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노래

'회색빛 도시'로부터의 일탈

by Letter B


안녕하세요, 어쨌든 노래의 4번째 시간을 준비하게 된 안지민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기획을 하면서 라디오 녹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실패했다고 전해드렸잖아요, 그런데 처음으로 실패했음에도 꾸준히 해보고 싶어서 브런치 서랍에 대본을 넣어 두었어요. 그리고 3번 째에서 4번 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어 뿌듯한 마음으로 계속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Sam Fischer - This city Remix (feat. Anne-Marie)



오늘의 주제는 '답답한 회색빛 도시로부터의 일탈'이라고 적어 보았어요. 그런데 선곡한 곡이 Sam FischerThis city라는 곡입니다. 이 곡을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곡이 일탈이라는 단어와는 좀 거리가 먼데 왜 이 곡을 골랐을까 생각하시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이 곡을 함께해온 사람들과 아주 가까이 여겨지는데도 전혀 이해가 안 가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 즐겨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일탈이라는 것이 꼭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특별한 것으로 이어진다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그대로 내뱉는 것만으로도 갇혀있는 틀로부터 조금은 해방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노래만을 봤을 때 '어? 이건 일탈이 아니라 아주 지겨운 현실이잖아!'라고 여겨질 수 있는데 그게 이 노래의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냉소적으로 노래하는 것.


Cause all I see are lonely people
with broken hearts yeah
oh this city's gonna break my heart
Gonna break my heart
This city's gonna love me then leave me alone



가끔 우리가 살고, 또 마주하고 있는 도시라는 것이 평소보다 냉혹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 거 같습니다. 이 곡은 배곯은 설움을 노래하기보다 관계에서 파생되는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신경 쓰지 않았던 문제들이 점점 부풀어 올라 거대한 산덩이처럼 불어나 있을 때 한참이나 지나서야 가장 늦게 그 현실을 깨닫게 되는 거에요. 그리고 자신이 해결하려고 할 땐 이미 늦어버린 거죠.


이러한 문제에 어떠한 해결점은 없는 거 같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또 나아가는 걸음도 달라지고 그렇게 달라진 걸음을 서로 이해하며 발맞추어 가는 것이 해결점이라면 해결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람마다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딱히 무어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순간들인 것 같네요.


그런데 왜 이 곡의 리믹스 버전을 골랐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거 같아요. 다른 이유보다 가사를 유심히 살펴보시면 어쿠스틱 버전보다는 좀 더 세련되게 표현된 리믹스 버전이 저 개인적으로는 더 잘 와닿더라고요. 노래를 들으면서 저만의 감정에 이입돼서 차가운 도심 속을 홀로 방랑하는 쓸쓸한 방랑객이 되어보는 시간을 자주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Billie eilish - Happier than ever



다음은 빌리 아일리시Happier than ever란 곡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 곡은 저에겐 좀 뜻깊은 곡인 것 같은데요. 지난 3년간 저에게 참 많은 힘든 일이 있었는데, 사실 집에서 혼자 답답함을 토로해봐도 해결이 안 되는 순간이 있어서 감정적으로 어떤 부분에 있어 스스로 가두어둔 시간들이 반드시 존재한 시간들이었는데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아주 오랜만에 가둬두었던 감정들을 떠올리게 되면서 좀 가벼운 마음으로 그러한 감정들을 흘러 보낼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하게 된 거 같습니다.


You ruined everything good
Always said you were misunderstood
Made all my moments your own
Just fuckin' leave me alone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첫 번째로 감탄했던 것이 가사였어요. 화자가 청자에게 이야기하는데 화자의 입장이 되어도 청자의 입장이 되어도 뭐랄까... 기분 나쁘지 않게 공감이 간다는 거예요. 분명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닌데 자꾸만 이야기를 하는 화자의 입장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또 어느 순간 그 화자의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인 것 같이 여겨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노래를 들으면서 타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참 많은 생각을 해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 노래 자체가 한 편의 영화처럼 기승전결로 꾸며져 있어서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감정이 격렬해지고 통제 불능의 상태로 절규가 이어지는데요, 이때 중요한 건 도입부와 달리 클라이맥스로 치닫으면서 상당히 낮은 전조로 전개되는데 이런 부분이 화자의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한 것 같아요. 상대에 대한 질책과 원망이 있기까지의 감정적인 내면이 잘 표현되어, 이 고통이 단순히 나만의 감정을 넘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나를 죄여 오던 것들에 대한 공감을 넘어 이해로 이어지는 순간들. 또 그러한 감정들로부터 이 곡을 통해 아주 솔직하게 대면하는 것으로부터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앨범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를 접하기는 했지만, 가사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딱히 눈여겨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앨범을 만나면서 나와 다른 타인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참 이 앨범이 굉장히 소중한 앨범으로 저에게 남을 것 같습니다.



