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의 즐거움

by hohoi파파

지지부진한 원고 쓰기에 지쳐있었다. 출판사 업계에서 일하는 아는 사람도 없다. 가지고 있는 빽이란 쓰다 버린 남루한 종이 가방 정도가 전부다. 처가 댁 대나무 밭에 가서 '이대로 쓰면 될까요?' 외치고 싶었다. 미친놈이라고 신고하겠지. 원고를 쓰면서도 지금 쓰고 있는 원고가 맞는 것인지 자신할 수 없다. 자존감 문제가 아니라 경험 부족에서 오는 문제다. 무슨 말이라도 듣고(욕 빼고 전부) 싶어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했다.


교육복지실에 있는 책장을 봤다. 부모 교육 때 학부모에게 나눠주고 남은 부모 교육 관련 책이 꽂혀있었다. '그래, 너로 정했다.' 육아 관련 책이니 여기에 원고 투고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책 앞뒷면에 있는 출판사 이메일을 적었더니 다섯 군데나 됐다. 출판사에 샘플 원고와 출간 기획서를 보냈다.


애간장이 다 녹았다. 짝사랑에 미치는 줄, 출판사와 연애하는 줄 알았다. 밀당하는 건지 연락이 없다. 매일 출판사의 연락을 기다렸다. 하루에도 수십 번 메일을 확인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초조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오매불망 '오늘은 메일이 왔겠지' 아침에 눈을 뜨면 핸드폰부터 확인했다.


메일 함 첫 화면에 숫자가 보이면 손이 덜덜 떨렸다. 혹여나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을까 떨린 마음으로 메일함을 열어봤다. 광고함이나 스팸메일함에 달린 숫자를 보고 좌절한 게 한두 번 아니다.


출판사와 사랑에 빠지면 '수신 확인'과 '새로 고침'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매일 상대에게 나를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셈이다. 수신 확인했다는 것을 확인하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원고 투고한 지 빠르면 일주일, 보통 2~3주가 지나면 답신이 온다고 하는데 한 달이 다 되어도 연락이 없었다. 제대로 첫사랑에게 까였다. 그럴 바에야 고백하지 말걸 후회와 상처만 남았다. 첫 원고 투고에 대한 기억이다.


전열을 가다듬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고 없이 출간 기획서만으로 출간 계약을 했다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 이야기일 뿐이었다. 아니면 아직 인연이 닿는 출판사를 만나지 못했다던지. 초보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초고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 투고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그래! 원고부터 마무리하자' 다시 원고 쓰기에 집중했다. 나중에 투고할 출판사 이메일 주소를 모으면서.


산에 오를 때 정상만 보고 갈 수 있는가, 이름 모를 야생화도 보고 아무 데나 털썩 앉아 졸졸 흐르는 계곡 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 것, 햇빛에 투과되는 연푸른 새잎을 보는 것도 등산의 묘미인걸. 등산의 즐거움은 꼭 정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 쓰기의 즐거움은 책 쓰기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먼저 원고를 쓰면서 틈틈이 투고할 출판사 이메일 주소를 정리했다. 출판사 투고 리스트를 만들었다. 리스트에는 출판사 이름, 출판 이메일 주소, 수신 여부, 대표 출간 도서 등 출판사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투고 리스트를 만들면서 진짜 책 쓰기를 하고 있구나 실감했다.


주말에 아내의 허락을 받아 교보 문고와 영풍 문고로 갔다. 원고 투고할 때 자신의 원고와 맞는 출판사에게 투고하라고 해서 육아, 부모 교육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찾았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들었던 생각, 감정, 가치에 관한 이야기니까 육아나 부모 교육 관련 책이면 한 곳이라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리라 생각했다.


다시 출판사를 짝사랑했다. 사랑의 상처는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된다고 했던가. 할 수 있는 것은 까인 이유를 찾아 더 잘해보는 것뿐이었다.


2021년 2월 19일 보강한 출간 기획서와 샘플 원고를 출판사 메일에 보냈다. 메일에 간단한 저자 소개와 원고를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고 넌지시 알렸다. 남편, 아빠의 시선에서 쓴 육아 에세이가 많이 출간되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마지막 인사말로 연락처를 남겼다.


1차로 5곳 군데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했다. 초조한 마음에 2군데에 나흘 뒤 추가로 원고 투고했다. 시간이 지나도 메일을 읽지 않거나 읽어도 답신이 없었다. 심지어 아직도 수신하지 않은 출판사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원고 투고하는 사람이 몰리나보다, 올해 이미 출판 계획이 다 잡혔나 보다 생각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뭐하러 또다시 짝사랑을 했는지 끝없는 기다림에 지쳐갔다.

메일을 보낸 지 일주일 만에 세 군데에서 메일이 왔다. 메일이 왔다는 알람을 보고 두근거렸다. 고백에 어떤 답을 할지 가슴 뛰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열어본 메일함을 보고 또다시 좌절했다.


거절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비슷한 장르의 도서를 출간 예정이다, 계획하고 있는 원고와 결이 다르다, 출판사 방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한마디로 '출간 분야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출간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였다. 7군데 출판사 중에서 5군데는 거절했고 2군데는 답신 메일이 오지 않았다.


솔직히 '읽씹'은 기분 좋지 않았다. 연락이 없는 것도 거절의 의미겠지만 읽씹을 당하느니 차라리 복사하고 붙여 넣기로 쓴 거절 메일이라도 받는 게 나았다.


오늘도 읽힌 메일함을 열어보며 첫사랑에게 고백받기를 기다린다. 책 쓰기는 지루한 기다림 싸움에서 즐길 수 있느냐에 달렸다.


5군데 거절 메일 중 새로운 형태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 후 출간 기획서와 목차를 수정하게 됐다. 거절 메일이었지만 이제 조금 책 쓰기가 무엇인지 맛을 봤다.(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2aXt8V51z4

https://www.youtube.com/watch?v=y7f77abX4Ys

https://www.youtube.com/watch?v=RoDexTAYeZo&t=32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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