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리듬
할머니 세 분이 공원 한쪽 그늘에 나란히 앉았다. 딱히 무언가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안보는 것도 아니고 조금은 무관심하게 응시한다. 집중하는 것은 오직 '부채질'이다.
어디에서 나눠준 것인지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똑같은 부채 석 장이 각자의 손에 잡힌 채 어지럽게 흔들린다. 부채를 부치는 일 하나에도 사람의 성격이 보이는 것이 재미있다. 가장 왼쪽은 보통의 부채질, 얼굴에서 약간 떨어져 턱과 볼, 근방을 사선으로 부친다. 중간에 계신 분은 턱과 어깨, 겨드랑이.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곡예비행을 하듯 방향을 꺾는다. 다른 한분은 느긋하다. 슬로우 슬로우 천천히 바람을 몰고 올라갔다가 다시 반대쪽 바람을 몰고 내려오는 한가로운 부채다.
정박의 부채와 수시로 리듬을 바꾸는 부채 느긋한 부채. 각자 팔랑이다가 한 번쯤 박자가 맞는 순간엔 그 모습이 어린아이의 율동처럼 귀엽게 보인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가면 그때는 알게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수가 없네
내가 아는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수 없다는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조용필, 바람의 노래