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만약에 20억이 생기면 어디에 쓸 거예요?
어느 학생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속으로 20억? 순간 20억을 쓸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20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허왕된 꿈이지만 상상만으로 가슴이 벅차다니. 그래서 가끔 로또 1등이 되면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20억을 쓸 수 있다면... 과연... 나는...
"엄마는 20억이 생기면 아파트와 가구를 산대요." 순간 학생의 말을 듣고 뜨끔했다.
사실 가장 먼저 아파트 살 궁리를 했다. 민망할 정도로 질문이 끝나자마자 20억을 어디에 쓸지 계산을 마쳤다. 평수를 늘려 새 아파트로 한 5억, 곧 셋째가 출산하기에 현재 준중형 차를 팔고 신형 카니발로 한 5천만 원, 복지 센터 겸 북카페 사업 자금으로 한 5억. 벌써 10억 넘게 쓰고 말았다. 100세 시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날름날름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건물을 생각하며 나머지 금액을 가족들에게 나누다 보니 20억도 금방 쓰는 돈이었다.
"선생님도 아파트 사고, 차사고, 가게 차리고, 가족들 주면 다 쓰겠는 걸." 선생님 체면에 구구절절 말할 수 없어 대충 얼버무렸다.
학생은 가족에게 나눠준다고 하니 왜 비밀로 안 하냐고 되레 묻는다. 학생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로 민망함에 깔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초등학생과의 허무맹랑한 대화였지만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먼 미래를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20억... 잠깐 동안이었지만 행복한 꿈을 꿨다.
진짜 로또 1등이 20억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