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브런치에서 알림 문자가 떴다. '출간·기고 목적으로 xxxx님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메일을 확인해달라고 했다. 출간? '출'자만 보고 숨이 딱 멎는 줄 알았다. 어찌나 손이 바르르 떨리던지 한동안 메일함을 열어보지 못했다. 지금도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다.
책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출간 제의가 그리 빨리 이뤄질지 몰랐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1년 4개월 만에 벌어진 사건이라 얼떨떨했다. 메일함을 열면서 '진짜 브런치 하기를 잘했다' 생각했다. '브런치는 기회'라는 것을 실감했다.
출판사에서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출간 제안서를 보내왔다. [아빠의 위대한 유산], [네 살 아들의 감성 사전] 메거진 내용을 출간하기를 희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금방 책이 나올 줄 알았다. 김칫국을 냅다 마셨다.
출간 제안서를 받고 브런치에 발행한 글을 따로 모았다. 제목만 따로 복사해서 분류했다. 목차를 만들었다. [아빠의 위대한 유산] 1장 어쩌다 아빠가 되다, 2장 아빠 육아의 강점, 3장 좋은 남편 되기, 4장 행복한 나를 찾아서, 5장 초보 아빠를 위한 육아 팁. [네 살 아들의 감성 사전] 1장 감정을 다뤄야 행복한 아이다, 2장 나는 나를 좋아합니다, 3장 부정적인 마음도 나입니다, 4장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5장 공감 대화법. 처음으로 흩어진 글을 모아 구조를 만든 경험이다. 그럴싸했다.
목차를 만들어 출판사로 메일을 보냈다. 출판사 반응도 좋았다. 적극적이었다. 목차에 맞는 원고만 준비해주시면 바로 책 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출판사에서 미팅 날짜를 잡기를 원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출간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만약 서둘러서 미팅 날짜를 잡았다면 어땠을까. 물론 미팅한다고 모두 출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점에 출간 제의를 했는지, 어떤 책으로 출간하길 희망하는지 출판사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미팅을 했어야 했다.
버스를 놓쳤다. 이제 와 손을 흔들어봤자 무슨 소용 있겠나. 지금 생각해보면 의욕만 앞섰다. 무엇보다 목차에 맞는 원고를 준비하지 못했다. 한 번도 스스로 마감일을 정해 놓고 글을 써본 경험이 없었다. 매일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책 쓰기를 만만하게 봤다.
점점 책 쓰기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그 해 석사 과정 마지막 학기를 다녔고 논문을 써야 했다. 논문 작업으로 책 쓰기를 포기했다. 하지만 글 쓸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육퇴가 빨랐다. 저녁 9시면 육퇴 했다. 매일 한 시간은 글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빈둥거리며 드라마 보기에 빠졌다.
생각만 하지 말고 움직여야 했다. 매일 한 문장이라도 써야 했다. 마감일을 정해놓고 써야 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초고 작업이 늘어지니 책 쓰기의 동력을 잃었던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책 쓰기는 결국 실행력이라는 것을. 버스는 교훈만 남기고 떠났다.
잠들어 있던 출간의 꿈을 다시 깨웠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출판사로부터 받았던 출간 제의 경험은 '과연 나도 책을 쓸 수 있을까?' 의문에서 '나도 책을 쓸 수 있겠구나!' 느낌표로 바꿨다.
다음 이미지 USB에 처박아뒀던 원고를 다시 꺼냈다. 한 달 동안 다듬고 있다. 매일 한 꼭지를 퇴고하고 있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이 있다. 악착같이, 집요하게, 꾸준하게 쓰다 보면 성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써봐야지. 뚝심을 가지고 원고를 완성해 간다면 책 쓰기의 마침표를 찍지 않을까.
원고 투고드립니다(찐 아빠의 성장 일기). 난생처음 출간 기획서를 쓰고 출판사에 원고 투고했습니다. 드디어 출판사로부터 답신 메일을 받았습니다. 다음 편은 원고 투고 후 출판사로부터 받은 메일 내용에 대해 글을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