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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Sep 17. 2020

동생이 있는 첫째의 진심

"유호야, 집에 이모랑 태현이가 와 있대!"
"앗싸!"
"아빠, 이모부도 왔어?"
"아니, 이모부는 일 때문에 같이 못 왔어."
"힝~"
"유호야, 이모부가 왔으면 좋겠어?"
"이모부는 계속 안아주는데..."
"아빠도 안아주잖아, 아빠가 안아줄게."
"아빠는 한 번만 안아주고, 항상 지호 먼저 안아주잖아."

예상치 못한 첫째 말에 순간 당황했다. 사실 첫째가 맞는 말을 해서 뜨끔했다. 낯 뜨거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3초 정도 대꾸도 못하고 머뭇거렸다. 대충 아빠가 잘 안아주는데 얼버무리고 말았다. 한편으로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동생이 아직 어리고 걷는 게 서툴러서 그래, 오해라고.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아직 첫째 입장에서는 그냥 핑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꾹꾹 눌러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아무래도 둘째를 더 안을 수밖에 없다. 19개월 둘째의 손발이 되어주느라 첫째보다 더 챙기게 사실이다. 둘째를 안고 있으면 첫째가 쪼르르 달려와서 나도 안아달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첫째 요구에 거의 대부분을 거절했다. 습관이 들까 봐 안아줬어도 금방 내려놓았다. "유호는 이제 어린이라 걸어야 해, 유호가 많이 커서 오래 안지 못해, 아빠도 힘든데. 지난 첫째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하니 미안했다. 그냥 잔말 말고 첫째를 안아줬을걸. 첫째 입장에서 서운할만했다.


이제는 잔말 말고 첫째를 먼저 안아줘야겠다. 느닷없이 태어난 동생에게 모두 뺏기고 있는 첫째. 좋게 말해 양보고 배려라고는 하지만 첫째에게는 잔혹한 박탈감이었다. 마냥 좋았던 아빠와의 시절에 동생이 끼어든 거나 마찬가지였다. 첫째도 가끔은 아빠 품에 안겨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아빠를 독차지하고 싶을 텐데. 앞으로 첫째가 서운한 마음 들지 않게, 동생에게 상대적 박탈감이 들지 않게, 풀지 못한 마음이 쌓여 분노하지 않게 해야겠다. 속상한 마음을 잘 다독여줘야겠다.


유호야! 이제 다섯 살 밖에 안된 너를 너무 큰 아이 대하듯 했구나. 오늘부터 동생보다 먼저 안아줄게, 먼저 물어봐 줄게. 그동안 아빠로 인해 서운했다면 미안하구나. 사랑한다 아들.

유호야! 네가 유호라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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