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먼저 만난 음악
안녕하세요. 어쨌든, 노래 6번째 시간을 맞고 있는 안지민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글을 기획하면서 연재를 하게 된다면 생각보다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을까 처음에 좀 생각을 했는데요. 왜냐면 제가 좀 느리고, 게으른 편이라 일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뜸을 들이고 묵혀두는 습관을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좀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좀 대견스럽기 보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고 진행을 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는 것보다 행동을 하는 것과, 제대로 시작을 하는 것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연재가 진행이 되고 있으니까요.
날이 무척이나 더워요. 작년, 재작년에 길고 긴 장마를 맞이하느라 올해도 비슷하게 비와 여름을 보내게 될 줄 알았는데 이번 년도는 무척 습하고 덥습니다. 별로 좋아하는 날씨는 아닌데요. 이런 더운 날을 맞게 되면 유난히 영화 한 편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시원한 영화관보다 에어컨이 없는 자취방에서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영화를 관람하던 그러한 시간들이 떠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또 가끔 소중하게 다가오니까요.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영화로 먼저 만난 음악'으로 정해봤습니다.
쓰고나니 좀 웃긴 것 같습니다.
The moon song - Pat Metheny, Charlie Haden(영화 her OST)
첫 번째 소개해드릴 곡은 영화 Her O.S.T인 the moon song을 준비해봤습니다. 제가 한동안 영화를 못 봤거든요, 뭐 이런저런 개인의 사유가 담겨있긴 했지만 영화라는 것도 결국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감상할 수 있다 보니까 어느 순간 잊고 지냈다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그러다 최근에 영화 Her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시간이 흐른다는 것 때문인지 영화를 처음봤을 때의 놀라움, 또 설레임은 많이 없더라고요. 여전히 신기하지만 그 때는 발견하지 못한 어색함도 있고요. 역시 시대에 따라 사람도 변하고 상황도 변하다 보니 보는 시야가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There's things I wish I knew
There's no thing I'd keep from you
It's a dark and shiny place
But with you my dear
I'm safe and we're a million miles away
곡을 듣다보면 설레임이 시작되는 처음 그 시작점에 서있는 느낌이에요. 보통 노래를 듣다 보면 제가 머물렀던 상황과 시간 속에 '나'라는 주인공이 자리 잡고 있는데, 영화 OST는 저보다 먼저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영화 OST의 묘미겠죠.
기기와의 사랑을 그리는 이 영화는 장르가 SF여야 할 것 같은데 로맨스죠. 이런 소재로 이런 영화의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자체가 저는 무척 놀라웠던 것 같아요. 물론 관객의 입장에서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이미 친숙한 배우가 존재했기 때문에 어색함 없이 영화가 이끄는 로맨스의 세계로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기기와의 사랑이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껴졌거든요, 로맨스보다 범죄 스릴러 쪽에 어울리는 소재잖아요. 기기와의 사랑.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하는 가능성을 엿보신 분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나만 아는 외로움으로 채워지는 시대'와 로맨스 판타지가 만나 새로운 장르의 문을 열어준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곡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선율이 참 이뻐요. 또 노래를 부르는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가 마치 연인에게 속삭이듯 달콤하게 다가와 저는 한 동안 꽤 오래 이 곡을 밤 산책마다 즐겨듣곤 한 것 같아요. 노래를 들으면 영화의 장면과 함께 영화 속에 잠시 머무르는 기분이 들어 노래를 감상하며 감정이입을 해보려 노력을 참 많이 했었는데 그게 또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뭔가 말랑말랑한 그런 설레임의 정취가 그리워지는 날에는 꼭 한 번씩 꺼내듣곤 하는 곡이라 주섬 주섬 챙겨와봤습니다.
Bang Bang - Fedde Le Grand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Fedde Le Grand의 'Bang Bang'이란 곡이에요.
