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계절, 김장 담그기
김장철이 돌아왔다. 요즘 동네 이곳저곳에서 김장 담그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주인집과 맞은편 집은 지난주에 김장을 마쳤더라. 연말 시상식처럼 김장철이 되면 그제야 한 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아직까지 어른들은 김장을 담가야 한 해를 잘 마무리했다고 느끼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페이스북에 5년 전 김장하는 사진이 떴다. 그때는 김장철만 되면 명절처럼 다 같이 모여 김장을 했다. 아마 300포기는 담았을 것이다. 사진 속에 수북이 쌓인 절인 배추와 솥에 한 가득 끓인 수육을 보고 '아~ 그땐 그랜지' 잠깐 5년 전 이맘때를 떠올렸다.
지난주 처가댁에 가서 김장을 도왔다. 김치를 버무리는 날에 가서 뭐... 도왔다기보다 먹으러 갔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이겠다. 배추를 다듬고 소금에 절인 배추를 씻지 않았으니 힘든 일은 다 끝난 셈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300포기씩 김장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공장 수준이다.
'올해는 몇 포기 담그세요?', '이번엔 농사지은 것이 안 좋아서 배추를 샀어. 다 합쳐서 한 180포기 되려나!' 사실 요즘 180포기도 어마어마한 양이다.
잘 참다가 배추에 갖은양념에 버무리면서 유혹에 넘어가버렸다. 짠 음식을 줄인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었다. 한 순간에 무너졌다. 계속 버무리다 말고 노란 속배추에 양념을 푹 찍어 우적우적 먹었다. 그날 그동안 줄였던 나트륨만큼 다 먹었다. 민망... 분명 더 먹을 것이다. 하하.
고혈압 환자에게는 치명 계절이다. 고혈압 환자는 먹는 양도 조절해야 한다. 과식하지 말라고 해서 나름 먹는 양을 조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하루 종일 먹었다. 푹 삶은 수육에 갓 버무린 김장 김치를 둘둘 말아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밥 한 공기 뚝딱이다. 여기에 컬컬한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켰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 나름 금주하고 있어서 슬픈 상상만 했다.
사실 지지난 주에는 교육복지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김장 체험을 했다. 문제는 이번 주에도 김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 김장하는데 또 어떤 유혹이 나를 넘어트릴까. 김치에 수육은 거절하지 못할 것 같고. 눈앞에 널려 있을 갖가지 술을 어찌 외면할까. 막걸리 한 병을 홀짝홀짝 마시며 2박 3일을 버텨볼까.
수, 목 열심히 운동하고 김장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