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혼전임신으로 시작된 사이

by 톡소다

그때, 그곳에서 나는 점점 작아져 갔다.
혼전임신으로 시작된 결혼,
아이를 낳은 이후부터 내 선택과 감정은 무시당했고,
나는 그들이 정의한 대로 존재해야 했다.


남들 앞에서는 사이좋은 고부 사이였지만,
뒤에서는 남보다 못한 존재였다.


어머님은 시집에서 살자고 하는 시부모님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는 시집에서 안 삽니다. 나가서 살 거예요.”


나는 물었다.
“그 옛날부터 어머님은 시집살이 안 하셨나요?”


어머님은 씨익 웃었다.
“요즘 누가 시집살이를 시키면 사니?”


아이러니했다.
어머님은 자신이 시집살이를 하지 않았지만,
내가 겪어야 했던 그 모든 억압은
아마도 시집살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터였다.


나는 시댁과 따로 살았지만,
그럼에도 시집살이와 다름없는 억압과 통제를 당했다.


주말마다 가는 시댁에서,
나는 그곳에 있을 때면 투명인간 같았다.
내 편은 아무도 없었고,
그저 그들이 정의한 대로 존재해야 했다.


이 글은 내 결혼생활 중 시댁에서 겪은
남보다 못한 일들을 나의 관점에서 기록한 이야기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직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아픔이었다.

이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곳에 있지 않다.
그때의 나는 어렸고,
지금의 나는 아팠던 만큼 성숙해졌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작은 치유가 되고,
모든 존재가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하게 하길 바란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