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노래

3AM 설레임을 따라

by Letter B


안녕하세요. 어쨌든, 노래 5번째 시간을 맞고 있는 안지민입니다.


음. 사실 즐거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새벽 5시 부터 글을 열심히 썼는데, 1시간 정도 쓰고 잠시 잠을 청한 사이에 글이 전부 지워져 버렸어요. 분명 저장도 하고, 플랫폼에는 임시 저장이라는 기능도 존재하는데 말이죠. 글을 쓰는 일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아요. 생각이란 것이 한결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책에서 조언을 하잖아요, 아이디어를 항상 메모하라라고. 하지만 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이래 저래 메모를 해놓은 것을 찾아 적기보다 때로는 다시금 떠올려서 적는게 더 와닿게 되기도 하고.


그런데 일단 저희가 맞고 있는 시대는 기기와 플랫폼을 내려놓을 수는 없기에, 분명 이렇게 자라나는 세대가 느끼고 깨닫는 또 다른 '시선과 사고'가 존재할텐데, 그러한 것을 모두 놓치고 지나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단순히 인터넷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얼마 전 서울로 볼 일을 보러 다녀왔는데,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어요. 즐겁더라고요.

별 것 아닌 풍경들인데 스치는 모든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치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그리운 것들을 만나는 것처럼 정겨웠어요. 아마도 코로나 때문인가봐요. 거리두기도 그렇지만, 제가 사실 코로나 시기 동안 마음 고생을 좀 했는데 그러한 여러가지가 맞물려 일상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장면들을 갖는데는 저는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정말 오랜만에 아주 긴 시간동안 플레이 리스트에 담긴 곡들을 순번대로 들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예전에는 자주 들었던 곡들인데 이제는 찾아듣지 않게 된 곡들이 흘러나오더라고요. 그래서 5번 째의 주제는 '새벽 3시의 설레임을 따라'라는 주제로 정해보았습니다.


흔히 새벽하면 '한정적인 시간', 그리고 '아무도 깨어있지 않다'는 비밀스러움이 떠오르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번에 서울을 다녀오며 노래를 듣는 동안 젊은 날의 초상처럼 힘들고 지친 하루를 지나 겨우 만나는 고요함을 만나는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설레는 마음에 이런 주제를 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크르르 - 핑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크르르이라는 곡입니다. 이 곡 역시 우연히 추천곡을 타고 타고 넘어가서 알게 된 곡인데요, 밴드 명과 노래 제목이 특이해서 클릭하게 된 것 같아요. 일단 이 밴드를 좀 설명을 드리자면 굉장히 대중적인 보컬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목소리에 맞지 않는 곡만 부러 골라 골라 선택해서 부르는 것처럼 특이한 선율에 도전을 많이하는 그룹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특별히 한계를 뛰어 넘는다는 도전적인 정신보다는 보통 사회를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대중적인 평가'를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자신들의 발걸음을 옮기는 그룹이라고 생각됩니다.



분주해 가벼운 걸음은 빨라
궁금해 지나는 모든 게
곧게 다려놓은 맘이 일렁이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여기 숨겨둔 나만의 paradise



'핑'하면 여러 감정과 상황들이 유추되는데 보통 사랑에 빠지는 순간, 또 사랑이 멀어지는 순간 등 '핑'하고 빠져드는 순간들에 대해서 표현하는 느낌인데요. 귀여운 의성어가 주는 매력때문인지 노래를 듣고 나면 서툴고 설레는 고백임에도 귀엽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만큼 핑이란 곡은 가사와 리듬이 참 예뻐요. 그런데 이 이쁘다는 것이 보통 저희가 아는 예쁜 소리와 음을 골라써 '이쁘다'는 느낌을 선사했다기 보다, 다락방에서 아껴둔 특이하고 소중한 것들을 모아 모아 노래에 새겨둔 느낌이에요. 이런 여러 요소들이 버무려져 밴드만의 독특한 색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헤엄을 치다가 선명해지는 꿈
내게 기대어 내게 기대어
my paradise


크르르의 노래 대다수가 사랑의 설레임, 짝사랑의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는데요. 직접적이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아요. 언제 어디서나 혼자만의 생각에 젖기에 부담감이 없는 거 같습니다. 보통 '사랑' 노래라고 하면 듣는 것조차 기피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런 순간에 조차 부담없이 삼키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윤지영 - 부끄럽네



