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르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초조했다. 하지만 매번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다'는 메일만 받았다. 무덤덤했다. 별 기대 없이 메일함을 열었다. 이만하면 받아줄 때도 되지 않았나 오기가 생기더라.
메일 제목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메일 제목을 보고 와우 환호성을 쳤다. 몇 번만의 쾌거인가. 7번의 시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됐다. 작가라고 불러주니 기분만큼은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브런치에서 소중한 글을 기대한단다. 부담이 커졌다. 일기도 안 쓰는 사람에게 무리한 부탁 아닌가.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몇 글자 끄적거리다 작가 서랍에 처박아둔 글이 먼지와 함께 쌓였다. 어쩌다 떠오른 글감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썩혔다. 지금도 아끼다 똥 된 글감이 수두룩하다.
정체된 고속도로에 갇힌 기분이다. 글이 꽉 막혀 좀처럼 다음 문장으로 나가지 못했다. 쓸 말은 많았지만 정리되지 않아 막힌 것이다. 첫 문장을 쓰고도 다음 말을 잇지 못해 한참을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봤다. 불멍만큼 깜박이는 커서를 멍하니 보는 커멍도 머리를 하얗게 만들고 아무 생각 안 나더라.
어렵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뭐라도 써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이 어딨어하는 심정으로 브런치에 글을 썼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잘 쓸 수 있겠나. 구독자분들에게 죄송한 말이지만 브런치에 쓴 글은 초고라고 생각하고 쓴 글이다.
구독자님! 꾸벅.
내공이 쌓이면 그때 완성된 글을 발행하겠습니다.
다음 이미지 글감부터 찾았다. 노트를 꺼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쥐어짜 봤다. 끄적거리다가 세 가지는 쓸 수 있겠다 싶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책을 많이 읽으라고 했으니 책을 읽고 리뷰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사회복지사 일에 대한 글은 쓰고 싶었고 써야만 했으니 주제로 최고였다. 13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한 우물만 파고 있으니 매력적인 콘텐츠였다. 육아 일기도 쓸 겸 육아 관한 주제도 정했다.
브런치에 책 리뷰, 사회복지사의 일, 육아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다.
좋은 글감을 구하기 위해서는 관찰자, 사냥꾼, 수집가가 되어야 한다. 예민한 관찰자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노련한 사냥꾼은 자신에게 온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다. 부지런한 수집가에게는 글감이 우물처럼 마르지 않는다. 글감을 포착하고 사냥하고 수집하라.
- 오병곤 홍승완 저자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본문 중 -
2018년 10월 첫 매거진을 만들었다. 책 리뷰에 관한 매거진이었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뒤로 책장에 수북이 쌓인 책을 꺼내 읽었다. 책을 읽고 요약했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과 느낌을 정리했다.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일 년에 한두권 읽을까 말까 하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의욕만 앞섰다. 책 리뷰 매거진은 한 권의 책으로 멈췄다. 육아에 관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브런치 활동으로 처음 글 쓰는 사람으로서 두 가지 주제를 발행하는 것은 무리였다. 지금 쓸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기로 했다.
[아빠의 위대한 유산] 매거진에 글을 발행했다. 1년 동안 육아에 관련 글이 차곡차곡 쌓였다. 박성우 저자 [아홉 살 마음 사전]을 보고 영감을 받아 아들의 감정에 관한 콘텐츠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지금의 [네 살 아들의 감정 사전] 세 편의 시리즈가 나올 수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1년 4개월 만에 어느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았는데...
당신도 무엇을 쓸까 고민하고 있지 않나요? 글감은 내 안에 있거나 주변에 있습니다. 나의 성장 과정을 쓰면 자서전이 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쓰면 자기 계발서가 되죠. 취미도 괜찮습니다. 하루를 돌아보고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쓸 수도 있고 감정만 잘 따라 기록하면 [나만의 마음 사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강원국 저자 [강원국 글쓰기] 책에서 글쓰기에는 관심, 관찰, 관계, 관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1.] 시처럼 자세히 오래 봐야 글감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내면과 주변을 관심 있게 살펴보세요. 글쓰기의 시작은 관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