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더 견딜 수 있나?
네.
"
질문을 받고 요원 가브리엘은 즉각 대답했다.
수차례 고민한 문제들이었다.
문제점은 결국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 높이까지 덮는다.
우주 비행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규칙 없이 걷는다.
행렬은 멈췄다. 소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깃이 세워진 셔츠를 입는다.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손가락을 세워 미간에 걸친 안경의 다리를 슬쩍 올린다.
쌩쌩 속력을 내며 달리던 자전거는 가시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목적을 달성한다.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높은 담벼락의 덩굴은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도 하루 하루가 즐겁다.
규칙 1. 화내지 않는다.
요원 가브리엘이 발견한 규칙이라곤 규칙 속의 무질서를 친절히 이행하는 것뿐이었다.
구김 없는 눈인사도 이제 2049년의 주인을 찾아갔으니 말이다.
반응을 거치지 않은 무조건적인 반사 작용은 항거의 기회를 잃었다.
요원 가브리엘이 관음 하던 할머니의 습관을 쇠퇴시켰다.
윙윙 거리는 고기압도 기분 탓이다. 요원 가브리엘은 꽤 잘 갖추어진 자동화된 시스템에 새삼 감탄했다.
규칙 2. 폭력 금지
요원 가브리엘은 부당한 것을 참아내지 못한다.
특히 늪지의 날파리 떼 혹은 그것과 비슷한 종(種)의 습격과 같이 예상치 못한 것일 경우, 두 손을 높이 치켜들고는 정처 없이 흔드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요원 가브리엘은 최초의 약속을 잠시 상기했지만, 결국 멈추지 못했다.
규칙 3. 반응하지 않는다.
요원 가브리엘은 대체로 반응하지 않았다. 한 번으로 족한이라는 한정적 어휘가 내내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러한 개인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요원 가브리엘의 은신술은 실패하는 일이 많았는데, 규칙에 불복하는 것이 그들로 하여금 들통났기 때문이다. 가끔은 심술이 나 요원 가브리엘은 그들을 향해 속으로 '미X놈'이라고 번복적으로 읊어댔다. 부산스러운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게 행동한다면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칠흑 같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티 없이 곱고 까맣다. 반짝이는 별을 세어보다 이내 시시해졌다.
요원 가브리엘은 물었다.
좀 더 견딜 수 있을까?
언젠가 하얗게 뒤덮힌 안개 아래에서의 살아있는 밤이 그리워졌다.
요원 가브리엘은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 높이까지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