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군데 출판사로부터 거절 메일을 받았다. 한마디로 '보내신 원고는 잘 받았지만 저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아서 출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군더더기가 없는 거절 메일이다.
출판사마다 거절하는 이유가 달랐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원고와 결이 조금 달라서 출간이 어렵다, 보낸 원고는 잘 받아 보았지만 출판사의 출간 분야와 다소 거리가 있어 출간이 어렵다, 송구스럽게도 비슷한 장르를 출간할 예정이라 당분간 육아서는 출간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뭐... 대부분의 출판사는 투고에 대한 답장을 하지 않았다.
매번 까여도 헤벌쭉했다. '읽씹' 당했던 첫 투고 기억 때문인지 거절도 나쁘지 않다. 거절 메일이라도 출판사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거절을 넙죽 감사히 받은 이유다. 뭐니 뭐니 해도 안 되는 이유를 들으니 속이 다 후련했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듯이 출판사의 이야기가 목말랐다. 그러던 중 어느 출판사로부터 거절 메일을 받았다. 다른 출판사의 거절 메일과 달랐다. 결국 출판사의 출간 분야가 달라 거절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원고를 분석해줬다. 출판사의 피드백을 받고 원고 방향을 조금이나마 잡을 수 있었다.
'아빠 육아'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고 관심 가질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몰리고 있고 시기적으로도 좋은 주제이지요.
그런데, '아빠 육아'에 대한 콘텐츠가 없느냐 했을 때 그렇지는 않습니다. 책은 물론이고 매우 다양한 콘텐츠로 아빠 육아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가령 포털에도 아빠 육아에 대한 인기 웹툰이 있기도 하고요. 때문에 다른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요.
보내주신 원고는 첫째로 개인의 경험을 잘 적어놓아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글도 잘 읽히고 재미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사실 다른 육아 콘텐츠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부분이랍니다. 차별화가 되려면 아주아주 글을 잘 쓰거나, 작가가 유명하거나, 혹은 독특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전현승 님 책의 큰 장점은 출산 육아의 각 시점에서 각 시기에 아빠에게 전하는 팁이 있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잘 살리면 좋겠는데요. 더 디테일과 임팩트를 살려서 흔한 팁으로 부차적인 원고로 두기보다는 각 과정의 포인트로 오히려 집중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산 육아에 대한 책은 주요 콘셉트와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출산, 육아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데다가 정보도 많아서 굳이 독자들이 책을 찾아봐야 하나 싶은 부분도 많고요 그래서 다른 책이나 다른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콘셉트이나 주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빠 육아'는 더는 차별화될 지점은 아닌 것 같아요(요즘엔 적지 않아서요...) '아빠 성장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오히려 사회복지와 세 아이 아빠라는 점에 집중해서 남다른 메시지와 콘셉트를 좀 더 집중하시면 좋겠다 정도가 제 생각입니다.
안 되는 이유만 있지 않았다. 장점까지 분석해줬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글도 잘 읽히고 재미있는 편이다' 재미있다가 아닌 편이다로 맺어서 찜찜하지만 재미없는 것은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피드백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꾸벅.)
결론은 한마디로 '경쟁력 있는 차별성'이다.
그 뒤로 '나만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출간 기획서에 넣은 책 표지인데 그럴싸한가요?
책 쓰기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사회복지사(교육복지사)에게, 세 아이를 둔 아빠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할까. 어떤 것을 궁금해할까.
며칠을 고심했다. 처음 기획은 '진짜 아빠는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주제로 에피소드를 묶은 찐 아빠가 되어가는 성장 과정을 담은 에세이였다.
제목과 목차를 바꿨다. '찐 아빠 성장일기'에서 '사회복지사 아빠의 행복 육아'가 차별된다 생각했다. 마지막 장에 사회복지사의 가치(행복, 관계, 공동체)와 위기 학생 사례를 담고 발달심리학 중심으로 육아 팁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한 아이는 행복한 아빠가 결정한다. 아빠 역할 이전에 남편 역할이 먼저다. 아빠도 얼마든지 육아를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행복한 가족을 위해 아빠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아내가 남편에게 선물하는 에세이를 꿈꾼다.
아내에게 목차와 샘플 원고를 보여줬다. 만약에 이런 책이 있다면 '잘 팔릴까?' 물었다. 아내에게 결혼한 친구들에게 한번 물어봐달라고 했다. 나름 예비 독자 반응을 살폈다.
당장 사서 남편에게 선물해야겠는데...
'친구 남편이라서 하는 말 아니고?' 진짜였으면 좋겠다.
아내 친구들이 해준 말을 듣고 기분 좋더라. 어렵게 한걸음 내디뎠지만 다음 걸음이 기다려졌다. 용기가 났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가겠지. 계속되는 거절 메일에도 꿋꿋하게 원고를 쓰고 있는 이유이다.
원고 투고 한지 한 달이 다 되었을 때 출판사로부터 답장이 왔다. 새로운 제안이었다. 점점 기획 출판에 가까워지는데...(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