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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Sep 10. 2020

둘째는 알았을까, 엄마가 곁에 잠시 없다는 것을.

어느덧 아내가 입원을 한 지 3주 차가 됐다. 돌이켜보니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무슨 일이 그리 많은 지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육아와 집안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다음 날을 맞이 할 때가 많았다. 정말 육아와 집안일은 예측도 되지 않을뿐더러 계획을 했더라도 그렇게 될 리 만무했다. 나름 숨 가쁘게 지냈지만 3개월 같은 3주였다.


아내가 입원 한 일주일 동안 감정이 자주 오르락내리락했다. 아내가 입원실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었을 때 어쩌면 출산이 곧 퇴원이겠구나 싶어 앞이 캄캄했다. 그날 밤, 아이들을 재우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혼자 멍하니 한숨만 쉬었던 것이 생각난다.


혼자 두 아들을 챙기다 보니 늘 긴장감의 연속이다. 두 아들이 바라는 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조급한 마음이 꿈틀거렸고 욱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어느 순간 아이들을 재촉하고 다그치기는 모습과 마주했다. 애꿎은 두 아들에게 짜증내고 화를 내버렸다. 두 아이를 재우면서 스담스담 어루만져주며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죄책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저변에 깔려있는 불안감, 혹여나 아내와 찐이가 잘못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이 계속 이어졌다. 그냥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아내가 입원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긍정의 힘인가, 아님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아빠의 책임감 때문인가. 제일 어려웠던 두 아들 옷 챙기는 것부터 집안일도 척척. 놀랍게도 예전보다 육아와 집안일을 손쉽게 해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을까, 자책했다면. 지금은 아내가 입원한 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병실이지만 그동안 하지 못한 태교를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오롯이 찐이만을 생각하며 쉴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차츰 아내 없는 삶을 적응하고 있었다.  


말은 못 하지만 둘째는 엄마와 잠시 떨어져야 함을 직감했던 모양이다. 둘째는 엄마가 부재인 상황을 누구보다 가장 잘 적응하고 있다. 엄마를 찾거나 떼쓰는 않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계속해서 엄마를 찾고 불안해했다면 아마 진작에 멘털이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18개월밖에 안된 둘째가 가장 걱정됐다. 마음 한 편으로 둘째가 잘 해낼 거라고 믿으면서 혹여나 분리 불안이 생길까 신경이 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둘째는 적응 기간 없이 어린이 집에 가야 했다. 과연 둘째는 마음의 준비 없이 간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둘째는 지금 일생일대 처음 겪는 위기이다.  


둘째의 적응을 돕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 매일 밤, 둘째를 재우면서 둘째에게 매일매일 지금 왜 엄마가 없는지 설명하고 있다.


"지호야! 동생이 건강하게 태어나려면 엄마가 잠시 병원에 있어야 해."


"지호야! 엄마랑 찐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올 수 있게 기도하자."


둘째의 성공적인 어린이집 적응을 위해 첫째 먼저 유치원에 데려다준다. 유치원에 거의 도착할 때쯤 다시 한번 "유호, 지호야! 잘 다녀와,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고, 아빠가 일 끝나면 데리러 올게." 일부러 들으라고 인사를 했다. 형이 유치원을 가는 것을 보면 자기도 어린이집에 가야 된다는 것을 알지 않을까 싶어 첫째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둘째랑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바로 들어가지 않고 "아빠 금방 올 거야, 선생님과 친구들과 놀고 있어!" 이야기한다. 웃으면서 잘 떨어지다가도 어느 날은 울고불고할 때면 속상하다.  


둘째를 재울 때 토닥토닥 엉덩이를 두드리거나 스담스담 등 돌려 누워 있는 아이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기도한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속삭인다.


"오늘 어린이집에 별일 없이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뉘엿뉘엿 저무네요. 뽀로로, 크롱도 이제 집에 간다네요. 모두 새근새근 잠들어요. 내일 아침 해가 밝으면 어린이집에 가네요. 내일도 선생님과 친구들과 즐겁게 놀다 올 수 있게 해 주세요."


책을 읽어주고 동요를 불러주고 기도를 마치면 둘째의 눈은 어느새 스르르 감긴다.


어느 날, 등을 돌리고 누워있던 둘째가 가만히 내 기도를 듣더니 얼굴을 획 돌리며 나를 봤다. 순간 놀라 숨죽이고 자는 척했다. 실눈을 뜨고 아들을 지켜봤더니 나를 한번 쓰윽 쳐다보고 다시 등을 돌려 누웠다.

아들의 눈빛, 행동이 마치 "아빠 걱정마요. 잘 다녀올게요. 저 이만 잘게요." 하는 것 같았다. 쿨하게 다시 등을 돌리고 이내 잠든 둘째. 아! 둘째도 견디고 있구나 싶었다.


걱정된 마음에 서둘러서 둘째를 데리러 가면 항상 나를 보고 "빠! 빠! 빠!" 소리 지르며 해맑게 웃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기특한지. 내 품에 안겨 힘주어 목을 감싸는둘째의  감정느껴다. 온전히 자기를 맡기며 힘을 빼는데 잠시나마 내 품에서 위로받는 것 같았다.


나와 두 아들은 서로서로 똘똘 뭉쳐 위로하고 받으면서 위기를 견디고 있다. 3주 지났으니 7주가 남았는데 더 단단히 멘털을 부여잡고 흔들리지 말아야지. 아자! 7주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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