. 블록 놀이도 뚝딱뚝딱, 어려운 조립도 가능하다. 엄마보다 힘이 세고 체력까지 있으니 아들이 만족할 수밖에 없다.


나이 들수록 놀이도 진화한다. 예전과 다르게 점점 떨어지는 체력으로 눕게 된다. 은근슬쩍 자연스럽기까지. 퇴근 후 몸으로 놀아야 하는 두 아들 둔 아빠로서 아이들과 놀기 위한 고육지책인 샘이다. 아빠니까 가능한 놀이. 아이들과 놀면서 잠깐잠깐 쉴 수 있어 좋다. 그래도 아이들은 껄껄거리며 재밌게 노니 얼마나 다행인지.


단연 누워서 할 수 있는 놀이 중에 가장 으뜸은 병원놀이다. 무조건 환자 역을 맡는다. "의사 선생님! 아파요." 아들에게 치료해달라고 하면 부산스럽게 뭔가를 준비한다. 상상의 주사기, 약을 챙겨 오며 정성을 다해 돌본다. 약도 발라주고 열도 재주고 주사도 놔준다. 괜찮냐며 상태도 확인한다. 이 순간만큼은 아들은 명의다. 최근 병원 놀이가 업그레이드됐다. 최근 영화관에서 본 미니 특공대 장면을 따라 한다. 아들은 남자 주인공, 나는 상처 입은 공룡왕 디노 티라노사우르스. 팔에난 상처에 약초를 발라주고 목마를까 봐 물도, 배고플까 봐 고기도 챙겨준다. 나는 공룡왕 디노 역에 충실하면 된다. 그냥 앓으면서 자는 척하면 된다.

아들과의 놀이가 브리지 자세라는 것을 몰랐다. 누운 채 두 아들을 배워에 앉혀 엉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한다. 코어 운동 중 하나인 브리지 자세. 아이들과 놀면서 운동 효과까지, 1석2조다. 스트레칭하는 동시에 허리 근력 강화 효과가 있다고 한다. 18킬로 첫째, 11킬로 둘째를 배 위에 올려놓았으니 무리만 안 한다면 따로 헬스장 갈 필요가 없다. 이러다 초콜릿 복근이 나올까 걱정이다. 어쨌든 올라갔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기분은 마치 자이드롭 타는 것처럼 짜릿한가 보다. 까르르 웃는 두 아들 반응에 계속 누울 수밖에 없다.(자기 합리화 중)


요즘 첫째가 브리지 자세로 동생이랑 논다. 자기 배에 동생을 올려놓고 엉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한다. 아들은 아빠를 따라 하는 걸까. 어느새 놀이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때도 같이 누워서 쉬지만.

고전적인 놀이, 비행기 태우기다. 아들 팔을 맞잡고 발로 아들을 들어 올린다. 난기류에 흔들리는 비행기처럼 좌우로 이리저리 흔든다. 흔들면 흔들수록 더 좋아하는 두 아들. 응용도 가능하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후, 무릎을 굽힌 채 발등에 아들을 앉힌다. 다리를 가슴 방향으로 당겼다 폈다. 코어 운동의 일종인 이 자세는 복근과 허벅지 운동에 최고다. 비록 놀이와 운동을 함께 하지만 아이도 나도 즐겁다.


친근한,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아이들과 부대끼며 놀 수 없다. 표현에 서툰 아빠라면 더 그렇다. 방법은 결국 조금씩 늘리는 스킨십에 있다. 신생아 때부터, 어쩌면 태교 하면서부터일 수도. 자주 안아주고 분유를 먹이면서 아이와의 애착이 만들어진다. 특히 아이 목욕시키는 아빠 몫인 것 같다.(여보! 뒤늦은 깨달음이라 미안하오) 출산으로 몸 회복이 덜된 아내에게 신생아도 버겁다. 애착관계 형성뿐만 아니라 아내 손목 보호에 도움이 된다. 아들일수록 성교육을 위해 아빠와의 목욕은 필요하다. 부성애도 의식하면서 학습해야 비로소 습관이 되는 것 같다.


아내가 억울하겠다. 퇴근하면 누워있는 남편이. 누워서 아이들과 노는 남편이. 그래도 아들의 반응 보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같이 있는 자기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놀아주는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에, 누워서 노는 아빠라도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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