Tom misch - Movie



네, 다음 곡은 Tom mischMovie라는 곡입니다. Tom misch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인데요, 노래를 들으면 저는 영국보다는 미국의 감성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특이하죠. 이 가수 역시 소개를 좀 하자면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가수로 기억이 나는데요. 앞서 소개해드린 Oh wonder와 같이 한 앨범에 아주 다양한 장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 일단 한 곡이라도 청취하게 되면 다음 곡을 꼭 찾게 되는 밴드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곡 자체가 트렌디한 싱어송라이터의 곡이라고 하기엔 대중성이 많이 가미되어 있는 점이 특징인데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곡은 Tom misch를 많이 들으시는 분들이라면 좀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 여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처음에 쭉 듣고 나면 영화 <선셋 대로>가 떠오르습니다. 그만큼 곡 자체가 극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 듣고 있으면 굉장히 오래된 영화 한 편을 끝낸 것처럼 자꾸 가사 마디마디를 음미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저만의 느낌인지라 정확하게 설명드릴 순 없지만, 다른 곡들에 비해 마디마디 구성되어 있는 곡의 전개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가사가 곧 리듬이 되어 듣다 보면 하나의 무비 씬을 감상하듯 장면이 떠올라서 그러한 장면들을 상상하고 유추하는 재미가 있는 곡인 것 같습니다.



My cheek brushes against his
Smooth on stubble for a moment
And then it's gone
He walks along the platforms into the dream
Every fiber in me wants to shout and scream

'Stop!'

아까 말씀드렸던 곡의 도입부입니다. 독백과 노래가 마치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이어져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장면들이 펼쳐지는 것 같아 편안한 애시드 재즈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O.O.O - 아침



다음 소개해드릴 곡은 담담한 젊은 날의 초상을 노래하는 밴드 O.O.O입니다. 이 밴드는 앨범 커버에 새겨진 금붕어가 유난히 눈길이 가 초이스 하게 된 밴드입니다. 대다수의 분들이 그러실 수도 있는데, 저는 대체로 이렇게 곡을 고릅니다.




이런 표현이 좀 과한지 모르겠지만, 오오오의 노래를 자꾸 듣다나면 고 김광석 선생님이 떠오르는데요, 고 김광석 선생님하면 그 시절의 반항의 아이콘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이 밴드가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home'이라는 앨범 자체가 '청춘의 자백'과 닮아 있어요. 현실에 수긍하지도, 반항하지도 않지만 담담히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으스러질 것 같은 각자의 초상을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노래 제목인 '아침'이라는 단어는 대체로 모든 것의 '시작'을 가리키잖아요, 그런데 이 곡의 가사를 보고 있으면 아침이라는 단어가 '체념'으로 여겨져요. 우리의 청춘을 모두 묻고 이제 현실을 마주할 시간이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해떴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자
더 있을 순 없잖아
오늘도 하룰 헤매다 보면
결국엔 또 내일이 오겠지



가사가 참 시적이죠. 사실 그렇게 시적이진 않은데 노래의 분위기와 보컬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시와 닮았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생성되는 것 같아요. 또 보컬의 목소리가 약간 미성숙한 소년의 목소리처럼 떨리거든요. 이게 노래를 들을 때 더욱 그렇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그 사람의 삶과 성격이 묻어있는 것 같다고 저는 늘 생각해왔거든요, 그래서인지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행보'가 절로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Stereophonics - Jack in a box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의 BGM으로 유명한 밴드 스테레오 포닉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노래를 잘 구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필시 스테레오 포닉스의 곡을 듣고 노래가 참 또 얼터너티브 하면서 대중성을 띄고 있어서 미국 밴드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찾아보니 영국 밴드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뭐 영화로 처음 이 밴드를 접하게 되었고, 아는 내용이 전무에 노래도 몇 곡 모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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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즐겨 듣던 몇 곡 빼고 잘 챙겨 듣지 않았는데, 최근에 이 밴드가 새 앨범을 발매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드러나 보자'하는 생각으로 몇 곡을 플레이해보았는데 기존과 달리 펑크와 포크적인 느낌이 앨범 전체에 가미되어 밴드 자체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런 거 있잖아요. 오래된 밴드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시도한다는 사실 자체가 음악팬으로서 좀 짜릿하게 다가오는 거죠.


그리고 이런 밴드의 경우 허스키한 목소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곡이 좋아도 금방 패스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번 앨범은 목소리의 변화를 주어 보컬이 갖고 있는 특징을 타파하면서도 다르게 소화할 수 있다는 역량을 과시해 듣는 이로 하여금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밴드가 한 발 양보한 느낌도 듭니다. 멋있죠.


그래서 곡이 저희가 기본적으로 흥얼거리던 딱 떨어지는 영국 전통 포크송이 아니더라도 듣다나면 구설처럼 떠도는 동화 한 편을 전해 듣는 것처럼 드라마틱한 감상으로 이어지게 되더라고요.


Like a Jack in a box
Gotta think like a fox
Get you in my sights and see
Show you one last time down the line,
yeah


또 가사가 참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 가끔 사회에서 얄미운 친구들에게 대신 조언을 해주는 것처럼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도 있어요. 마치 사회라는 거대한 게임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빠져나가는 비법을 몰래 전달해주는 것 같아 앨범을 통해 묘한 쾌감도 가져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네 번째 시간을 마무리하고 있는데요. 처음 시작할 때 소개해드리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서 10회는 자신 있다고 여겼는데 쓰다 보니 처음의 의도와 다르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 많은 생각을 하며 마무리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그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처음의 의도와 달리 변해가는 것들을 보며 '아쉽다'고.

그런데 어느덧 저 역시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이 글을 통해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 많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네요. 각성하면서.


모쪼록 한 곡이라도 즐거운 감상 리스트가 되길 소망하며 오늘의 연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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