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는 건지 잔을 마시는 건지

by hohoi파파

며칠 전 온 가족과 함께 부모님 댁으로 놀러 갔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보여줄 겸 한 끼 해결하고자 들른 것이다. 사실 다둥이 집에서 주말 한 끼는 밖에서 해결해야 서로 좋다.


좁은 부모님 집에 옹기종기 앉아서 도란도란 얘를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오랫동안 부모님 집에 머물렀다. 솔직한 마음은 저녁까지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저녁까지 먹기에는 아이들 낮잠 시간이 애매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어쩔 수 없이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은 것일까. 냉장고와 냉동고를 털어 집에 가져가라며 바리바리 짐을 싸주었다. 염치없지만 사과, 생선, 버섯... 하도 많아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 사이 첫째 아들이 옆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챙겼다. 좀 전에 두 아들이 물을 따르며 가지고 놀던 차 세트였다. 사실 예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것이다. 아들에게 '뭐하러 챙기냐'라고 말리지 않았다. 모양새가 아들이 가지고 싶은 것으로 자연스럽게 되었다. 하하.


이제는 아들보다 찻잔을 더 애지중지 하며 쓴다. 녹차나 작두콩차를 우려 마신다. 오설록 티백을 사면서 차의 세계에 입문했다. 차를 마시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은은한 차향을 맡는, 그 순간이 좋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점점 차가 좋아지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그 뒤로 출근 풍경도 달라졌다. 출근하자마자 나부터 챙긴다. 유튜브에 아침 명상음악을 틀고 심호흡을 한다. 차 한잔 마시며 하루를 살아낸다. 유독 마음 챙김이 필요해진 요즘.


어쩌면 이제는 너 자신을 돌보라는 신호가 아닐까. 지금까지 아직 젊다는 이유로 나 자신에 대해 무관심했다. 하지만 이제는 돌봐야 하는 때가 왔음을 직감한다. 건강을 챙기라는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알아차리겠다. 아직 나답게 살아야 할 날들이 많으며 지켜야 할 가족이 있으니.


모두 건강 잘 챙기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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