이 곡은 도입부를 조금 듣자마자 '어? 어디서 들어 본 곡인데?'라고 여기실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들고와 봤습니다. 왜 그런 곡 있잖아요. 많이 들어본 곡인데 제목만으로 쉬이 찾을 수 없는 곡. 노래 제목이 흔하다보니 이 곡 찾는데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된 김에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즐겨듣는 곡은 아닌데, 한번 들으면 무척 강렬하거든요. 제목은 잘 모르지만 CF어딘가에서 꼭 한번 만나보았던 그런 곡이라 음악을 좀 찾아들으시는 분들은 노래를 접하자마자 좀 좋아하실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노래가 마치 한 편의 느와르를 감상하는 것 처럼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죠. 퇴근 길에 홀로 버스에 앉아 듣고 있으면 이런 무드에서 폼 잡으면서 괜히 멋있는 척 하고 싶은 그런 곡이에요. 오늘 하루 일 좀 잘 했다고 여겨지는 날엔 특히 혼자만의 멋에 취해서 반복해서 들으면 스스로 굉장히 멋있어지는 느낌. 좀 웃기지만 스스로 멋있게 생각되는 그런 곡들 있잖아요?
이런 곡들은 들을 때 음악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인 무드와 보컬이 주는 음색을 따라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이 어떻니, 저쨌니 궁시렁 거리기 보다 그저 음악에 취하게 되는 거죠. 나의 찌질함을 덮어주는 치명. 음악을 즐기기보다 무드에 취해서 듣게 되는 곡들이 몇 곡 있는데, 이 곡이 그런 곡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혹시 이 노래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곡과 함께 멋에 취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맞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Breakfast can't wait - Prince
다음 곡은 이제 고인이 되어서 볼 수 없는 Prince의 Breakfast can't wait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 곡은 영화로 먼저 만나기보다 들으면 영상이 먼저 떠오르는 음악이라 소개해드릴까 해요. 프린스하면 보통 재즈나 하우스, 블루스를 많이 떠올리실텐데 이 곡은 펑키한 리듬감이 돋보여서 프린스를 입문하시는 분들께는 좀 생소하게 다가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좀 프린스의 전반적인 앨범을 대충 들어서 그런지 처음 이 곡을 발견했을 때 '유레카!'를 외쳤거든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프린스의 곡이 취향에 안 맞으시는 분들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좀 접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 곡으로 시작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서 들고 와 봤습니다.
저는 이 곡을 들으면서 항상 일요일 아침의 무드가 떠올랐거든요. 푹 자고 일어난 뒤 맞이하는 쨍한 아침 햇살같은 느낌이 좀 있거든요. 멜로디 라인이 굉장히 신나기 때문에 듣고만 있어도 도파민이 절로 솟는 그런 곡이라 달콤한 사랑 노래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사를 접하고 나니 달콤한 프린스의 목소리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Finally my eyes are open
I dream about you all night long
The only thing that I've been hoping for
Is before you to go to work babe, we get it on
I ain't tryin' to make you blush,
But I just wanted to tell ya, I think you're great
I know you're late, but I need another taste,
Breakfast can't wait!
리드미컬한 리듬에 따라 두 남녀의 연애사에 다가서봤더니,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혀 아우성치는 두 사람이 서 있더라고요. 남자의 일방적인 입장으로 소개되어서 그런지, 다 듣고나면 '뭐, 이런 놈이 다 있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황에 따라 권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요. 비록 전반적으로 여자가 별로긴 한 걸 감안하더라도 말이죠. 노래를 듣다보면 권태기에 선 두 남녀와 시대적 배경, 또 프린스라는 인물에 대해서 의문점을 갖게되는 것 같아요. 짧지만 관계의 기승전결을 현실적이면서도 위트있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연인이나 친구, 혹은 가족과의 마찰이 있을 때 이 곡을 들으면서 시원하게 도로 위를 달리는 상상을 해봐요. 뭐 그냥 사람이 많은 도보를 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사는 잠시 잊어버리고 화자에 이입한 뒤 시원한 리듬을 따라 'Breakfast can't wait!'을 외치면서 말이죠. 나름 최선을 다한 나쁜 남자가 되어보는 거죠. 노래를 들을 때 만큼은 시원하게 털어버리는 겁니다.
