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나를 잘 몰라서요

-첫 번째 산책-

by 느티나무



나는 참 칠칠맞은 사람이라, 이것저것 잃어버리곤 합니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지갑도, 책도,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언젠가 면접 날엔 지원서를 택시에 두고 내리기도 했습니다. 간혹 이런 내 자신이 싫고 밉지만, 이런 어리석음 따위야 나를 힘들게 하지 않습니다. 너그러운 용서 한 번이면, 충분한 괴로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밉습니다. 내가 나를 미워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해서, 내가 밉습니다. 모두 내 탓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자살도, 어머니의 자살도. 수많은 사람들의 모욕과 따가운 시선도. 내가 선택한 적 없기에 내 탓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를 내가 사랑했을 사람들은, 차마 내가 사랑하기도 전에 모두 떠났으므로. 나의 목구멍엔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먹먹함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모르겠습니다. 나는, 나를 잘 몰라서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나도 모르는-나의 어리석음이-나를 잡아 삼켰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하고, 마땅히 내어주어야 할 사랑을 내주지 못하는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물음을 내뱉을 곳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미어짐이, 마치 꺼지지 않는 불꽃과 같아서 나를 잠 못 들게 하지만. 그래서 타들어가도 꺼지지 않고 꺼지지 않기에 타들어가는 답답함은 누구의 몫인가를 울부짖게 하지마는. 이 기나긴 길은, 내게 그저 백지 한 장 내미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무게보다 더 큰 무게가 되고,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되는군요.


어쩌겠습니까. 살아온 것을.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살아간 것을요. 내가 밉다가도, 되려 가련해지는 까닭을, 어쩌겠습니까. 걷고 걷다가 지쳐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 돌덩이 옮기는 것 같을 때. 털썩 주저앉아 생각에 잠기는 것이 유일한 이 삶의 낙인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어도 내 삶의 무게와 시간이 되는 그 상념을, 나조차 어떻게 하겠습니까. 미워하다가 사랑하고, 사랑하다 미워하면서. 녹고 얼고 얼면서 녹아 흐르는 슬픔이자 기쁨을. 죽지 못한 나를 향한 죄책과 살아남은 나를 위한 희열을 가분할 수 없이 살아야 하는 나의 이 마음을.


나는, 잘 몰라서요.


이것저것 잃어버리곤 합니다. 오늘도 수없이 잃어버린 것만 같은데, 차마 잊지는 못합니다. 잊지 못하고, 그저 잃어버려야만 하는 내 자신이 밉습니다. 잃어버리는 것은 용서할 수 있어도. 잊지 못하는 내 자신은 차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잘 모른다는 말밖에, 그 말밖에 할 수 없는 바보가 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