바로 이어서 소개해드릴 곡은 싱어송라이터 윤지영의 '부끄럽네'라는 곡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곡이 사랑이 시작되기 전 설레임을 담은 곡이라면 이 곡은 사랑이 시작되기도 전에 꺼져버린 순간들을 회고하면서 청자의 감정에 대해서 담담히 읊조리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난 떠나기 쉬운 존잰가봐
같이 가자 손 내밀었는데
넌 뒤돌아보지도 않았네
민망하게 주머니를 찾는 손이
부끄럽네 우리가 했던 모든 말이
부끄럽네 너에게 말한 내 모든 꿈이


부끄러울 수 있는 감정들을 아주 담백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저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요.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릴 때 이러한 순간들을 마주하며 이 정도로 저 자신에게 솔직해져본 적이 있었나? 하는 의문들과 함께 말이죠. 그런 순간들이 있잖아요. 아무리 제가 제 자신에게 솔직했다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 어떤 노랫말이나 글귀를 만나면 반성하게 되는. 저에겐 이 곡이 그런 곡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나는 참 솔직하지 못한 아이였는지도 몰라'하고요.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서 노래 가사에 공감하면서도 한 편으로 노래를 읊조리는 청자가 부끄럽다기보다 '부럽다'라고 여겨졌습니다. 또 여자잖아요. 용기가 있다고 여겨지더라고요.


차라리 없던 일이 됐으면
널 미워하지는 않아
우린 여기까지니까
괜찮아 다만 묻고 싶은게 있어
근데 하지 않는게 좋겠어



사랑이라는 감정이라고 표현하기엔 어딘가 미흡하고, 노래 제목처럼 절로 부끄러운 감정들이 묻어있어요. 하지만 노래를 감상하시면서는 아마도 청자와 같은 순간들을 떠올리며 '나는 어떠한 사람이었나'하는 생각과 함께 생각지도 않은 위로들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HONNE - 3AM




앞서 소개해드린 두 곡은 세상에 나 혼자 깨어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적어내고 싶은 일기와 닮은 노랫말이라고 여겨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드릴 곡은 이미 한국에서 너무나 유명한 Honne3AM 이라는 곡입니다.



There's no point in trying to hide it
I will come and find it
I know it's in there somewhere
Your love for me is out there
I can hear it calling
Where's your sense of belonging?



두 명의 남성 듀오로 구성된 이 밴드는 학교때부터 친구인 두 사람이 결성한 밴드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가사가 타인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이런 가사면 정말 여자가 반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여겨지게 구성이 되어있어요. 가사가 단순히 사람을 유혹한다기보다,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또 많이 만나보고 상대를 배려했을 때 전달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고수죠. 한 마디로. 그런데 느끼하거나 별로 피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과정이 있기까지는 단순하게 유혹만 하려고 해서는 안되거든요. 그런 부분을 잘 파고드는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노래의 구성도 재미있어요. 트렌디한데 낯설지 않아요. 이 노래를 들으면 데이트를 하러가기 전의 두근 거리는 설레임이 떠오르는데요. 마치 노래만 듣고 있어도 아주 근사한 차에서 멋진 야경을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과 함께 걸맞는 근사한 와인 한 잔이 떠오릅니다. 그런 대접을 받는 느낌이에요. 이 노래를 듣는 만큼은 좀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좀 분위기에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좀 자뻑타임에 걸맞는 노래인 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어떻게든 연애는 해야겠다' 뭐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그런 노래입니다.

고수죠?


이 앨범에는 사실 이 곡 말고도 참 좋은 곡들이 많아요. 트렌디함을 피해 아날로그로 숨으셨던 분들이라면 혼네를 통해 다시금 트렌디한 음악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셔도 될거 같아요. 트렌디하지만 절대 낯설지 않거든요. 이런 음악 이렇게 즐겁게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이었나? 싶을 정도로 친근하게 다가설 겁니다.