스트레스를 웃으면서 맞이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high and dry - Radio head
오늘 소개해드릴 마지막 곡입니다. 마지막 곡은 무슨 곡을 고를까 곰곰이 고민하다 모두에게 익숙한 밴드를 소개해볼까해요. 이름만 들어도 너무 유명한 밴드 Radio head의 High and dry입니다.
음, 고등학교 때 제가 밴드 생활을 좀 했었거든요. 짧은 기간동안 진행하다보니 특별히 입으로 내뱉기에는 쑥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막 수업 끝난 뒤에도 야자 없는 날이면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참 열심히 참여했던 시절이에요. 여자가 기타를 친다는 것이 당시에는 좀 생소하기도 하고, 기타를 계속 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무척 열심히 했던 것에 비해 학창 시절이 끝나면서 미련 없이 기타리스트의 꿈을 접은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요.
이 얘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느냐면요, 그러다보니 제가 학창 시절부터 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또래에 비해 음악을 광범위하게 듣다보니 생각보다 음악을 듣는 스펙트럼이 가요를 즐겨들으시는 분들에 비해 좀 다양한 편이더라고요. 그렇게 노래를 광범위하게 듣다보면 곡에 대한 애착이 좀 없어지게 되거든요. 좋아하는 곡이 많아지다보니 딱히 '어떤 곡이 좋다'라는 기준이 사라지는 거죠.
그래서 선곡을 시작할 때 대다수의 곡들을 아낌없이 선곡을 하는 편인데, 이 곡은 선곡해 놓고 어떻게 쓸까 잠시 고민하는 동안 순간적으로 '아, 소개해주기 아깝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벌써 이 곡을 만난지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런 기분이 앞서더라고요. 소개해주기 아까운 곡이라는.
참 신기한 거 같아요.
이미 모두가 알 정도로 대중적인데도 소개해주기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곡이 있다는게, 새삼 쓰면서도 놀라운 것 같습니다.
Don't leave me high
Don't leave me dry
Don't leave me high
Don't leave me dry
이 곡을 참 오래 듣고, 혼자 많은 시간을 가졌지만 최근에야 이 노래의 가사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엄격한 누군가, 자신을 타이르듯 또 다른 이에게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말라고 정중하고 부드럽게 조언을 하는 느낌인데요. 가사에는 분명 청자가 존재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자신에게 고해한다는 느낌이 강하죠. 그런 가사 덕분인지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무척 회의적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따뜻하게 감싸준다는 느낌을 받게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반면에 듣기 좋은 조언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런걸 잘 해결하고 엮이며 살아가는 것이 관계이다 보니까,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으면서도 스스로 잘 하고 있는지 자꾸 검열하게 만드는 그런 곡이 아닌가 싶은데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주는 위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떻게 해서 여섯 번째 시간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고르다 보니 '영화로 먼저 만난 음악'이라는 타이틀과는 꼭 부합하지 않는 곡들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그냥 처음 선곡한데로 고집을 부려봤습니다. 그냥 음악을 들으면 하나의 필름처럼 여러 장면들이 떠오르는 곡들이 있는데, 이런 곡들이 꼭 '영화 음악'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그런 곡을 찾으시는 분들이 있으면 좀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해서 적다보니 저도 나름대로 좀 애를 먹은 감이 있네요. ㅋㅋㅋㅋ 사실 뭐 생각나는대로 막 적다 보니 얼마만큼 이 글을 보고 곡을 선곡하는데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좀 우습지만, 글 연습을 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오히려 저에 대해서 스스로 많이 알아가는 시간을 맞이하는 것 같아요. 모쪼록 오늘 선곡한 곡들을 통해 한 곡이라도 삶에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여섯 번째 시간을 마쳐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