새벽의 감성만에 취하신 분들은

속히 혼네가 전하는 새벽의 판타지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이트 오프(Nighte off) - 잠




이 밴드는 특이한 밴드 명과 앨범 커버, 그리고 우연히 눈에 띈 뮤직 비디오 때문에 알게 된 밴드에요. 알고보니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언니네 이발관의 기타리스트와 못의 보컬이 만나 결성된 그룹이라고 합니다.



https://youtu.be/x-k8gL_r__U






많은 게 달라지고 변하고 시들어 가고
애써 감춰온 나의 지친 마음도
더는 필요 없을 자존심을 내려놓으니
이젠 나 자신을 가엾어해도 되겠지
탓할 무언가를 애써 떠올려봐도
오직 나만의 어리석음 뿐이었네



이 노래는 가사가 참. 시적이죠. 노래라는 것이 그런 거 같아요. 글만 봐선 시적이란 느낌이 안드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전체적으로 아주 멋있는 시 한 편을 읽은 느낌이 들거든요. 공들여 잘 쌓은 시 한 편에 취한다는 표현을 좀 표현하고 싶어요.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절로 지난 날의 시간들이 떠올라요. 딱히 어떤 사건, 사고라고 하기 보다 자존심을 내세우며 무언가 투쟁하던 시간들 같은 거요. 뭐 지나고 보면 특별한 의미는 없는데 혼자 열 올리며 최선을 다하던 시간들이 딱히 멋지지 않은 거에요. 이 곡 역시 온연히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솔직해질 수 있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쎄요. 저는 이러한 감성이 꼭 맞는 옷이라고 표현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서로 다르게 흘러가는 청춘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결국은 슬픈 것 같습니다. 같이 걷고 있어도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또 그게 청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곡은 언니네 이발관 보다는 못의 감성을 많이 살린 것 같아요. 그런데 보컬은 의외로 언니네 이발관을 닮았답니다. 쓸쓸하고 차가운데, 포근함이 베어나오는 건 아마 그러한 가사와 곡의 분위기가 청자들에게도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그러진 청춘의 한 페이지가 독자 분들께도 너무 쓸쓸하지 않게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leep is a rose - Rhodes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곡은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Rhodes Sleep is a Rose입니다. 오늘 주제가 새벽 세 시의 설레임이잖아요. 그래서 마지막 곡으로 이 곡을 정할까 말까 무척 고민을 했는데요. 설레임이란 것에는 참 여러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항상 좋은 감정만 포함된 것은 아니라고 여겨져서, 조금 두려운 시간에 희미하게 스며드는 새벽을 떠올리며 세 시가 조금 넘긴 시간을 선곡해보았습니다.


결국 새벽은 어떻게 해도 복잡한 시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곡을 접하시는 분들이 조금 그런 복잡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면서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곡해 보았습니다.


Yeah you said sleep is a rose
맞아요 당신은 잠을 한 송이 장미라고 말했죠
But I wanna tell you it only brings me fear
하지만 그건 나에게 두려움만 가져다 준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So I hope morning comes 'round soon
그래서 난 어서 아침에 오길 기다려요



참 멋진 목소리에요.


저는 이 곡을 한참이나 들으면서도 꼭 이 가사가 와 닿더라고요. 'rose'라는 단어가 도대체 무얼 뜻하는 것일까라고 한참이나 되뇌이면서도 이 곡을 듣고 잊노라면 아무런 이유없이 위로가되는 거죠. 화자는 지속적으로 말하지만 청자는 아무런 대답없이 독백으로 응수해요. 아마 이러한 부분마저도, 현실을 도피해 숨고 싶은 우리의 모습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달콤한 위로가 때론 무섭게 다가올 때가 있죠. 저는 취준생일 때 그렇더라고요. '잘 될거야'라는 한 마디가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어요. 저는 이미 두려운 거죠. 하지만 그런 말들을 쉬이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어느 순간 모두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싶은 때가 오더라고요. 그러한 순간들을 껄끄럽지 않게 잘 묘사한 것 같습니다.


왜 영화 대사에서 말하잖아요.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저는 그런 시간들을 맞고 있는 분들에게 이 곡을 꼭 추천하고 싶어요. 캄캄한 어둠이 지나 희미한 새벽빛이 비추는 순간들을 마주하시면서 결국은 긴긴 새벽도 끝이나기 마련이라는 따뜻한 희망을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새벽 세 시의 설레임'이라는 주제로 총 다섯 곡을 선곡해보았는데요. 나름대로 고심해서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나열하고 보니 설레임보다는 불안한 청춘들이 더 많이 묻어있는 것 같아요. 인생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곡들을 선택하고 새벽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참 많이 설레였거든요. 불안했기 때문에 잊고 있던 청춘의 시간들을 아주 오랜만에 아껴둔 보물 상자에서 꺼내어 본 것 같아서 선곡과 상관없이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포스팅을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러한 생각들이 좀 전달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산책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작은 평화를 위해서,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말입니다. 오늘 선곡한 곡들과 함께 맥주 한 잔 즐기시면서 즐거운 음악 친구를 챙겨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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